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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돈 빌리고 안 돌려주나요?’

입력 : 2022-07-25 02:41:55
수정 : 2022-07-26 04:48:30

<사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돈 빌리고 안 돌려주나요?’

 

 

아기 기후 소송단

초등학교 4학년 한제아양이 지난 613일 헌법재판소에 기후 위기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 양을 포함해 5세 이하 39, 6~1022, 그리고 20주 차 태아 1명으로 구성된 62명의 아기 기후 소송단은 환경 보호 법을 강화하라고 소송을 냈다. 소송단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어 위헌이라고 한다. 지난 325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법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한다 해도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고, 이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환경빚을 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

20203월 청소년단체 청소년기후행동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청소년 원고 19명은 현재와 같은 온실감축목표로는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2021)에 기후위기 파주비상행동 출범식에서 청소년들이 지구사망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청소년들이 지구가 사망했다고 장례식을 치르며 어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근래에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절실함은 행복추구권을 떠나서 생명권,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재앙으로 14만여명 사망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럽환경청이 유럽 내 32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유럽 주요국이 기후 재앙으로 최대 5200억 유로(한화로 715)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한다. 홍수 등 물과 관련된 손실액이 44를 차지했다. 기후 재앙으로 최대 14만여 명이 사망, 이 중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90%가 넘었다고 한다(EBS, 2022.2.4.).

2021년 영국 글래스고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석탄 및 화석연료 의존도를 축소하겠다는 합의를 채택했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30년 걸려

그런데 지난 76일 유럽의회에서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했다. 그러나 모든 원자력 활동이 녹색기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갖추고 안전한 연료도 개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모든 원전은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해 운영 가능한 처분시설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도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하는 데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은 아직 고준위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부지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원전이 택소노미에 해당된다고 보도하고, 정부의 원전 회귀 정책을 비판없이 바라보고 있다.

 

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

윤석렬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에너지믹스를 새로운 비율로 정립한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국무회의 의결을 했다. 재생에너지 비율도 30%에서 20%로 감축하게 됐다.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아랑곳없는 정책이다.

앞서 밝힌 청소년과 어린 아이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생존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고준위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부지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택소노미에 해당되지 않고, 따라서 현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는 수조원에 달하는 탄소국경세를 내야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2023년에 도입하는 탄소국경세

유럽연합(EU)는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교통, 에너지, 농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EU 지역 내 탄소 배출량을 줄여왔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의 55%를 감축하기 위한 탄소국경세를 2023년에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EU가 수입하는 물품에 상당하는 탄소가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의 다섯 품목이 우선 대상이며,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이 같은 EU의 발표에 미국 역시 오는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린피스 코리아 등의 분석에 따르면 EU·미에 이어 중국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30년에 우리나라가 추가 부담하는 탄소국경세는 최대 약 1.9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 난민, 남 얘기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은 기본이고 시작일 뿐이다. 복지, 노동, 교육 분야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전환을 고민해야한다.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어린이, 노인, 가난한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먼저 기후 위기에 먼저 고통 받고 피해를 더 많이 당한다. 기후재난으로 2019년에만 140개 국가 및 지역에서 약 2,49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위기에서 가장 무서운 현상으로 식량난을 꼽았다. 금융위기든 코로나19든 그래도 먹고는 살았지만, 기후위기에는 마트에 가도 먹을 게 없어진다는 것. 기후위기는 언젠가는 지나가는 위험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에 사는 전국 96만 가구의 사람들(국토부 통계, 2021)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견디기 더 힘들어지고, 빈부의 차에 따라 영양 불균형은 더 커질 것이다.

이제 기후위기 문제는 식량의 문제, 젊은 세대의 생존의 문제, 취약계층의 기후난민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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