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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122) 파주 국악학원 원장 박공숙 - 장애를 딛고 국악인으로 우뚝 선 작은 거인

입력 : 2022-10-19 08:00:58
수정 : 2022-10-19 08:48:15

아름다운 얼굴 (122)  파주 국악학원 원장 박공숙

 

장애를 딛고 국악인으로 우뚝 선 작은 거인

국가무형문화재, 한지공예와 시까지 짓는 경기민요 명인

 

 

 

사람의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어릴 적 갑작스레 장애인이 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국악인의 길을 걸어간 박공숙(74)원장이 그 격언에 딱 맞춤 인물이다.

부산에서 살던 박공숙 원장은 본인의 장애 수술로 가산이 기울자 28살 때 서울로 올라와 남동생 둘을 5년간 뒷바라지했다. 양재를 배워 양품점을 하면서도 국악학원에 다니며 국악인의 꿈을 키워갔다. 큰 동생은 취업을 했고 작은동생은 입대하고 나니 이제 본인이 하고 싶은 민요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경기민요 기능보유자였던 이은주 선생을 만나 그간의 실력을 인정받고 수제자가 됐다.

 

▲ 경기민요 이은주 스승과 함께
 

소리 명장 조부와 어머니 등에 업혀 배운 민요 가락

박 원장은 어릴 적부터 조부 박영구 명장과 어머니로부터 우리나라 민요와 가락을 배웠다. 엄마 등에 업혀 언덕길을 올라가며 엄마가 불렀던 노들강변 같은 자장가를 들으며 민요에 눈 뜨게 됐다. “포근한 엄마 등에 안겨 노래를 들을 때 서러움이 가시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한 그녀는 74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피부도 해 맑고 표정도 밝다. 그녀의 긍정 코드가 그간 인생의 고비마다 다가왔던 고통을 가뿐히 이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녀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기쁨의 한숨을 쉬며 얼마나 행복한가를 되뇐다.

 

▲ 국악연수교육

 

매일 아침 눈 떠 한숨 쉬며 살아있음으로 행복하다.

지금 눈을 뜨고 살아 숨 쉬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말한다.

한숨을 쉬며 불평이나 고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어도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박 원장은 국악의 길을 열심히 걸었다. 그 노력의 열매는 많다. 한양대 사회교육원 국악과 강사를 지냈고 경기 소리보존회 파주시지부장으로 18년째 경기민요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에게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은 60~70대의 노익장 아주머니들이다. 친화력 있게 가르친 덕에 수십 년을 같이 하는 제자들도 여럿이다. 민요 이외에도 장구와 민속춤도 함께 가르친다.

 

 

 

 

▲ 파주 국악학원에 걸린 사진과 내부 모습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명인되어

 

 

그녀가 거둔 가까운 열매로는 20208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가무형문화재 57호인 경기민요의 명인이 된 것을 들 수 있다.

37년 전 서울을 떠나 파주로 시집을 온 그녀는 금촌에 터를 잡고 민요를 가르치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강사로 제자들을 키웠다. 이들 제자들과 함

께 경기민요를 보급하는 게 그녀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당시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농사일하며 풍악을 울리고 민요를 부르게 하자는 게 내 목표였다고 회상한 박원장은 점차 그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국악한마당 등 파주시의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 파주 국악학원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생업을 위해 한지공예 방과 경기민요동아리를 운영하며 매월 1~2차례씩 요양원과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위문 공연을 쉬지 않았다. 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우리나라 소리와 장단을 가르쳤다.

 

▲ 국악학원 교육 모습

 

2005년 경기소리보존회파주지부 창립, 10회 정기공연 앞둬

박원장은 세종대 국악 지도자과정을 수료하고 2005년 드디어 경기 소리보존회 파주지부를 창립했다. 경기 소리보존회는 지금까지 9번의 정기공연을 가졌다. 오는 1029일 시민회관에서 10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무용인이자 절친인 조은자씨가 창작한 아리랑 날개짓을 춤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민요메들리와 금강산 타령 등 민요와 창작 춤이 어우러진 진화된 무대가 파주시민회관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녀의 뜨거운 봉사 열정은 16년째 이어지는 파주단오축제 참여로 증명된다.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민요를 부르고 모심기, 다듬이질, 그네타기 등 주요행사를 구성하고 주관한다. 그녀는 그간 3백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그중 몇몇은 경기민요에 통달해 이곳저곳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고있다.

 

▲ 파주 단오제에서 경기민요를 부르고 있다

 

문학과 종이공예도 수준급, 해외전시도 여러 차례

그녀의 끼는 국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박 원장은 처녀 때부터 바닷가를 거닐며 자작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 화첩을 만들기도 했다. 또 종이공예는 전문가 수준이다. 상해문화원에서 열린 생활 공예 중국초대전, 인도네시아 문화원서 열린 종합공예초대전, 주불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생활 공예 프랑스초대전에 초청되는 등 안목과 손 솜씨가 일품이다. 그녀는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시 승격 후 첫 시장이 된 송달용 시장이 붙여준 이름이다. 말뜻에 걸맞게 그녀의 행보는 거침없다.

 

 

 

▲ 파주 단오제에서 모심기 시연중 

 

힘든 인생길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 고통은 발전의 연료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길에 힘든 일도 많았다. 장애로 인한 숱한 차별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적 궁핍, 남편의 가출과 이혼, 홀몸으로 딸 하나를 키워야 하는 고통과 압박감도 상당했으리라.

그러나 박원장은 긍정적 에너지로 딸 성혜림(연세대 법대 졸업)을 잘 키워냈고 지난 9월 시집보냈다. 착한 사위를 만났고 또 딸도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며 박원장은 비로소 큰 걱정 없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딸 혜림이가 최고의 엄마로 인정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간의 모든 고통과 고달픔이 사라진다고 했다. 누구든 고통과 시련이 다가오면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박원장은 어려움이 다가올 때마다 고통을 발전의 연료로 삼았고 봉사와 헌신을 통해 고통을 극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발상인가? 박 원장의 끊임없는 봉사와 열정적 헌신은 그녀의 국악학원 벽에 걸린 무수한 상장과 상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절망과 시련을 넘어선 에너지가 서린 파주 국악학원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파주시장상,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 등에서 받은 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자랑같이 보일 순 있겠지만 박 원장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딛고선 표식 같았다. 거친 세상 풍파와 절망과 시련을 넘어 밝은 에너지들이 현현한 형상으로 나타난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이제 힘들게 올라왔으니 어떻게 우아하게 내려갈까를 고민하고 있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이렇게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박공숙 원장의 얼굴이 참 아름답다.

 

파주 국악학원 파주시 금정로 18번지 지하 1

010 4278 2721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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