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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이야기 (92)  우주의 유령 2

입력 : 2021-09-17 09:07:32
수정 : 0000-00-00 00:00:00

흥미진진 과학이야기 (92)  우주의 유령 2

 

 

인류의 도덕이란 객관적인 실체가 있는 것일까?

생명의 진화라는 관점을 통해서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철학이 너무 어려워 절대 얼씬거리지도 않던 필자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와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너무나 흥미진진한 발상 전환의 경험이었다.

빨간색은 물체의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다. 우리의 시각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특정 주파수의 광자가 망막에 부딪쳐 시신경으로 전달되면 우리 뇌가 그 파장을 빨강이라고 해석을 붙여서 우리에게 보고한다. 그러니 빨강이라는 것은 물체의 객관적 실체가 아니고 뇌가 해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같은 생명체가 없다면 빨간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없는 숫자처럼 그저 주파수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빨강은 인류의 주관적인 특징이지 우주의 객관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빨강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진화의 역사에 뿌리를 둔 우리의 특징일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는 빨강을 존재하게 하였다.

하버드 대학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Edward Osborne Wilson)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도덕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잘 익은 사과를 빨갛다고 보는 것처럼 잘못된 행동을 보면 객관적이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도덕과 빨강은 중요한 의미에서 실재하지만 빨강이 없다는 것과 도덕이 없다는 것도 역시 객관적인 팩트이다. 빨강과 도덕은 인간으로부터 독립해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하고, 고유한 진화적 과정을 거쳤고, 고유한 시각체계와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세상의 특징은 아닐지언정 빨강과 도덕은 실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윌슨은 그래서 객관적인 실재는 아니지만 실재하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막연하게 도덕이란 절대적인 그 무엇이라고 믿어왔던 필자에게 도덕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설득되어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첫 질문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철학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던 한 사람으로서, 거듭 말하지만 나는 무엇을 주장할 처지가 아니다. 진화론이 제기한 문제의식이 신선해서 과학 이야기에 소개하고 싶었다. 도덕의 진화로 출발한 생각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 리처드의 생각은 다시 한 걸음 더 나간다.

도덕 감정의 진화적 기원을 인정한 다음에는 도덕 감정을 그 어떤 궁극적이고 객관적인 원칙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진화론적 고찰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연역할 기본적이고 규범적인 도덕 원칙이 없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규범이나 윤리에 대한 뿌리를 의심하고 흔들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역학과 더불어 진화론 역시 우생학이라는 지독한 함정에서 벗어나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니고 잘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과제 같은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참고: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리처드 드위트, 세종 출간,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 가입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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