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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코로나19 상황, 지역아동 돌봄 예산이 부족하다  

입력 : 2020-12-15 08:30:52
수정 : 0000-00-00 00:00:00

<교육칼럼> 코로나19 상황, 지역아동 돌봄 예산이 부족하다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

 

"아버지가 최근 실직 후 배달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평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집에서 아이들만 방치되고 있어요. 지역아동센터 이용하고 싶은데 자리가 있나요?"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준수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색하리만큼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들로 넘쳐난다.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의하면 지역아동센터의 이용 아동 정원을 변경할 시, 시설장 1, 생활복지사 1명에서 생활복지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촘촘히 보아야 하는 긴급 돌봄아동이 늘어가는 만큼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인력 대안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지면서 그 공백에서 오는 아동들의 교육, 돌봄, 결식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회는 그 긴급한 역할을 지역아동센터에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지침에 따른 손 씻기 교육, 소독액으로 센터 문고리부터 아이들 쓰는 물건들을 매일 닦아 내야 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간단한 아침부터 간식·중식·석식 최소 2번 이상은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방역 문제로 자발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고, 가정방문을 통하여 도시락을 전해주며 아이들의 안부도 체크 한다.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의 몫도 고스란히 긴급 돌봄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원래의 업무에 배가 넘는 일상에 눌려 하루하루 소진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평균 29명의 아동을 종사자 2명이 돌보는 건 벅찬 일이었다. 그나마 자원봉사자, 실습생, 외부 일자리 사업 파견 인력, 프로그램 강사들과 함께 돌봄 인력의 어려움을 나누어왔는데, 이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외부인 출입마저 제한되어,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게 되었다. 아이들의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라는 말이 넘쳐나는데, 일일이 달려가 도와주기가 점점 벅차고 힘들다.

 

내년에 지역아동센터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1874억 원이고, 이 중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는 1486억 원이다. 이를 전체 지역아동센터로 나누면 29명 아동을 위한 매달 운영비는 동 지역은 550만 원, 읍면 지역은 576만 원이다. 이 운영비에는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다. 4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월 182만 원을 적용하고 사회보험료, 퇴직금을 고려하면 1명의 인건비 최소 금액은 231만 원, 2명은 461만 원이다.

결국 센터 운영비로 교부된 550만 원에서 인건비를 빼면 남는 금액은 약 88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예산으로 매달 아동 프로그램비, 방역에 필요한 운영비, 정부 정책에 따른 공기청정기 렌탈료, 안심알리미 예산 등을 지출해야 하니 오병이어 기적이 아니고서야 살림을 꾸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예산 지침을 보면, 아동 프로그램비는 운영비 전체 금액의 10% 지출이 기준이다. 평균 운영비를 대비해서 보면 약 50만 원을 프로그램에 사용하라는 뜻인데 120, 아동 29인을 기준으로 1인당 프로그램비를 계산해보면, 고작 860원이다. 도대체 이 예산으로 아이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까? 놀이터로 뛰어나가서 놀 수도 외부에서 강사를 부를 수도 없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무엇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교육 격차'를 넘어 '교육 양극화'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 시대에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회적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이 발현된 첫해이고,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워 임시 모면책으로 여기저기 후원을 받아 방역물품을 마련했지만,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후원자도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에는 어떻게 긴급상황을 대처해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방역물품을 마련해야 할지, 아동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간다.

지금의 재난 위기 상황에서는 지역아동센터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껏 그러했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좋은 환경, 질 높은 서비스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일은 마음만으로 감당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다. 지역아동센터 현장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외면하지 않고, 한 명의 아동들이라도 더욱 품고 길러내고 싶다.

 

제발 "일단 돌봄을 제공하라, 감당해라"라는 공문만 내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과 인력, 예산을 지원하기 바란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상황도 나아져 아이들과 마음껏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아이들의 재능 발표회도 보고 아이들하고 캠프도 할 수 있길 희망해본다.

 

 

이 칼럼은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칼럼으로 지면 관계상 줄였다. (전문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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