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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갈매기의 꿈

입력 : 2017-11-01 17:17:00
수정 : 0000-00-00 00:00:00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러셀 먼슨 사진, 공경희 옮김, 현문미디어)

 



 

저의 중학생 시절은 지옥이었습니다. 교실뒤편은 늘 욕질과 주먹질이었습니다. 학생이 학생을 때리는 일보다 선생이 학생을 때리는 일이 훨씬 흔했습니다. 80년대 남자 중학교는 폭력이 일상화된 지옥이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고개를 숙이고 지옥을 향해 걸었습니다.

중학교를 마칠 때쯤, 서점에서 우연히 <갈매기의 꿈>을 읽었습니다. 창공을 나는 갈매기 사진이 멋졌습니다. 눈을 떼지 않고 한 호흡으로 읽었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자유와 도전과 사랑이 제 가슴에 박혔습니다. 그날 이후, 땅이 지옥 같을수록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보면서 숨을 쉬었습니다.

조나단을 다시 만난 시기는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이 너무나 외로웠던 열아홉 살 하숙생은 학교 앞 헌책방에서 오랜 친구 조나단을 다시 만났습니다. 주말 하숙집이 외롭지 않았습니다.

1970년에 출간된 <갈매기의 꿈>이지만 최근에 4장이 덧붙여진 완결판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4장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종교적이면서도 종교비판적인 책이 되었습니다. 읽으실 분들을 위하여 스포일러는 피하겠습니다.

진정한 명작은 시대를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시대를 뛰어넘습니다. 68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베트남전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미국에 히피문화가 퍼져나갈 때, <갈매기의 꿈>은 출판사에서 미처 정식 출판되기 이전, 저자가 자비로 출간했을 때부터 히피족들에게 성경처럼 읽히고 필사되어 퍼졌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대와 문화를 전혀 모르는 지금의 대한민국 10대들도 이 작품에 흠뻑 빠져듭니다. 철학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주제를 평이한 문체로 그려낸 진정한 수작입니다.

내년이면 큰 딸이 중학생이 됩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중학교가 지금 이 시대 파주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일상의 어려움이 제 딸에게 펼쳐질 것입니다. 중학생이 되는 제 딸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어떤 어려운 순간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깃든 갈매기 조나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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