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교육이요? 아이 마음을 읽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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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교육이요? 아이 마음을 읽어주는 거죠.”
파주시에서 발도르프 영유아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양영미 정화경 원장
파주시 솔숲어린이집 양영미 원장(44)과 숲속아이 어린이집 정화경 원장(44)은 오랜 친구 사이다. 두 교사는 운정 신도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발도르프 교육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이란, 19세기 중반 독일에서 시작된 교육철학으로 인간의 몸, 정신, 영혼의 고른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적 움직임이다.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지만, 아이를 맡겨 본 부모들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내 아이가 집처럼 편안해 하는 곳’이라며 깊은 신뢰를 보낸다. 보육교사의 영유아 학대 관련 뉴스기사가 빈번하게 보도되는 요즘,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제2의 가정’이라 불리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은 어떤 모습일까? |
문자, 숫자 학습 대신 몸으로 익히는 자연의 리듬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아닌 ‘보여주는’ 사람
4월의 햇살 포근한 아침,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원장선생님을 따라 걸으며 노래를 부른다.
선생님이 자리에 앉자, 아이들도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른다. 교실 뒤편에서는 한 남자아이가 혼자 장난을 친다. 선생님은 이따금씩 아이의 눈을 보며 미소를 건넬 뿐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솔숲 어린이집과 숲속아이 어린이집에서 펼쳐지는 흔한 풍경이다.
교사들은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주변으로 모여들어 교사와 함께 움직인다. ‘이리와’나 ‘저리가’와 같은 지시는 없다. 활동 중에 아이가 다른 행동을 해도 그냥 둔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뿐,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교육 원칙이 무엇인지 묻자, 양영미 원장은 의외로 단순한 대답을 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어른의 말로 하는 지시가 아니라 행동을 따르니까요.”
정화경 원장 역시 교육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발도르프는 인간관계를 통한 교육이에요. 교사가 스스로 안정되어 있으면, 아이들도 차분히 자기 할 일을 찾아 하죠. 교사의 마음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돼요.”
그녀들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교육관을 가지고 보육교사를 시작한 건 아니다. 양 원장은 그저 아이들이 좋아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해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보육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어린이집 원장님의 교육철학 부재와 식재료비 절감 등 비도덕적인 운영방식에 회의감을 느끼며 갈등하던 중 발도르프 교육을 만났다.
정 원장 역시 큰 아이에게 영재교육을 시켰을 만큼 한때는 극성(?)인 엄마였다고 한다. 그런데, 동네에서 똑똑한 아이라고 소문났던 아이가 갈수록 웃음과 생기를 잃어갔다. 정 원장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고, 대안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만난 교육이 발도르프다.
두 교사는 0세에서 7세 사이의 영유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발달’임을 강조한다.
“아이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발달해야 해요. 그게 자연스러운 순서인데,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너무 머리를 많이 썼던 거죠.”
정 원장은 발도르프 교육을 만난 이후 큰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다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비로소 아이는 자기 몸의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고, 웃음과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아이의 신체 장기가 제 자리를 잡기까지 7년이 걸려요. 그 시기에 문자나 숫자학습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장기가 불안정하게 형성될 수 있어요.”
두 교사는 7세 이전의 영유아는 자연물을 접하고 사람과 피부접촉을 하면서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간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시간에 쫓긴 일정이나 결과물 위주의 학습을 강요당하면, 자율성과 의지력을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두 어린이집에는 벽시계가 없다.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정해진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전 오후 활동으로 나뉘어 그날 아이들의 전체적인 상태를 반영하여 활동이 이루어진다.
정해진 교재도, 교수법도 없다. 아이들은 나뭇가지와 돌 등 자연물로 된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 물감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한다. <엄마 얼굴 그리기>나 <주머니 만들기>같은 과제도 없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무얼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는 없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수업이다.
파주시는 아이들 키우기에 천국… 이곳에서 더 큰 꿈 이루고파
“제가 참 좋은 환경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파주는 유흥가가 발달하지 않아 교육적으로 깨끗한 환경이에요. 무엇보다 공원이 많아 아이들과 산책하기에 좋구요. 아이들 키우기에는 천국이죠.”
양영미 원장은 파주시의 교육적 환경에 대해 칭찬하며 교사로서의 마지막 꿈도 이곳에서 이루고 싶다고 했다.
“황토집을 지어 80명 정원의 발도르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80명 정원이면 5세에서 7세 아이들도 받을 수 있으니, 우리 원에 계속 있기를 원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취학 전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정경화 원장도 비슷한 꿈을 가졌다.
“저도 파주시가 교육적으로 좋은 환경이라는 말에 동감해요. 이 지역은 조용하고 안전해서 좋아요. 공원이 많은 게 큰 장점이죠. 저는 멀지 않은 미래에 파주시 최초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싶어요. 국공립을 운영하게 되면 0세부터 7세까지 수용이 가능하게 되죠. 또 현재 발도르프 교육이 여러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국공립 인가를 받게 되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파주시에서도 발도르프 어린이집이 특성화된 기관으로 국가의 인정을 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두 교사는 함께 사진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 기간 한 길을 걸으며 서로 믿고 의지해온 친구라며,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하 기자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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