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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책 되새기기] 봄날의 메뉴

입력 : 2016-12-14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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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메뉴


오 헨리/김정란 옮김/대교베텔스만/2007년 초판 1쇄

오랜만에 소설책을 손에 들었다. [봄날의 메뉴]는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원제: 동방 박사들의 선물)’로 누구나 알고 있는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15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오헨리는 300여편의 단편을 썼다. 감옥에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어렵게 생활하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그러다 다니던 은행에서 계산 실수로 고소를 당해 오하이오 교도소에 수감되어 3년간 복역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어린 시절의 고난과 가난이 작품속에서 정확한 배경으로 또는 세밀한 감정으로 표현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다.

 

그는 1862년에 태어나 1910년, 48세란 젊은 나이에 죽었다. 연대를 살펴보니, 이 책에 나오는 풍경들이 100년전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주는 상황과 감정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공감되기 때문이다. 1세기 전의 이야기가 거칠 것 없이 읽히는 것은 나 또한 20세기 사람이어서 그런가 생각하게 된다. 

 

책의 제목이 된 ‘봄날의 메뉴’라는 단편은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다. 사실, 그의 단편 소설은 영화로 찍는다면 단 두 개의 배경으로 충분히 정리될만큼 단순하다. 사라는 식당메뉴를 매일 타이핑(그날 그날 원재료와 전채요리로부터 메인요리, 후식이 매일 바뀌는 식당)해서 21개 식탁에 놓일 메뉴판을 만들어주고, 하루 세끼를 식당에서 제공받으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눈물짓고 있다. 지난 여름에 시골 농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승낙까지 했건만 그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 어느날 메뉴판을 만들다 눈물 흘리는 사라. 그 눈물이 떨어져 얼룩졌던 자국이 남아있던 메뉴판을 보고 약혼자가 사라를 찾아온다.

 

그 메뉴판에 쓰인 요리는... ‘단단하게 삶은 계란이 달린 그리운 월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지금 세대는 이해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메뉴판을 타이핑하고, 편지를 써서 연락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고 고생고생하여 인연이 맺어지는 이 생활을. 참으로 궁금하다. 

 

‘수준높은 실용주의’는 공원에서 만난 아마추어 복서였던 부랑자에게서 “당신은 안돼”라고 들은 소리에 반발하여 여인에게 전화로 고백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제목이 ‘수준높은 실용주의’이다. 반전이 돋보이는 결말. 오 헨리는 가난한 서민들의 침울하고 어두운 심리도 잘 그렸지만, 유머와 뜻밖의 결말로 독자의 눈을 확 뜨게 만들기도 한다. 

 

 그네순실 정국으로 손시린 주말이 되고 있지만, 일요일에는 뜨뜻한 이불 속에서 ‘수준높은 실용주의’처럼 뜻밖의 반전을 맛보시길. 새삼 알게 된 사실. 오헨리는 체호프,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불린다.

 

자유기고가 홍예정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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