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 꽃의 연금술사 최용화
꽃의 숨결을 머금은 시간의 기록이다. "한 송이 꽃잎이 흔들리던 바람의 속삭임마저 고요 속에 간직된다면 그것은 곧 최용화의 세계다."
관통하듯 맑은 유리 너머로 비춰지는 꽃의 그 결은 순간적인 사소한 떨림을 영원의 언어로 번역한다.
압화는 단순한 식물의 보존이 아닌, 자연이 건네는 은밀한 서사에 귀 기울이는 행위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선 최용화 작가는 파주의 초록빛 들녘에서 마주친 꽃잎 하나하나를 서정적 시선으로 관찰하곤 한다.
곧 현미경의 시선으로 흔들림을 포착하기 위해 작가는 고요한 숲속에서 꽃의 숨결을 기다리는 작업이다.
빛과 공간의 조율로 투명 아크릴과 유리를 통해 꽃잎에 스며든 자연광을 재구성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부드럽게 이끌기도 한다.
최용화 작가의 작품 해석에는 시간의 파편과 기억의 울림으로 보아야 할 것을 추천하며 느림의 미학으로 눌린 꽃잎이 건네는 시간의 무게는 관객의 심장박동과 맞물려 느릿하게 울린다. 그 속도는 도시의 소음을 지워내며 잊힌 계절의 숨결을 불러오는 차분한 감성 표현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환희와 압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작은 갈라짐은 미세한 색의 변주 같은 작품이다. 최용화는 이 갈라짐을 깨진 유리 너머로 보이는 세계처럼 찬란한 균열로 여긴다.
공명하는 서사와 같이 각각의 꽃잎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녔지만, 하나의 화면 위에서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시를 짓는다. 이 시는 관객의 상상과 마주하며 관객 저마다의 기억을 되살린다.
새로운 예술 장르로서의 압화 작업은 경계를 허무는 시적 울림이며 압화는 사색하는 예술의 장르가 되고 더 이상 회화나 조각에 머무르지 않는다.
투명한 캔버스의 무게로 변신한 유리나 아크릴 속 꽃잎은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압축된 시간의 층위는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다 감각적 확장 부드러운 질감이 손끝에 전하는 식물의 잔향, 은은히 스며드는 빛과 그 결은 청각과 후각까지 환기시키고 관객을 몰입의 순간으로 인도 한다.
또 다른 예술 장르로서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가지게 하며 압화는 회화나 설치의 한 갈래가 아니라, 스스로 고유한 언어를 구사하는 또 하나의 진정한 예술 장르다.
자체 장르의 문법처럼 꽃잎이 펼치는 색채의 배열과 눌린 결의 결합은 회화의 붓질이나 조각의 조형과는 다른 독특하고 독자적 문법을 지니게한다.
예술 장르로서의 자율성을 가진 압화는 자연의 재료가 스스로 서사를 이끄는 ‘자연언어 예술’로, 작가의 해석이 재료 자체의 본질에 스며들어 공명을 일으킨다.
정체성의 확장전통과 현대 기술, 자연과 인간의 감각이 만나 이루는 이종교배적 실험은, 압화를 미적 경험의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함이다.
이 시도의 실험적 노력은 기억을 피워내는 작업이며 꽃의 연금술사 "최용화의 압화 작품은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묻힌 추억의 꽃봉오리를 다시 피워내며 그녀는 압화라는 작고 섬세한 언어로, 자연과 시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준다."
윤상규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