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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봄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힘 달항아리- 작가 최영욱

입력 : 2022-09-02 03: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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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바라봄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힘

달항아리 작가 최영욱

 

지난 10여 년 동안 미술계에 달항아리를 주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출현했다. 최영욱(59)도 그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는 매우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그걸 잘 유지하는 몇 명 안되는 블루 칩 작가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기분 좋은 소통의 채널을 갖고 있고 비싼 값을 지불하고라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컬렉터들을 줄 세울 줄 아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의 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도를 닦듯 쉬지 않고 그 힘든 작업과정을 매일 소화하는 것이다.

 

바라보다 보면 화면 속으로 빨려들고, 곧 자기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그림을 얼핏 보면 단순하게 보여 완성하는 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 100호 정도 크기의 달항아리 그림을 완성하는데 최소 1달이 걸린다. 다시 말해 작품제작에 성실과 노고를 바친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고요히 바라보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가까이 그림을 들여다보면 이내 자기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이렇듯 바라봄을 통해 자기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표면이 매끄럽게 보이는 듯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빙렬(氷裂)의 형상이 무한대로 연결되어있다.

 

 

작품 제목은 모두 까르마. 가까이 보면 빙렬의 형상 무한대로 연결

그의 달항아리 작품 제목은 모두 까르마(Karma). 업보가 원뜻이긴 하지만 그에겐 인연, 사랑, 관계다. 빙렬은 끊어질 듯 멀어지고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 실타래 같은 관계로 연결된 삶의 조감도를 상징한다. 그 복잡다단한 빙렬 들이 조용히 감춰져, 꿈을 꾸는 듯한 둥근 선 안에서 편안한 안식을 완성한다. 그 수 많은 빙렬들을 머금고도, 다시금 물러나 그의 그림을 보면 편하다. 이게 그의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림이긴 하지만 두께가 느껴진다.

 

닦듯 매일 지난한 작업과정 반복

젯소와 흰 돌가루를 섞어 캔버스에 칠을 하고 말린 다음 사포로 다시 갈아내고 다시 칠해 두께를 올린다. 그 두께를 올리면서 수성 무광택의 채색 물감을 느낌에 따라 농도를 달리하며 칠한다. 채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려서 다시 깎아내고 다시 제소를 칠하고 하는 식이다. 수차례 반복되는 이 지난한 작업을 통해 달항아리가 캔버스 안으로 들어오면 까르마가 시작된다. 작가가 도를 닦듯이 수많은 균열들을 그려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눈을 혹사하는 이 작업 때문에 1.5였던 그의 시력은 0.6으로 떨어졌다. 조수를 시켜도 될듯한데 꼭 그가 그린다. 그의 그림 중간 아랫부분엔 미세한 선들이 중첩되어 있거나 희미한 점들이 드러나지 않게 들어가 있다. 이 역시 인생길의 기억과 방점을 표현한 것들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치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그 암호를 풀어나간다.”.

 

나의 그림은 기억의 이미지화, 소통의 매개체

이어 그는 나의 그림은 기억의 이미지화, 소통의 매개체다. 중략. 달항아리와 조용히 만나본 적이 있는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극도로 세련된 그 피조물을 먹먹히 보고 있노라면 그건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내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인가를, 그는 이미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생각을 정리한 듯 2010년도부터 그는 모든 달항아리 작품에 까르마란 이름을 명명하기 시작했다. 작품들이 나오자마자 세상은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고대해 왔듯 열광했다.

 

빌 게이츠 재단 컬렉션과 헬렌갤러리 완판으로 증명된 작품의 인기

이곳 저곳에서 전시회 요청이 쇄도했고 지금까지 개인전만 30회를 치렀다. 2010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서 빌게이트 재단이 그의 작품 3점을 구매한 것과 필라델피아 박물관서 2점을 구입한 것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그의 달항아리 작품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9년과 2020년 노 화랑 전시도 성황을 이루었고 2020LA 헬렌갤러리서 열린 전시에서는 25점이 완판되고 갤러리 측의 요청으로 7점을 추가로 보낼 정도로 그의 작품은 국내외 모두에서 인기 정점을 찍고 있다. 그가 달항아리를 그리게 된 동기는 이렇다.

홍대 미대 회화과와 동 미술대학원을 나온 최영욱은 졸업 후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바깥 미술 세계를 둘러보러 미국과 영국 등을 둘러 볼 때였다. 200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썰렁하게 전시된 달항아리를 보고 우리 도자기의 진정한 가치를 그림으로 보여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지금도 그의 달항아리 그림은 그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진화 중이다.

 

전 세계인들의 감성에 와 닿는 달항아리 그림의 정신적 가치

그 가치는 한국적인 것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감성에 와 닿고 있기에 날이 갈수록 해외에서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현대인들은 지쳤고 쉼이 필요하다. 그의 그림은 그것들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내 작품은 더욱 평면적, 미니멀 하게 변하고 있다. 사방 2m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한 그는 큰 작품 속에서 더 포근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표정은 소탈하고 말도 부드럽다. 그의 그림 같다. 작업 노트에 적은 우리는 본디 착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하는 그의 글은 그가 캔버스 앞에 서서 처음 붓을 댈 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거침없는 발전과 확장을 이루게 하는 힘은 착함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스튜디오: 파주시 회동길 57-23, 2

전화: 010 3681 6270 E-mail: youngwook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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