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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28)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장개석 신사(中正神社)

입력 : 2021-09-17 08:38:01
수정 : 2021-09-17 08:40:48

이해와 오해 128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장개석 신사(中正神社)

 

 

저술가 박종일

 

일본에는 신사(神社)가 매우 많다. 일본정부 문화청에서 발행한 2019년도 종교연감에 따르면 종교법인으로 등록된 신사만 8만여 곳이고 종교법인이 아닌 신사도 허다하다. 신사마다 각기 다른 숭배의 대상을 갖고 있다. 숭배의 대상은 산천과 호수, 수목과 산림, 동물과 식물, 도구와 그릇 등 없는 것이 없고 전설에 나오는 인물과 실존인물을 모시는 신사도 당연히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흔히 ‘8백만의 신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누카타(額田)군 코타쵸(幸田町)에는 중정(中正)신사가 있다. 중정은 장개석(蔣介石, 1887-1975)의 호다. 이 신사는 장개석이 사망한 후 1970년대 중반에 건립되었다.

1945815일 일본 천황이 종전(일본에서는 패전이라고 하지 않고 종전이라 부른다) 조서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94일에는 중국 국민당 정부 총통 장개석이 항전승리를 맞아 전국의 군민과 세계의 인사들에게 보내는 글을 발표한다. 장개석은 이 글에서 “······여기서 나는 남을 나 자신처럼대하고 적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우리 중국동포들은 옛 허물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것을 지고의 덕목으로 받들어 온 민족의 전통을 잊지말아야한다. 우리는 일본의 군벌이 우리의 적이지 일본의 인민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점을 일관되게 밝혀왔다······우리는 보복하지 않을 것이며 적국의 무고한 인민에게 모욕을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파시스트 군벌에게 우롱당한 그들에게 연민을 표시할 따름이며 그들이 스스로 실수와 죄악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도록 할 것이다. 적의 이전의 폭행에 대해 폭행으로 갚아주고, 그들의 이전의 잘못된 우월감을 모욕으로 갚아주려 한다면 원한을 원한으로 갚음이니 영원히 끝이 없을 것이다. 이는 인의(仁義)를 가르친 우리 스승들의 뜻과도 맞지 않다······.”

국민당 정부는 타이완으로 옮긴 후 중화민국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일 강화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 중화민국은 다만 일본국민이 중화민국을 위해 생산적인 일에 종사하기를 요구할 뿐 일본국과 그 국민이 중국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벌인 행동으로 인한 어떤 손실에 대해서도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중화민국은 전승국으로서 일본을 점령할 권리가 있었지만 (국공 내전으로 병력을 파견할 형편이 안 되는 탓이기는 했지만) 상징적으로 헌병 1개 소대만 파견했다. 전쟁이 끝난 후 중국에는 120만 명의 일본 군대와 140만 명의 일본인 교민이 남아 있었다. 장개석은 중국 파견 일본군 최고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岡村寧次, 1884-1966) 등 소수의 전범을 제외하고 일본 군대와 교민을 신속하게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국민당정부는 일본 군인과 교민 한 사람당 최소한의 침구, 의복, 신발, 행낭과 1인당 1,000(교민)500(군인)의 현금 소지를 허락했고 출국할 때까지 10개월 동안 식량을 공급했다. 오카무라 야스지는 훗날 회고록에서 남양 각국에서 귀환한 교민들에 비해 중국에서 귀환한 교민의 소지품이 너무 많았다고 기록했다.

중정신사의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신사는 중화민국 전 총통 장중정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신사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그날 중정공은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라는 중화민족의 전통적인 미덕을 강조하며 일본에 대한 분할점령 반대, 전쟁배상금 반대, 천황제 폐지 반대, 200여 만 군인과 교민 즉시 일본송환의 원칙을 밝혔다. 이 때문에 오늘날의 일본부흥이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패전국에 대해 이런 관용을 베푼 각국의 지도자는 없었다. 그 큰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어 특별히 이 신사를 여기에 세워 진정한 감사를 표하고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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