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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정의·진리’가 무너짐을 개탄한다.-고려대의 강사법 빌미 구조조정 반대 성명

입력 : 2019-02-11 18:31:07
수정 : 2019-02-11 18:36:03

"‘자유·정의·진리’가 무너짐을 개탄한다."

      -고려대의 강사법 빌미 구조조정 반대 성명 

고려대학교에서 강사법을 빌미로 개설과목 200여개를 없애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총학생회와 동문, 시민단체가 나서서 비판성명을 내고 온라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51대 총학생회와 90학번 동문의 성명서를 싣는다. 

                                                                               임현주 기자 

 

▲강사법을 핑계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고려대학교 앞에서 대책위원회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개설과목 수 급감에 의한 교육권 침해 해결과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위한 시민·학생 서명운동
 

새 학기, 고려대학교는 2019년 1학기 학부 개설과목 수를 작년에 비해 200개 이상 줄여 학생들의 심각한 교육권 침해를 발생시켰습니다. 교양과목은 161개가 줄어들었고, 전공과목은 74개가 줄어들었습니다. 당장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졸업에 필요한 강의가 열리지 않아 졸업을 미뤄야 하고, 기존에 개설된 과목들에 맞춰 학업계획을 세운 대다수의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학업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개설과목 수 급감은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저지하려는 학교의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수십 년간 강사들은 대학의 값싸고 다루기 쉬운 노동력일 뿐이었습니다. 불안한 지위로 인해 끊임없이 ‘갑질’에 시달려야 했고, 적은 임금으로 인해 늘 생계유지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강사는 전체 수업의 30%를 진행하지만 강사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전체 교원 보수의 4.43%에 불과합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지위 속에 많은 강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강사법은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최소한의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권보다, 강사의 인권보다 돈이 더 중요했습니다. 2019년 8월 강사법 시행이 예정되자 학교는 대외비 문건을 통해 강사 구조조정을 지시했고, 대외비 문건이 철회된 이후에도 비공식적으로 강사 채용 금지를 지시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사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추가 비용은 최대 55억 원으로 학교 총 수입의 0.8%에 불과합니다. 이는 약 4,000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고려대학교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고려대학교는 단 0.8%의 지출을 아끼기 위해 2만 학우의 교육권과 수많은 강사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의 독단적인 학사행정 처리에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학생들의 교육권과 강사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학사행정에 반영되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학사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협의회’를 다시 개최해야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강사법에 관한 논의도 ‘학사제도협의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돈보다 교육,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고려대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래 3대 요구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3대 요구안]
1. 2019년 1학기 개설과목 수를 작년 수준으로 회복하라.
2.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 없이 강사법 취지를 준수하라.
3. 2019년 2학기 강의 개설과 강사법 실현에 관한 논의를 위한 ‘학사제도협의회’를 개최하라.

제51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SYNERGY


‘자유·정의·진리’의 대학에서 ‘꼼수’와 ‘거짓’이 난무한다

대학 내 질 좋은 강의의 확보와 시간강사들의 생존권을 위해 개정된 ‘강사법’에 대해 말도 안되는 치졸한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이미 고려대학교는 작년 11월 강사법과 관련하여 시간강사가 주로 담당하던 교양과목은 종류와 수를 대폭 줄이고, 졸업이수학점도 현행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위 ‘대외비 문건’ 사건으로 학내외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을 받았다. 결국 강사법을 빌미로 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강사법을 빌미로 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고려대학교의 약속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고려대학교는 2019년 1학기 학부 개설과목 수가 작년에 비해 교양과목은 200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고려대학교의 처사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함을 드러낸 것이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한 후안무치 (厚顔無恥)의 표상이 되었다.

교육을 돈으로 보며 ‘자유’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강사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불과 55억원 정도로 학교 예산의 0.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가 이러한 ‘꼼수’를 쓰는 것은 교육의 문제를 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며, 인건비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자본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런 학교 당국의 행태가 고려대학교에서 ‘자유’와 ‘정의’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며 ‘진리’를 말할 수 있는가

이렇듯 강사법 개정을 빌미로 진행하는 고려대학교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2019년 1학기 학부 강의 개설과목이 교양과목은 161개, 전공과목은 74개가 줄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지표를 정해야 할 학생들에게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 당국이 심각한 학습권과 교육권의 침해를 범한 것이다. 이렇게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고려대학교를 ‘진리’의 대학이라 말할 수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인문사회과학서점 <지식을담다>는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 고려대학교는 강사법을 빌미로 한 모든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 고려대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
-. 고려대학교는 시간강사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라.

이러한 뜻을 담아 <지식을담다>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외 단체 및 졸업생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진행할 것임을 천명한다.

2019년 2월 11일

인문사회과학서점 <지식을담다>
<지식을담다>와 함께하는 고려대학교 90학번 졸업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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