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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채무제로' 선언, 이재명 시장 때와 무엇이 다른가

오피니언 | 작성일: 2025-12-14 19:00:51 | 수정일: 2025-12-14 19:00:51

성남시의 '채무제로선언이재명 시장 때와 무엇이 다른가

[주장지방정부의 예산주권·재정정책·성장전략에 매우 중요한 의미

 

▲  경기도 성남시청 전경 ⓒ 성남시 제공

 

성남시가 또다시 채무제로를 선언했다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1월 20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1월 지방채 1120억원 전액을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

이로써 성남시는 대한민국 지방정부 가운데 이례적으로 두 번의 '채무제로'를 경험한 도시가 되었다그러나 2010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채무제로와 최근 성남시의 채무제로 선언은 출발점·내용·규모·재정상황·정책효과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예산주권·재정정책·미래성장 전략을 논할 때 매우 중요하다같은 이름의 정책이라도 어떤 재정환경과 목적에서 실행되었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 차이위기 극복인가자의적 조기상환인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채무제로는 2010년 7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이 붕괴된 상황에서 출발했다취임 당시 성남시는 비공식 채무(부채) 6,552억 원과 공식 지방채 90억원을 합쳐 총 6,642억원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특히 비공식 채무 6,552억원 대부분은 법적 의무금(판교특별회계 전입금청사부지 미지급금 등)인데 이는 단순한 차입채무가 아니라 재정 운영이 마비될 위험이 있는 구조적 악성채무였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재정 구조조정투명예산제도 도입불요불급 지출 정리그리고 민간개발로 예정됐던 대장동을 공영개발로 전환해 5,503억 원의 재정이익을 확보해 극복해 냈던 것이다.

반면 최근 선언한 채무제로는 출발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성남시는 현재 기초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전국 1위이며지방세 수입만도 1조 5천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재정 여력이 매우 풍부하다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제로라고 발표한 채무는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토지매입을 위해 2019~2021년에 발행된 지방채 2400억 원 중 남은 112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지방채는 2029년까지 갚아도 크게 문제가 없는 여유 있는 채무임에도이를 2026년 1월 전액 조기상환하겠다고 자의적 선언을 한 것이다.

 

예산 대비 재정부담의 극명한 차이성격이 다른 두 채무

이재명 시장의 채무제로가 갖는 압도적 의미는 채무의 절대규모뿐 아니라 예산 대비 재정부담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2010년 7월 취임 당시 넘겨받은 채무액은 6,642억 원이나 되었는데이는 그해 본예산(일반회계) 1조 1,761억 원의 무려 56.4%에 달했다재정 전체를 사실상 압박하는 규모였으며구조적 개혁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선언된 채무제로의 상환대상 채무액은 1,120억 원인데 이는 2025년 본예산 3조 1,599억원의 약 3.5%에 불과하다이 채무는 2019~2021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부지 매입을 위해 발행된 지방채 총 2,400억 원 중 잔액인데, 2,400억 원을 2021년 본예산(일반회계) 2조 3,507억 원에 대비해도 10.2%에 지나지 않아 이재명 시장 당시 56.4%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이 차이는 두 채무제로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관점이다전자는 '막대한 악성채무로 인한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절심함의 결과'였지만후자는 '최고의 재정상태와 여유 속에서 단순히 상환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라는 본질적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책 철학의 차이구조 개혁 vs. 정치 퍼포먼스

이재명식 채무제로는 "채무 0"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개혁과 장기 성장기반 확충이 핵심이었다공영개발(대장동)로 발생한 재정이익을 복지·교육·도시 인프라에 투입해 시민 삶을 개선하는 정책적 선순환을 만들었다채무제로는 결과였지 목적이 아니었다.

반면 최근의 채무제로는 재정 악화로 인해 불가피한 과정 극복의 결과가 아니라최고의 재정 상태에서 '채무 0'이라는 상징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 성격이 강하다투자·복지 여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조기상환으로 보여주기식 단기 재정지표에 방점을 두었던 것이다.

채무를 예정대로 2029년에 상환한다면 성남시는 2026~2028년 동안 1,120억 원의 재원을 미래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이는 청년주택돌봄센터교통혁신녹색 인프라디지털 전환 등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큰 규모다.

그러나 조기 상환의 경우 1,120억 원이 2026년에 한번에 지출되면서 투자기회가 사라진다이자 53억 원(단순비례 추정치, 800억 상환으로 38억 이자비용 절감 성남시 발표 근거계산)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지만 대신 1,120억 원 규모의 성장 잠재력 확충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재정자립도 전국 1위라는 성남시의 특성상 이 재원을 미래성장 기반에 투입하는 것이 조기상환보다 훨씬 높은 편익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 재정의 본질시민을 위한 시간의 정치

지방정부 재정의 본질은 결국 '예산을 언제어디에누구를 위해 쓰느냐하는 '시간의 정치'이재명식 채무제로는 '재정회복→ '성장기반 구축→ '세입 증대라는 구조적 선순환을 만들었으나 반면 최근 채무제로는 '조기상환→ '투자역량 축소→ '성장기회 상실'이라는 역방향 흐름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차이를 분석 지적한 이유는 정당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성남시를 넘어 모든 지방정부가 앞으로 어떤 재정철학을 가져야만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대한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예산과 재정을 보여주기식 단기지표 도구로 삼을 것인지아니면 시민의 삶과 미래성장을 설계하는 핵심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 내가 사는 지역의 10, 20년이 완전히 달라진다지금 시민들은 숫자의 정치가 아니라 유능한 지방정부를 원한다.

 

조일출(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한양대 경영학박사(정부회계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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