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㊱ 개망초(Erigeron annuus (L.) 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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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여행에서는 진객을 만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조류도 그렇고,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녀석이나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종이 발견되면 뉴스에 보도 될 정도로 이슈가 되니 말입니다. 다른 쪽은 어떨까요? 뭐, 지금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니 다른 분류군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식물계에서 어떤 식물이 유입되어 들어오는 경우, 조류에서처럼 진객이 아닌 불청객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조류에서는 유해조수 정도로 불리우고 생태계교란종으로 불리는 일은 없지만, 식물계에서 생태계교란식물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은 전부 외국에서 온 녀석들이니까요.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은 크게 두 개의 용어로 정리해 부르고 있습니다. 외래식물과 귀화식물이죠. 외래식물은 외국에서 들어온 모든 식물을 총칭하는 것이라면, 귀화식물은 세가지 조건이 만족해야합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 야생에서 세대를 이어나가야하는 것, 마지막으로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인간에 의해 유입된 것입니다. 귀화식물은 다시 두가지로 나누기도하는데, 개항기를 기준으로 이전에 들어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귀화식물과 개항기 이후에 유입된 신귀화식물입니다. 구귀화식물에는 모호한 점이 생길 수도 있어, 신귀화식물만 귀화식물로 여기기도 합니다.
개망초는 개항기 이후 유입된 대표적인 신귀화식물입니다. 망초와 마찬가지로 북미가 원산인데, 망초는 배로 옮겨 오는 화물의 완충제 역할로 쓰인 식물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개망초는 일본에서 원예식물로 들여왔던 것이 퍼져나가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퍼졌다고 합니다. 미국쑥부쟁이 역시 일본에서 원예식물로 쓰던 것이 퍼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되어 있으니 미국쑥부쟁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망초에 비해 개망초는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물로 길가나 묵정밭, 빈터 등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특히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덕에 토착식물이 침투하지 못한 곳에 먼저 들어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선구식물이기도합니다. 나라가 망할 때 들어온 망초에 개라는 접두어까지 붙었으니 어찌보면 서글픈 이름입니다만, 곤충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먹이 자원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도 망초나 개망초의 어린 순을 식용으로 합니다.
워낙 빈터에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보니 드라마나 사극에서도 가끔 등장을 하는데, 어떤 사극에서는 조선시대에 개망초의 꽃밭을 걷거나 꽃다발을 만드는 경우도 있더군요. 개망초가 개항기 이후의 신귀화식물임을 감안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런 정도의 오류는 모두 너그럽게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생태계교란 식물 중 파주, 연천, 포천 등지에서 단풍잎돼지풀(단풍돼지풀)은 크게 문제가 되어 꾸준히 제거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단풍잎돼지풀이 크게 자라 토착식물의 생장을 방해한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 때문에 토착생물이 사라지는지는 고민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돼지풀이나 단풍잎돼지풀의 문제가 꽃가루에 의한 알러지나 아토피 유발이라 하니 생태계를 교란하기보다 인간에 유해한 식물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망초를 비롯한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춰지기 쉽습니다. 이 땅에서 오랜 시간 진화와 경쟁을 견뎌온 토착식물에 비하면 귀화식물은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귀화식물의 꼬리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미 개망초는 우리와 친숙해진 우리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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