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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욱 생태칼럼]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 -원형 고스란히 간직한 ‘공릉천하구습지’

입력 : 2024-03-03 08:36:33
수정 : 2024-03-03 08:37:34

[한동욱 생태칼럼]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webmaster@mygoyang.com

원형 고스란히 간직한 ‘공릉천하구습지’
물길, 하늘길, 녹도 통한 생태적 연결
경기도지사 지정 1호 습지보호지역 기대

 

공릉천 하구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저어새 무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인천 송도에는 인천광역시장이 지정한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이 있다. 대전에는 대전광역시장이 지정한 대청호 추동습지가 있다. 강원도에는 강원도지사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 경포가시연습지 등 3곳이나 된다. 이렇게 시도지사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전국에 7개나 된다.

 

그런데 수도권 최대인구가 사는 경기도는? 사실 지정권한이 있음에도 도지사가 지정한 습지가 한 곳도 없다. 경기도에는 보잘 것 없는 습지만 있어 지정할 곳이 없어서일까. 천만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하구습지가 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시 상투적으로 쓰는 수식어인 ‘천연’의 원형을 가진 하구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습지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수십종이 사는 ‘공릉천하구습지’가 있다. 

 

 

말똥게와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공릉천하구가 탐조가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마도 80년대 초반쯤인 것 같다. 그즈음 국제두루미재단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재두루미 2000여 마리를 김포와 파주 사이 하구변에서 관찰했고, 그 후 이 일대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도래지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예민한 접경지역이었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2000년대 초반쯤에 비로소 자유로변과 오두산전망대를 통해 접근이 가능했고, 공릉천 기수역과 주변 농경지가 주요 섭식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 탐조객들이 모여 들었고, 2006년 한강하구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공릉천 기수역을 포함해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당시 파주시에서는 낚시금지구역 지정, 주민감시원 배치 등의 보전조치를 조건으로 보호지역에서는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내어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에는 제외되었다. 2006년의 일이었다.   

 

 공릉천 하구 주변에 넓게 펼쳐진 농경지. 오른쪽으로 자유로와 한강이 보인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공릉천하구 기수역은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나가는 교하 초입이다. 밀물 때면 서해 바닷물이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는 갯골을 볼 수 있고, 썰물 때면 게들이 바글거리는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서해근처인 인천소래습지나 시흥갯골에서나 봄직하지만, 한강에서도 한참 안으로 들어온 파주시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의외다. 이런 지천들은 초입부터 배수갑문을 설치하여 바닷물의 유입을 막고 담수화시켜 농업용수를 확보하지만, 공릉천하구는 그러지 않았다. 남북 접경이어서인지 밀물의 세기가 커서인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덕분에 긴 기수역을 유지하고 있고 뱀처럼 구불거리는 사행하천이 남아 있다.

어찌됐건 배수갑문이 한참 위쪽에 만들어지면서 공릉천하구는 옛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게 되었고, 과거 하천이 범람하면서 생긴 충적지는 평야가 되어 논농사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릉천하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원형의 ‘사행하천 유로’와 인공구조물이 없는 온전한 ‘기수역’, 드넓은 ‘충적평야’가 보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릉천하구 농경지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공릉천하구 기수역 생태계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생태적 연결이다. 서해와 한강하구와 공릉천하구는 물길(water way)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회유성어류와 저서생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한다. 하늘길(flyway)은 어떤가. 저어새와 같은 바닷새와 도유물떼새, 오리와 기러기류가 자유로이 오간다. 특히 한강하구를 이용하는 재두루미들과 개리들에게 공릉천하구 농경지는 최고의 밥상이다.


이쯤에서 놓치기 쉬운 연결이 녹도(green way)이다. 공릉천하구와 주변 농경지는 하나의 생태계다. 기수역의 생물이 논으로, 논의 생물이 기수역으로 이동하며 물질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논둑과 제방사면은 특히나 삵이나 붉은발말똥게, 수원청개구리와 같은 멸종위기종들의 미소서식지와 이동로를 확보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기상이변이나 교란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생명의 그물을 끊어서는 안된다. 그동안은 낮은 제방과 완만한 사면, 자연스런 농업용수로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최근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공릉천 친구들’이란 단체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우리 생태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지금 전 세계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않은 기후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간들의 삶과 함께 생물다양성의 위기도 가져오고 있다. 전 세계는 지구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 면적에 각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른바 ‘30 by 30’ 지구생물다양성 목표다. 과연 이 도전적인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희망한다. 그러므로 여러분들도 희망하라. 경기도민들도 희망하자. 부디 도내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기를 말이다. 그 시작은 바로 제1호 경기도지사 지정 공릉천하구습지보호지역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큰기러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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