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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잃어버리지 않는 아이들, 이수현, 위고

입력 : 2018-02-07 10:31:00
수정 : 0000-00-00 00:00:00

신간 책꽂이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라는 부제에 이끌려 정신분석학자 이수련이 쓴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어 들었습니다. ‘애착, 깨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로 시작하는 목차가 시선을 잡아끌었습니다. 소제목 ‘애착의 반전’, ‘엄마의 사랑이 아이를 압도할 때’에 눈이 갔을 때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 하느라 바쁜 엄마를 만나, 태어난 지 7년 만에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아이가 안쓰럽고 조심스러워서 전전긍긍하며 7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좋은 엄마’ 코스프레를 하고서 밤마다 책을 읽어주고 시시때때로 편지를 쓰며 늦게나마 모녀 사이에 끈끈한 ‘애착’이란 걸 만들었더랬습니다. 어렵사리 만든 애착이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니, 내가 서 있는 ‘엄마’라는 지반이 흔들리는 듯 혼란스러웠습니다. 

저자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착관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애착관계는 그것이 반드시 끝나고 깨진다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만 완성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애착관계가 끝나지 않으면, 아이는 유아기 어느 시점에 묶여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성장은 엄마 품처럼 만족스럽지만 작은 세상을 떠나서 조금씩 부족한 자신을 채우며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엄마의 사랑을 잃고 스스로 욕망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장의 과정에서 아이 삶에 등장하는 어른1, 어른2, 어른3 그리고 배움과 학교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여러 번 곱씹어 읽었습니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잦아듭니다. ‘엄마’로 산다는 건 늘 새로운 문을 여는 일, 매번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듭하지만 좋은 책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아이와의 애착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그 애착을 끊는 데 애를 써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 열네 살이 되는 아이가 엄마의 품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세상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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