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피아니스트 지휘자 클럽M 리더, 김재원 -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 앙콜 공연 이어져

입력 : 2021-08-13 10:19:14
수정 : 2021-08-13 10:21:59

피아니스트 지휘자 클럽M 리더, 김재원

-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앙콜 공연 이어져

- 본사 주최 평화를 울리는 피아노콩쿨특별심사위원으로 위촉

 

 

 

우리의 요청으로 그가 연주한 음악은 아마 그가 좋아한다는 러시아의 작곡가 스크랴빈(Scaiabin)의 에튜트(Etude: 연습곡)인 듯 했다. 처음 들어본 곡이었지만 그가 들려준 선율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용하면서도 조화로운 이 음악은 그의 진지한 연주모습과 어우러져 그의 크지 않은 작업실에 꽉 찬 음률의 구조물을 완성시켰다. 맑은 얼굴에 검은 티를 입은 그는 편한 몸짓과 인상을 지녔다.

그는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5학년때 피아노로 전향했다. 그의 실력을 알아본 선생들은 그에게 음악가의 길을 가도록 권했고 예원 중,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에술종합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는 한예종 1학년 때 동아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피아노 영재의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콩쿠르에서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하며 그의 예술성은 이제 보다 큰 서구무대로 향할 단계를 밟고 있었다. 그러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그는 돌연 학교를 자퇴한다. 담당교수와 음악과 진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됐건 학력을 우선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자퇴한 것은 그의 개성이 그 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의 태도에 실망한 아버지는 지원을 끊었고 그때부터 그는 반주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열심히 했다. 잘하는 연주자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 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아이들의 반주를 많이 했다고 말한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한 사립초등학교의 클라리넷 콩쿠르 반주를 도맡아 하면서 반주자가 독주자를 어떻게 돋보이게 하는 걸 알았다. 반주는 대화와 같다. 대화를 풀어가듯 독주자의 의도를 잘 알아차려 협력하는 묘미가 있다고 밝힌다. 입소문을 타면서 그와 함께하는 악기가 다양해 졌다. 오보에 바이올린, 바순 연주자들이 그에게 반주를 부탁해왔다. 지금까지 그가 반주한 독주자들만 200여명이 넘는다.

이쯤되면 그는 프로페셔널 반주자로 입지를 굳힌 듯 싶다. 한걸음 더 나가 그동안 호흡을 맞추었던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클럽M을 결성 음악감독을 맡아 활동을 시작했다.

 

 

Q1. 김재원 피아니스트를 떠올리면 클럽M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다른 클래식 연주와 달리 젊은 클래식 연주가들이 모여 만든 클럽M의 인기가 대단한 것 같다. 클럽M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그리고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A. 오래 반주를 하면서 실력있는 독주자들을 알게 되었고 이들과 같이 앙상블연주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17년 출발했다. 피아노를 비롯해 10명이 각기 다른 악기를 가지고 바로크로부터 현대음악, 창작곡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는데 의외로 인기가 좋은 것 같다.

 

 

  Q2. 지난 515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경기아트센터, 예술의전당까지 총 3회의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고, 오는 821()-22() 부산 드림씨어터, 828()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연주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95일 예술의 전당에서도 앙콜 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클래식 음악 전공으로 피아니시트로 알고 있는데, 영화음악 편곡에 지휘까지 영역을 넓혔는데, 동기가 궁금하다.

A. 히사이시 조 감독이 연주, 작곡, 그리고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는 것에 공감해 왔고, 그의 음악을 많이 연주하며 음원까지 낸 적이 있다. 음악가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많다. 나도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히사이시 같이 여러 분야에서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

 

 

 

Q3.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지휘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정명훈이나 장한나 지휘자를 들 수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로 활동영역을 넓힌 이유가 무엇인가?

A.어느 분이 반주로 독주자를 돋보이게 하듯이 지휘를 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휘를 통해 곡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에 시작은 했지만 아직 미숙하다. 하지만 해 볼수록 재미있고 도전적인 영역인 것 같다.

