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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과학스토리 (98) 유치원 커플이 없는 이유, 웨스터마크 효과(Westermarck effect)  

입력 : 2021-11-11 08:29:41
수정 : 2021-11-11 08:30:09

흥미진진과학스토리 (98)

유치원 커플이 없는 이유, 웨스터마크 효과(Westermarck effect)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생물종들은 자연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전적으로 우연에 의지하지만 유전자의 다양성은 예측불허의 자연환경이 심술을 부려도 그중에서도 어떤 형제는 살아남을 길을 열어 준다. 질병이라는 측면에서도 다양한 유전자는 끊임없이 침투를 시도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단일종으로 재배되던 바나나는 지구에서 사라질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자연에서 유전적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은 근친교배이다. 형제자매 간의 교배는 유전적 다양성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개체 수의 급감 같은 불행이 없다면 잘 벌어지지 않는다. 근친교배는 잘 알려져 있듯이 유전자의 교정기능이 취약해져 장애나 유전병 발생률을 높인다. 질병이 일가족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지구에 번성해 있는 생물 종들은 유전적 다양성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중에는 영장류의 일원인 인간도 포함된다. 핀란드의 인류학자 알렉산더 웨스터마크 (Edvard Alexander Westermarck, 1862~1939)는 인간에게서 이런 진화적 특징을 찾아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그의 이름을 빌어서 웨스터마크 효과라고 부른다. 웨스터마크 효과란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친족 사이에서의 성행위 기피현상을 말한다.

 

남아메리카의 마모셋과 타마린, 아시아의 마카쿠원숭이, 개코원숭이, 침팬지를 비롯하여 성적 발달이 자세히 연구된 인간 이외의 모든 사회적 영장류 종에서 암컷과 수컷 성체들은 모두 '웨스터마크 효과(Westermarck effect)'를 보인다. 어릴 때 가까이 지낸 개체들끼리는 성행위를 기피하는 것이다. 어미와 아들은 교미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함께 자란 형제와 자매는 더 먼 친척들에 비해 짝짓기를 하는 사례가 훨씬 적었다.”

- 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중에서

 

 

 

 

웨스터마크는 1891년에 그의 저서 <인류 혼인사 The History of Human Marriage>에서 이런 현상을 처음 소개했다. 이에 관한 후속 연구들은 웨스터마크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스탠퍼드의 아서 울프는 후속 연구로 민며느리제나 족외혼, 매매혼의 전통을 연구했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장래에 아내가 될 여자가 생후 30개월 이전에 입양된 경우에는 오빠와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합방을 시키기 위해 강요를 하거나 심지어 체벌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통상의 '일반 혼인' 부부보다 이혼율이 3배나 높았고 자식의 수도 거의 40퍼센트가 적었다. 이 케이스의 여성은 3분의 1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일반 혼인 케이스의 여성의 불륜은 약 10퍼센트였다고 한다.

울프의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생후 30개월이 결정적 시기이며,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억제 효과는 더 강력해져 사랑보다는 오히려 우정이 쉽다.

생명은 유전적 다양성을 지향한다. 몸 안에 새겨진 유전자의 명령이다. 웨스터효과의 반대 현상이 프로이트가 주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프로이트의 주장대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이런 심리적 욕망이 실재했다면 일찍이 인류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의 상상은 지극히 문학적이어서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인류가 번성해 온 걸 보면 웨스터효과가 더 설득력 있다. 진화의 역사에서 다양성에 실패한 종은 예외 없이 지구에서 사라졌거나 멸종된다. 웨스터마크 효과는 또한 인류의 집단 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사회성을 높이는 역할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북클럽 <과학책을 읽는 보통 사람들> 보통 회원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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