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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옛날 이야기 - 모내기

입력 : 2022-06-07 04: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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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옛날 이야기

 

 

                                                도시농부 신희곤 

모내기 철이 한창 인 때에 전역을 했다. 군기 바짝들어 아침 일어나자 마자 경운기를 몰고 논으로 간다. 경운기는 하루종일 딸딸거리며 온 논을 휘젓고 다녔다. 거머리도 혹시나 다칠까봐 잽싸게 경운기를 피해 도망갔다. 백로와 왜가리가 먹이를 구하러 논으로 찾아왔다. 이녀석들 때문에 심심하지 않았다. 새참을 먹고 점심도 먹고 힘들면 막걸리를 마셨다. 그렇게 보름 정도 걸려 모내기는 끝이났다.

1년 농사중에 가장 힘든 농사가 모내기다. 뻘같은 논에서 허리를 펴기가 힘들게 수천번의 동작을 반복해야한다. 어쩌다 거머리에 물리면 물린 자리가 며칠은 가려웠다. 쑥을 돌에 찧어 붙여 보기도 하고 담배가루를 붙이면 금새 피가 멎었다. 여자들은 올 나간 스타킹을 신어 거머리에 물리는 걸 예방했다.

품앗이로 동네사람들이 모내기를한다. 아이들도 모내기철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동생을 등에 업고 모밥을 나르거나 막걸리를 배달해야 한다. 학교보다 아니 공부보다 일이 중요했던 시절이다. 몸이 고단하면 노래를 부르고 술로 아픈몸을 마취시켜가며 일을했다. 논두렁에 앉아 먹는 모밥은 어찌나 맛있는지 지금도 눈에선하다. 콩장. 칼지조림. 마늘쫑. 열무김치...

지금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한다.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논에는 사람이 들어서지 않는다.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준다. 기계 없으면 농업기술센터로 가면 빌려준다. 조합에서 모내기도 해준단다. 내년에 조합장 선거라나? 지금은 몇 십마지기의 논에 모내기를 혼자서서 척척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뜬모를 하고나면 관광버스를 불러 온동네 사람들이 하루를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버스가 흔들거리게 춤판이 벌어졌다. 서울사람들보다 서울의 관광지를 다 구경하고 다녔다.

그렇게 모내기를 함께했던 고향 사람들 대부분 병들고 나이들고 세상을 떠났다. 동네에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소쩍새 소리만 구슬프다. 논두렁을 같이 붙이시던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이다. 내일 비가 온다니 오늘 고구마를 심으로 간다. 고구마도 기계가 심어줘라...ㅠ
오디를 남들이 따 먹던데... 빨리가서 오디 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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