 

 

 

▲  자작곡 앨범 '음악을 그리는 화가'

Q4. 우리나라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이셨던 김성림 선생님이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김성림 선생님의 손자이신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파주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림 선생님을 추모하며 저희 신문사(파주에서) ‘평화를 울리는 피아노 콩쿨을 준비중에 있다.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는가?

A. 할아버지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연주를 하시면서 때론 내 손을 잡아 건반위에 올리고 키를 잡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산책과 스케이트를 즐기셨고 애주가였다. 술이 거나하시면 나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시키셨던 기억이 난다.

 

▲ '천국의 콘서트' 연극포스터

Q5. 작년에 김재원씨와 할아버지, 아버지의 음악이야기를 천국의 콘서트라는 연극이 상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연극에서 아버지와 재원씨가 음악배틀을 한다는 설정이 있는데,이 연극이 3세대의 음악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가?세대간 음악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연극] 연극에 담은 3대 음악이야기'천국의 콘서트'

1927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김성림은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웠고, 한국전쟁 때 남하 해 미8군 건반 주자로 활동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당시 최정상 재즈 연주자들과 활동했다. 그는 말년에 작곡에 힘썼는데, 2011년 사망한 뒤로 180곡 유작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극에서는 자유분방한 음악을 해온 아들(김진우)과 엄격한 클래식 교육을 받은 손자(김재원) 간 갈등 속에 김성림의 유작 편곡을 놓고서 공개 배틀을 벌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A. 아버지인 김진우가 극본 연출을 맡았고 내가 음악감독을 맡아 만들었다. 한 음악가족의 스토리를 연극으로 올리고 나서 내가 제작 제안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음악가족의 일대기를 되살리는 보람이 있었다. 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남긴 유작곡중 일부가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흐믓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러 와 주셨다.

 

 

 

  Q6. 순수 국내 피아니스트(?), 말하자면 해외 유학파가 아니면서도 그 이상으로 음악계에서 신동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신이 걸은 길에 대해 후배 음악가들에게도 권할 생각이 있는가?

A. 음악가의 길은 여러 개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꾸준히 해간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주자도 마찬가지다 반주자라고 해서 연주자로서 품격이 떨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반주자들도 엄연한 아티스트들이다.

 

 

 

 

Q7. 음악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음악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클래식을 전공한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현 주소를 진단한다면?

A. 음악을 즐기는 풍토가 별로 없다. 한때 배우며 지나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문제다. 음악성이 떨어지지 않게 음악을 자주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음악이나 광고같은 것에 클라식 음악이 섞여있는 게 싫다. 나름 클래식분야가 고유한 영역으로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인 견해다.

 

 

클럽M 멤버들

 

Q8. 일반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하고, 감상을 즐기도록, 현대인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A. 처음엔 거부감, 부담감이 들것이다. 하지만 차분한 상태에서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그 음악을 즐기게 된다. 공연도 가보고 현장에서 연주를 잘 지켜보다 보면 조금씩 이해가 가게 될 것이고 자주 듣다 보면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정신적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Q9.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들이 데이트 하면서 듣기를 권하는 음악을 추천하신다면? 이런 장르가 따로 있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김재원씨가 가장 사랑하는 곡은 무엇인가?

A. 곤란한 질문이다. 굳이 고르자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사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2악장을 추천한다. 파가니니의 광시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도 부드럽고 좋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은 참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그렇다. 하나 밝히자면 앞서 연주한 스크랴빈의 에튜드도 좋아한다.

 

인터뷰가 끝나후 독주자로서 더 뻗어나갈 생각은 없는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때가 되면!

 

그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좋아하며 수시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그가 나에게 준 명함은 비욘드 디멘션(BEYONDIMENTION)의 창작디렉터였다. 굳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무엇을 하던 그는 전진하고 있었고 현 시대의 성실하고 진지한 음악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석종·임현주 기자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