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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희생으로 공공서비스, 시민이 원할까?

입력 : 2016-12-07 15:43:00
수정 : 0000-00-00 00:00:00

 

사회적 약자 희생으로 공공서비스, 시민이 원할까?

파주시 ‘시설관리공단 청소업무’ 이상한 계약해지 명분으로 민간위탁 추진 


▲ 시설관리공단 소속 환경미화원이 폐기물수거 작업을 하고있다.

 

파주시가 시설관리공단이 관할하던 청소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을 추진하자 공단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시설관리공단 청소업무 민간위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파주시가 2015년 11월에 작성된 ‘생활폐기물 청소대행 운영원가 산정용역’ 결과를 반영하면서 미화원의 결원을 기능직(운전사)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미화원 숫자를 적정인원에 크게 못 미치게 고용하여 청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5년 용역조사 당시 민간업체에서 위탁 운영하던 대형폐기물은 공단 용역조사에는 누락시켜놓고 이후 대형폐기물이 적치되고 있는 책임을 공단 미화원들에게 전가시키면서 계약해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정 인원 73명, 실제로는 47명

해당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시설관리공단이 관할하는 6개 읍면동의 경우, 총 73명의 환경미화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이중 26명을 청소업무와 무관한 기능직(운전사)로 대체하여 실제로는 47명만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73명이 해야 하는 일을 47명이 감당하다 보니 청소업무의 질 저하는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쓰레기가 쌓이는 월요일은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아야 했으며 환경미화원들 역시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3일치의 쓰레기를 한꺼번에 처리해야하는 고충에 시달렸다.

 

미화원에게 책임전가, 민간위탁 추진

비대위는 “이로 인한 청소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파주시는 시설관리공단 소속 미화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이를 명분 삼아 공단이 담당하던 청소업무를 계약해지하고 민간에 위탁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관할하는 지역에서는 청소 관련 민원이 별로 없는 반면, 공단 관할 지역에서는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물론, 예산절감 면에서도 민간위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민간업체의 목적은 결국 수익

그러나 공공서비스 분야의 한 전문가는 “업체들 끼리 경쟁을 붙여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발상은 언뜻 일리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한 업체가 일정 구역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경쟁이 제대로 성립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민간업체의 목표는 결국 ‘수익’이기 때문에 ‘공공서비스’라는 기본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파주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 제3조 에도 “파주시장은 생활폐기물처리의 능률적 수행에 필요한 인력, 장비, 처리시설 및 예산을 확보하여 관할구역의 생활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청소업무를 수익사업이 아닌 공공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상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민간위탁, 실제 예산절감 효과 없어

한편 비대위 측은 “예산절감 면에서도 민간위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민간위탁 할 경우, 관련법률에 따라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10~15% 가량 보장하고 15% 이내의 간접노무비 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노동집약적인 업무특성 상 직접노무비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용역계약이라고 하면, 총원가의 25% 가량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에는 파주시의 청소업무를 대행하던 한 민간업체가 인건비 등을 부풀려 지급받아 오다가 고발조치 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민간위탁이 예산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산절감 되더라도 서비스 질 저하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예산절감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민간위탁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지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안소희 시의원도 지난 5월 183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시간, 임금, 정년 등이 파주시의 간접고용과 복잡하게 변형된 위탁 계약 관계에 따라 차별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민간위탁도 공공 전환 추세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최근에는 민간에 위탁하던 공공서비스 부문을 다시 공공위탁으로 전환하거나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인천시는 공공부문 전체 민간위탁 용역근로자 1,131명을,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7,29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며, 가장 최근에는 국회가 파견직 형태로 운영되던 국회 환경미화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주시의 태도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직접고용은 고사하고 그나마 시설공단을 통한 간접고용 마저 폐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담보로 제공되는 ‘공공서비스’, 과연 파주시민들도 원하는 바일까?




 

이지호 편집위원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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