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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124) 조선혁명선언

입력 : 2021-04-16 12:35:53
수정 : 0000-00-00 00:00:00

이해와 오해 (124) 

조선혁명선언

박종일

 

 

(19193월에 독립만세의 함성이 조선천지를 뒤흔들었다. “만세만으로는 독립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무력항쟁을 시도했다. 그런 흐름 가운데서 191911월에 의열단이 조직되었다. 의열단은 신채호(申采浩)에게 의뢰하여 자신들의 강령과 구체적 행동목표를 정립했다. 이리하여 19231월에 조선혁명선언이 세상에 나왔다. 흔하게 접하기도 어렵고 긴 문장이다. 102번째 3.1절을 맞아 함께 음미해보고자 필자가 짧은 지면에 거칠게 축약하였다)

1. 강도 일본이 우리의 국호를 없이 하며, 우리의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 생존의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 끝내 우마의 생활도 못하게 일본 이민의 수입이 해마다 높은 비율로 증가하여 딸깍발이 등쌀에 우리 민족은 발 디딜 땅이 없어 산으로 물로, 서간도로 북간도로, 시베리아의 황야로 몰리어 가 배고픈 귀신이 아니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귀신이 될 뿐이며,.... 우리는 혁명수단으로 우리 생존의 적인 강도 일본을 살벌함이 곧 우리의 정당한 수단임을 선언하노라.

2. 내정독립이나 참정권이나 자치를 운동하는 자가 누구이냐.....우리는 우리의 생존의 적인 강도 일본과 타협하려는 자나 강도 정치하에서 기생하려는 주의를 가진 자나 다 우리의 적임을 선언하노라.

3. 강도 일본의 구축(驅逐)을 주장하는 가운데 또 다음과 같은 논자들이 있으니, 1은 외교론 이니.... 2는 준비론이니... <외교> <준비> 등의 미몽을 버리고 민중 직접혁명의 수단을 취함을 선언하노라.

4. 조선민족의 생존을 유지하자면, 강도 일본을 쫓아내어야 할 것이며, 강도 일본을 쫓아내려면 오직 혁명으로써 할 뿐이니, 혁명이 아니고는 강도 일본을 쫓아낼 방법이 없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 혁명에 종사하려면 어느 방면부터 착수하겠는가?... 갑신정변은 특수세력이 특수세력과 싸우던 궁궐 안 한 때의 활극이 될 뿐이며, 경술 전후의 의병들은 충군애국의 대의로 분격하여 일어난 독서계급의 사상이며, 안중근·이재명 등 열사의 폭력적 행동이 열렬하였지만 그 후면에 민중적 역량의 기초가 없었으며, 3·1운동의 만세소리에 민중적 일치의 의기가 언뜻 보였지만 또한 폭력적 중심을 가지지 못하였도다. <민중·폭력> 양자의 그 하나만 빠지면 비록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를 내며 장렬한 거동이라도 또한 번개같이 수그러지는도다... 이제 폭력-암살· 파괴 ·폭동-의 목적물을 열거하건대, 1) 조선총독 및 각 관공리. 2) 일본천황 및 각 관공리. 3) 정탐꾼·매국적. 4) 적의 일체 시설물. 이외에 각 지방의 신사나 부호가 비록 현저히 혁명운동을 방해한 죄가 없을지라도 만일 언어 혹 행동으로 우리의 운동을 지연시키고 중상하는 자는 우리의 폭력으로써 마주 할 지니라. 일본인 이주민은 일본 강도정치의 기계가 되어 조선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선봉이 되어 있은즉 또한 우리의 폭력으로 쫓아낼지니라.

5. 혁명의 길은 파괴부터 개척할지니라... 건설과 파괴가 다만 형식상에서 보아 구별될 뿐이요, 정신상에서는 파괴가 곧 건설이니... 1, 이족통치를 파괴하자 함이다... 2는 특권계급을 파괴하자 함이다... 3은 경제약탈제도를 파괴하자 함이다... 4는 사회적 불평균을 파괴하자 함이다... 5는 노예적 문화사상을 파괴하자 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유적 조선의> <자유적 조선민중의> <민중적 경제의> <민중적 사회의> <민중적 문화의> 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이족통치의> <약탈제도의> <사회적 불평등의> <노예적 문화사상의> 현상을 타파함이니라... 조선민중이 한 편이 되고 일본강도가 한 편이 되어, 네가 망하지 아니하면 내가 망하게 된 <외나무다리 위>에 선줄을 알진대, 우리 2천만 민중은 일치로 폭력 파괴의 길로 나아갈지니라.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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