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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물을 매개로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송창애작가 물을 통해 세상을 본다  

입력 : 2021-07-01 12:29:54
수정 : 2021-12-21 01:43:26

<예술은 나눔이다>

 

물을 매개로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송창애작가

물을 통해 세상을 본다.


 

▲워터스케이프 1457, 122x244cm, 장지에 흑연, 아크릴, 물 드로잉, 2014

 

송창애(49) 작가의 작업실에는 콤프레셔가 4대다. 바람을 뿜어내는 기구에 물을 장착시켰다. 그림을 그리기 전, 큰 캔버스를 눕혀 분채나 토채 가루를 솜으로 문질러 발라 바탕 작업을 한다. 콤프레셔가 돌아가고 유심히 캔버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듬는다. 이윽고 물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린다. 정확히 말하면 그리는 것이 아니라 푸른 색조로 도포된 화면을 지워나가는 작업이다. 점과 선, 생동하는 유기적인 이미지가 생성된다. 벗겨진 부분은 자연 그림이 되는 것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 Waterscape 1401 122x244cm 흑연, 장지, 물기법 2014

 

물을 뿌려 물 그림을 만드는 역설적 작업방식

그녀가 물을 뿜어 그리는 작품도 물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니 물로 물을 그린다는 말이 맞는다. 그림의 농도와 선의 굵기 등의 변화는 단 하나의 물붓(스프레이건)의 수압에 의해 조절한다. 화면과의 거리, 콤프레셔의 압력, 물 투사 시간, 손놀림의 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상들이 푸른 암부 속에서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드러난다. 송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지들은 그녀의 심상이자 우주 보편적인 생명의 본질이다. 직관과 우연에 의한 본능적 몸짓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 생성의 근원적 본질을 감각적 실체로써 드러낸다. 그녀에게 물은 운동, 생성, 변화하는 생명 그 자체로써,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돕는 영매와 같다.

 

 

 

 

▲  Waterscape 17085_물꽃, 190x190cm, 분채, 캔버스, 물 드로잉, 2017

  

무의식에 올라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그녀는 이수관지(以水觀之)로 표현한다. 그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사상으로 물을 통해 세상을 보다는 뜻이다. 그녀의 작업은 즉흥적이다. 따라서 덧칠할 수 없고 대부분 현장에서 완성된다. 되돌릴 수 없는 일회성만이 존재하는 퍼포먼스적 경향을 띈다. 그녀의 작업은 행위와 과정을 중시하며 망아(忘我)의 경지를 지향한다. 작업하면서 내면 깊은 곳 무의식의 힘에 올라타 작업한다는 그녀는 작업 도중 의식이 또렷해지면 작업을 바로 멈춘다. 그래서 완성된 작품을 스스로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식의 흐름을 파고들며 음미하기 좋아한다. 메모와 독서를 즐기는 작가

한자 한 글자를 종일 반복하며 쓰며 그 기호가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사유하고 통찰하

그녀는 사유를 즐긴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항상 붓과 먹을 곁에 두고 무언가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한자 한 글자를 종일 반복하며 쓰며 그 기호가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사유하고 통찰하곤 한다. 생각 없이 멍하니 하루를 지내는 것이 그녀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다. 그녀의 작업실 곳곳에는 그녀가 쓴 작업노트, 철학해석, 자작시 등 다양한 사유의 부산물 등이 산적해 있다. 상당한 독서가인 그녀가 예술서 외에 즐겨 읽는 책은 노자, 장자, 하이데거, 들뢰즈, 함석헌, 요가난다, 켄 윌버와 같은 철학자와 영적 지도자들의 책이다. 독서를 통해 송 작가는 세계와 존재에 대한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이를 통해 좀 더 깊고 풍요로운 미적 감각의 장을 고민하는 작가다. 그녀는 결국 어떤 인식과 감각이 미적 사유와 상상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 WATERSCAPE_흘러라 물, 피어라 꽃 (Public Art Project @용인세브란스 병원)

 

세월호 슬픔과 절망을 기록한 천개의 눈물 & 천개의 일상

송 작가는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그만큼 받는 심리적 정신적 고통도 크지만, 이내 작업 행위를 통해 저항하며 그 과정을 시각적 산물로써 기록하는 작가다. 남들보다 공감의 폭이 깊고 넓어 특정 시대적 사건들을 체화하는 시간도 길다. 미국 유학시절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포로학대 사건으로부터 부조리한 세계와 잔학한 인간본성에 대한 심리적 충격을 받고 약 2년 간 칩거했다. 그러나 이내 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작품 MæSS Landscape (Mass+Mess)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기나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게 한 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그녀는 또 다시 세상의 부조리함과 마주하였으나 이번에는 좌절하고 붕괴하기 보다는 현실 사태를 직시하고 정면으로 돌파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2014, 30x30cm 정사각형의 화판에 푸른 슬픔이 배어있는 눈물방울 그림을 1천 점 완성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부터 2017년 까지 3년 간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매년 416일 당일 찍은 대중들의 일상 사진을 모아 천 개의 눈물과 천 개의 일상을 합성하는 공동 소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최근 송 작가는 워터스케이프(Waterscape) 회화 시리즈에 이은 워터오디세이(Water Odyssey)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음악, 과학 등 타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미적 감각의 세계를 위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이 깊고 끈질긴 열정으로 진중하게 작업하는 그녀의 작품세계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향해 푸르게 비상하고 있다.

 

< 대표약력 C.V. >

 

‘WATERSCAPE’ 영은미술관 외 총 23회 개인전 개최. <아트X> 경기문화재단, <IAP 콜라보 스테이지 무대미술> 인천아트플랫폼, <설화아트 콜라보 온라인> 서울문화재단, <KAP 코리안아티스트 프로젝트>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치유의 기술_비움과 채움> 제주도립미술관, <WATER_천진난만> 소마미술관 등 다수 프로젝트 및 그룹전 참여.

www.songchangae.com/ songc72@gmail.com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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