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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118) 전통 건축전문가 손창일 - “전통문화유산 보존의 한 길을 걷는다”

입력 : 2022-06-15 03:44:40
수정 : 2022-06-17 00:56:00

아름다운 얼굴 (118) 전통 건축전문가 손창일

 

전통문화유산 보존의 한 길을 걷는다

- 우리나라 문화유산보존 미약, 조상의 얼을 제대로 살려내야

 

▲전통 건축 전문가 손창일

 

흥선대원군 사랑방 아재당(我在堂) 4년 만에 파주 탄현에 재건 성공

전통건축 수리기술진흥재단의 부재 조사연구팀장으로 재건에 기여

 

전통건축 수리기술진흥재단(이사장 김창준)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사랑채로 알려진 운현궁 아재당(我在堂) 재건공사를 마치고 지난 527 파주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내 아재당 현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이로써 근 20여 년 동안 사라졌던 흥선대원군의 당시 거처를 꼼꼼한 복원작업 끝에 파주 땅에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 파주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내 아재당 전경 

 

80여 명이 땀 흘리고 23억 들여 이룬 아재당 재건

아재당(我在堂)은 흥선대원군이 거처하던 운현궁의 사랑채로 내가 있는 곳이란

뜻으로 흥선대원군의 위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건물이다.

아재당은 1969년 운현궁 권역이 축소될 때 개인에게 매각되어 종로구 부암동 129-29번지로 이전되었다가 2002년 해체되어 화성시 자재창고에 보관 중인 부재를 2008년 문화재청에서 매입, 2018년 전통건축 수리기술진흥재단에서 파주 센터로 옮겨와 근 4년에 걸친 재건작업 끝에 완성됐다. 아재당의 성공적인 재현을 위해 그렇게 그동안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손창일 부재 조사연구팀장(46)을 만났다.

손 팀장은 부재(部材,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여러 가지 재료)를 연구하고 기술자들과 협력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인 아재당을 파주 땅에 재건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아재당을 재건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23, 기술 및 공사관계자 80여 명이 투입됐다. 손창일 팀장은 나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술자와 직원들의 협력과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을 돌린다.

 

▲ 타고남은 숭례문기둥

 

숭례문 방화사건이 계기가 되어 2017년 세워진 전통건축 수리기술진흥재단

아재당이 파주 땅에 재건된 동기는 숭례문이 2008년 방화범에 의해 소실된 사건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전통방식 복구가 아닌 부실한 복구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부재의 보존과 수리기술을 보강할 필요를 느껴 2017년 문화재청 산하에 특수법인으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이하 진흥재단)을 탄생시켰다.

진흥재단에선 전국적으로 중요건축 문화재 수리현장을 모니터링해 사용이 가능한 부재와 불가능한 부재를 분류, 활용하거나 보존한다. 이곳 파주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수장고에 불타고 남은 숭례문의 목재와 중요건축 문화재 교체부재이 보관되어 있다. 손 팀장은 부재를 보면 당시 건축기술과 중건 보수 이력을 알 수 있고 당시 사용했던 치목 공구가 가늠이 된다라고 했다.

 

 

▲ 모아놓은 주춧돌

 

고교때부터 지금까지 한 길만 걸어온 전통건축전문가의 길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 연구원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다른 길을 가본 적이 없다. 유한공업고등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태창 건축사무소와 이어 삼풍 엔지니어링서에서 모두 10년간 설계사로 일했다. 나름 인정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돌연 32살이 되던 해 부여에 소재한 4년제 한국전통문화대학에 입학한다. 36세 나이에 전통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급생과 결혼했다. 이어 미추홀 건축사사무소에서 전통건축전문가로 일했다. 2017년 진흥재단의 출범과 함께 창립멤버가 된 그는 제대로 된 전통건축가가 되고자 했었던 꿈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진흥재단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있던 아재당 부재가 들어왔고, 이게 나의 중요한 재건 실험작이 되었다. 부재를 가지고 당시 문헌과 사진을 비교하며 부재가 설치된 정확한 장소를 찾는 일은 어려운 퀴즈를 푸는 기쁨이었다라며 소회를 전한다.

 

▲수장고에 보존된 옛  문화재 목재들

 

2009년 안국동 별궁 재건이 바탕이 되어

그의 많은 문화재 설계 경력중 중기 실험작은 2009년에 부여로 이전 재건을 깔끔히 마친 안국동별궁(순종의 가례장소로 사용:당시 풍문여고 내)이다. 해체실측 및 복원설계, 수리보고서 등을 담당하였으며, 안국동 별궁 이전 복원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아재당 재건공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상량식 대목수분들 함께

 

손상된 부재(部材) 사용시, 진정성과 효용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는 어떤 상태에 있는 부재라도 늘 애정어린 시선을 가지고 그 이력과 한계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손상된 부재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늘 큰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왜냐면 옛날 그대로의 것을 살리는 진정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걸 쓸 수 있도록 하는 효용성 역시 중요하다라는 게 그의 재건 철학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추녀 8본중 4본에 대하여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팀원들과 비파괴진단 및 시험 연구를 통해 추녀 상단부에 대한 보강 후 재사용을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녀 윗부분의 훼손부를 걷어내고 목재를 덧대어 보강해 조립하였다. 옛 부재를 사용하여 진정성을 살리고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며 흐뭇한 미소를 띤다.

 

 

 ▲ 미리본 전시장일부

 

아재당 개관은 7월 중순

그는 파주시민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장고 개방을 했을 때 관심이 높았고 이제 C 구역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시관을 내년 중으로 개관하면 파주 시민들이 많이 찾아올 것을 기대했다. 아재당은 7월 중순부터 둘러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전통건축의 한 길을 걸어온 손창일씨

 

자본 논리에 휘둘리는 한국 문화유산보존에 아쉬움.

그는 대전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3학기가 끝났고 논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가 멀리 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그가 존경하는 이승용 교수(현 문화재 사적분과 위원회 위원)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다. 그는 일본이나 유럽국가에 비해 한국의 문화유산보존이 미약함을 지적한다. 특히 보수 수리를 맡은 기술자들이 기업체 소속이다 보니 일부 자본 논리에 잡혀 온 힘을 다하는 보수나 수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진흥재단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는 농구를 좋아한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우리동네 예체능농구편에 전주대표 동호인 농구선수로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거구다. 또 운동해서 그런지 단단해 보인다. 그를 보면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화엄사의 고주(높은 기둥)같다. 그 기둥에 기대어 사진을 찍으니 그가 기둥과 하나가 된 것 같이 보였다. 우리는 다 과거와 연결돼 있고 그래서 조상의 지혜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있는 전통건축을 살리는 것은 참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티 나 않는 분야에서 한결같이 한국전통건축문화를 지켜나가는 그의 든든한 모습이 아름답다.

 

 

전통건축 수리기술진흥재단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12

031 929 8300

www.kofta.org

 

김석종 기자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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