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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하늘과바람과별과시

입력 : 2017-03-17 19:34:00
수정 : 0000-00-00 00:00:00

 
 하늘과바람과별과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서시’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시가 실린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년 증보판이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작년 11월에 출판되었다. 1948년 초판이 발행된 지 69년 지난 책을 신간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그리움과 무게감 때문이다.

 

타자기가 일반화되면서 가로쓰기가 확산되고, 80년대 신문을 제외한 출판물이 가로쓰기가 대세가 되었다. 이후 1988년 한겨레신문이 가로쓰기를 최초로 쓰고, 이후 현재 모든 신문, 모든 출판물들이 가로쓰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세로로 된 시집은 옛날책에서 나는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올 듯 그리움을 자극한다.

또 깔끔하지 않은 활판 인쇄의 우툴두툴한 글씨가 주는 무게가 적지 않다. 그 시절, 그 시대의 문화, 기술, 정서, 역사가 책에 고스란이 담겨있는 것 같다.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출판하기로 한 출판사 ‘소와다리’의 뛰어난 기획력에 박수를 보낸다.

 

누구는 이 시집을 읽다가, 옥중에서 일제의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돌아가셨다는 게 떠올라 정처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글씨도 쓰지 말고/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이 ‘편지’라는 시를 읽다가 ‘몰락한 조국을 마음으로 지켜낸 청년’의 깨끗한 내면에 눈물을 뿌린다.

 

자유기고가 홍예정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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