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22) 몽글몽글
입력 : 2016-11-2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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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힘센 보름달(파워문)이 뜬 날, 목욕재계를 하고 최백호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생각보다 달은 작았다. 눈부신 가로등을 보는 듯 했다. 갑자기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올라 나를 두둥실 떠오르게 했다. 이런 기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낭만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고, 최백호의 목소리는 위로와 울림이 있었다. 울림.
시골에 가면 동네마다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시간이 있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나 색깔은 다르다고 한다. 내게 그날의 온도는 사람 체온보다 약간 높았고 색깔은 미색이다. 사실 최근 어떤 사람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그때도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명치 쪽이 살살 간지럽고 입가에 미소를 짓곤 했다. 호감에서 그쳤지만 어른들 왈, “아쉬운 게 좋은 거야.” 그랬다. 뭔가 발전되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설레임같은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내 마음이 눈부시게 밝은 달무리를 따라 가닿길 바란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 같은 밤이 왔을 때, 그 사람도 몽글몽글 했으면 좋겠다.
(김유진, 아멜)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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