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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현안진단 - 지과필개(知過必改)를 잊은 '강제북송' 논란

입력 : 2022-07-25 02: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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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과필개(知過必改)를 잊은 '강제북송' 논란

 

 

 

정쟁으로 재점화된 북한주민 추방 사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는 작업이 한창이다. 남북관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과의 모든 대화가 중단되어 비핵화 노력이 길을 잃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대남군사전략으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중단의 이유와 책임을 따질 법도 한데 이런 문제는 뒷전에 밀리고 탈북자 ‘강제북송’ 사건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 해상에서 나포한 어선에 타고 있던 북한주민 2명을 닷새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추방한 일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이들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하였다.

 

  이는 테러범, 살인범 및 위장귀순 혐의자 등을 보호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한 관련 법률(북한이탈주민지원법 제9조) 시행 20년 만에 북한으로 직접 추방한 첫 사례가 되는 만큼 지대한 관심을 끌었고 적절성 논란도 뒤따랐다.

 

  추방 당시 이들이 저항하고 자해할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록 범죄(혐의)자이지만 자기방어의 기회가 없었다는 강제성 논란이 제기되었고, 처형될 것이 분명한데 북송한 것은 잔인한 처사였다는 비난도 있었다. 또한 이러한 무리한 조치의 배경에는 북한의 호의나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정부의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음모론까지 들먹대기도 했다.

 

  한편 우리 헌법 3조의 영토조항에 입각하여 북한주민도 우리 국민이므로 보호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추방할 수는 없고 정착금 등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뿐 우리 사회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목숨을 건 탈북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하게 살인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참작론도 제기되었었다. 평화재단은 이미 현안진단 제221호(2019.12.3.)를 통해 당시 논란을 정리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적 개선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지과필개(知過必改), 잘못된 점을 개선하지 않고 비판만 반복하면 바보짓이다. 망가진 외양간을 그대로 두고는 소를 키울 수 없다. 잃어버린 소에 대한 집착을 떠나 외양간을 고쳐 국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에 평화재단은 시스템 개선의 지표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북한이탈주민 법제도의 불투명한 부분을 명료화해야 한다.

 

  ‘강제북송(또는 추방)’논란이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국 북한주민을 우리 사회에 받아들이는 과정과 절차가 명료하게 법제화되지 않은 점이다. 현행 관련법령은 보호결정 이후의 정착지원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보호결정 전후 과정은 원론 수준이며 구체화 절차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보호결정에서 배제된 자들에 대한 관리와 사후처리는 거의 공백이다.

 

  2016년 중국 소재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 사건이 식당지배인과 우리 정보기관이 기획하여 꾸민 일이라는 의심으로 강제귀순 시비를 낳은 사례나, 2019년‘강제북송’사건이나, 모두 보호결정 전후과정의 객관적 법제 절차가 미비한 가운데 정부(또는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대한 의구심과 관련된 것이다.

 

  탈북자라고 모두 사전에 귀순결심을 한 후에 보호요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해상조난으로 구조되거나 정착금을 노린 악덕 탈북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가 ‘자의반타의반’으로 남한에 오게 된 경우 등에는 귀순결심을 하기 쉽지 않다. 가족 생각 등 여러 사정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결심을 번복할 수밖에 없고 최종 결심에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면 우리 정부가 귀순공작을 위해 이들을 억류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조사관의 기본 임무는 위장귀순자나 원천적 자격결함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조사과정에서 조선족(중국인)이나 위장간첩을 철저하게 적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 신문조사기관의 전신이 과거 남파간첩이나 고정간첩 또는 납북어부를 대상으로 대공조사를 하던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위장귀순을 의심받는 보호요청자의 자기방어 기회나 수단이 제대로 구축되고 충분한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적발된 위장 탈북자 중 간첩혐의자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관련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탈북자 행세로 적발된 중국인(조선족)들은 중국에 추방하고 있다. 우리 법률은 국제테러범이나 살인 등 반인륜 범죄자에 대해서는 보호결정을 거부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일단 보호결정을 받았다. 이 조항을 적용하여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2019년 문제의 사례가 유일하다. 

 

  또한 보호 결정을 받고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다 중대 범죄를 저지르거나 밀입북 기도로 처벌되어 보호결정이 취소된 사례도 지난 10년간 약 200건이 발생했는데,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 등 법적 제도는 공백상태로 매우 골치 아픈 일이 되어 있으며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보호 결정의 책임 소재도 애매하다. 현행법에는 통일부 장관이 보호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조사과정에나 조사결과 판단과정에 관여하지 못한 채 보호대상으로 결정된 자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만 맡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제도적 미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권 차원 외에도 대공안보 차원과 형사정책차원의 고려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탈북자 보호과정이 위장간첩의 안전한 대남침투경로가 되거나 비인도적 중범죄자의 도피처로 악용될 소지를 철저히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접점에서 일하는 근무자의 사기와 명예를 지켜주어야 한다.

 

  탈북자나 위장귀순 의심자라 하더라도 인권 차원에서 충분한 자기결정권과 자기방어권이 부여되어야 하지만, 관련 조사관 또는 넓게는 대공분야나 접적지역 근무자의 사기와 명예도 확실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어내는 과정에서 이들의 사기와 명예를 지켜내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에도 국정원, 국방부, 해경 등이 문제사건과 관련하여 반성문을 쓰거나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고발하는 상황이 발생해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공분야나 접적지역에서 근무하는 군경과 공무원에 대해서는 위험수당을 지급하여 열악한 근무환경을 일부 보상하고 사기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재직 중 사망한 경우에는 특별한 고려 없이 일반적인 공무상 순직결정과정을 거친다. 사망과 업무 연관성을 판별하여 순직여부를 결정하는 일반적 과정을 따르는데 이 과정에서 고인과 유족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0년 사건의 경우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 사과하는 초유의 일이 있었음에도 우리 정부의 순직처리가 지연되면서 그 와중에 월북자로 취급받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월북시도의 확증도 그 반대확증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론에 밀려 순직처리를 했다.

 

  애매한 상황이라도 접적지역 근무의 공을 생각해서 일단 순직처리를 하고 후일 월북으로 확증되면 이를 취소하고, 입증 책임도 유족이 아니라 정부가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한다면 최소한 문제 사건이 논란의 와중에 있는 애매한 상황에서도 고인과 유족의 명예는 연관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대공안보 분야에 대한 정치인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 우리는 군인들의 정치 개입으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민주화로 정치군인들을 일소하고 군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지 30여년이 경과한 지금 이제는 정치인들의 과도한 대공안보 분야 개입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민주정치에서 안보나 대공문제도 예외 없이 그 관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야 간 인식차와 정쟁이 불가피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 특히 안보와 대공분야에 대한 정치인들의 개입이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에 이 분야 근무자의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이지만, 이들이 국가이익이 아니라 정권의 눈치에 맞추도록 압박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위협이 심상치 않은 지금 정치인들은 안보 대공분야 근무자들이 최대의 능력과 사기로 자기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고, 국내정치의 진영대결의 장에 이들을 끌어들이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안보나 남북관계와 관련한 과거의 사건들을 끄집어내어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강제북송’사건만 해도 지금에 와서 반인륜적이냐 아니냐, 불법행위냐 아니냐,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느냐 아니냐를 다시 OX로 채점하는 것은 부질없는 논란이다. 그 당시에 이미 그런 논란이 있었고 과오나 허점이 지적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일에 정치인들이 진작 앞장서야 했다. 시스템 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 가르는 일을 재연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과연 국가의 이익을 정당의 이익에 앞세우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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