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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112) 조용란 환경운동가 - 세아이 엄마농부에서 환경운동가로

입력 : 2021-11-01 00:42:52
수정 : 0000-00-00 00:00:00

아름다운 얼굴 (112) 조용란 환경운동가

     세아이 엄마농부에서 환경운동가로

일상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 실천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던 조용란 환경운동가를 만난 건 그녀의 움터인 심학산 자락이었다.

약천사 입구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자기 집 마당에서 그녀는 빨간 마른고추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녀는 맑은 가을 햇살 속에 마당과 연이은 오픈 창고 같은 곳에 편하게 앉아 고추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집 오른쪽으론 그녀가 직접 담근 고추장, 간장, 된장들이 옹기에 담겨 익어가고 있고 오픈 창고 곳곳에 밭에서 수확한 밤이며 감, 고구마 등이 보인다. 조용란씨(53)는 그녀의 삶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표본이 되기 때문이다.

 

 

심학산 자락서 28년 살며 무공해의 삶을 즐기는 가족들

그녀가 먹는 것은 화학비료가 없는 유기농 식품이고 그녀가 쓰는 물건 거의 전부가 무공해 제품들이다. 화학물질의 총화인 플라스틱, 비닐은 되도록 쓰지 않는다. 비누도 직접 만들고 플라스틱이 기본인 칫솔 대를 대나무로 바꾸었고 천연식물 수세미로 설거지를 한다.

그녀는 남편 황규태 씨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부부는 심학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고 거기서 소출되는 작물을 주로 먹거리로 사용한다. 소똥을 거름으로 사용해 지력(地力)을 높이고 유용 미생물균 EM을 비료로 쓴다. 농약은 쌀이 발아할 때만 빼놓고 쓰지 않는다. 2천여 평의 논에서 나오는 쌀과 1천여 평의 밭에서 나오는 고추, 감자, 고구마, 오이, , 토마도, 가지, 호박 등을 키워 자급자족한다. 남편 황 씨는 고기만 사 먹는다라는 말로 그들의 자급자족 방식을 간단 설명한다.

 

 

심학산 둥이네 지역농산물& 나눔

남은 농산물들은 그녀가 운영하는 심학산 둥이네 지역농산물 & 나눔이란 밴드에 올려 판다. 2018년에 만들었으니 벌써 3년째다. 오이 같은 경우에는 생으로도 팔지만 오이지나 장아찌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그녀가 속한 슬로우 푸드, 녹색당,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이 주요 고객들이다.

슬로우푸드협회는 성장호르몬인 GMO를 전혀 쓰지 않고 직접 재배한 콩으로 장을 담가 보기 위해 알아보다 인연이 됐다. 지금까지 28년을 살고있는 심학산 자락은 그녀의 인생 터전이다. 이곳에서 아들 셋을 낳아 키웠다.

28년 전 심학산 주변의 모습을 물었다. “앞에는 전부 논이어서 가을엔 황금들판이 펼쳐지고, 밤이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아이들이 냇가에서 가재도 잡았고 보라색 붓꽃들이 흐드러졌다라고 당시의 청정 심학산을 설명한다. 그러나 세월은 시나브로 흘러갔고 이젠 점점 산등성이 꼭대기로 올라가는 공해세력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지경까지 환경이 나빠졌다.

 

 

심학산 지킴이에서 공동육아교사로

그녀는 심학산 지킴이 활동을 7년동안 해왔다. 심학산에서 생태교실 강사를 하며 아이들과 심학산에서의 추억을 심고, 심학산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지키고자 했다.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숲연구소에서 생태 해설가와 심화 과정을 수료했다.

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갖게 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에서 4년간 유아 교육을 공부했고 보육교사 자격증과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방통대를 졸업한 해인 2017년 그녀는 파주 유일의 공동육아유치원인 반딧불이 어린이집의 교사로 취직을 했다. 4~7세까지의 유아들을 상대로 그녀가 믿고 있는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 알리는데 4년간 온 힘을 기울였다. “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 노는 거 아니냐는 아들의 지적같이 늘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놀며 행복했었다라고 말한 조 씨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는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동안 지나친 에너지의 방전으로 지금 휴식기를 갖고 있는 중이다.

 

 

▲ 폐유를 활용한 무공해 비누 만들기와 만든 비누

 

교사직 그만두고 에코 가이드시작

교사직을 그만두고 나니 육아에서 환경으로 관심이 다시 새로워졌다고 말한 조 씨는 잠시 접어두었던 고양 파주지역의 환경조사 모니터링단체인 에코 코리아의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올해부터 에코코리아에서 환경생태를 안내하는 에코 가이드로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녀는 몇 해 전 성곡미술관에서 보았던 크리스 조던의 사진전에 대해 말을 이어간다. 작가가 태평양 바다에 떠 있는 미드웨이란 쓰레기 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알고 먹다 죽은 새들의 배속에 라이터, 플라스틱 조각, 칫솔 등이 가득 찬 사진을 보았을 때의 그 먹먹함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 조 씨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을 너나 할 것 없이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한다.

최근에 그녀는 고양시에서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파는 산두로상점을 발견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샵(Zero Waste Shop)이다.곧 쓰레기가 되고 화석연료로 공해를 일으킬 포장을 제외한 알맹이만 파는 가게다. 그녀는 파주 야당동에서 유사한 가게가 파주 최초로 생긴다는 소식에 촉각을 곧추세우며 곧 달려가 볼 기세다.

 

손텀장인(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 갖고 다니는 사람)이 되자

그녀의 지구 살리기 실천은 작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포장이 기본인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고 직접 식당을 찾는다든가, 정육점에 갈 때 통을 가져가고, 커피숍을 갈 때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또 일회용 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마켓 갈 때 장바구니를 가져가는 것이다. 또 소비자로서 기업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환경 친화 제품생산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기업들도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다.

그녀는 올해 317일에 출범한 기후위기 파주 비상 행동에 집행부 인원으로 합류했다. 멋진 행보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실천에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태주면 그게 환경운동이다.

한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흐름을 만들 것이고 그게 바로 지구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석종 기자

#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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