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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98) 천주교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석경숙 파주엑소도스 사무국장

입력 : 2020-08-24 01:15:38
수정 : 0000-00-00 00:00:00

아름다운 얼굴 (98) 천주교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석경숙 파주엑소도스 사무국장

 

 

내가 한 모든 수고들이 그들과 내게 큰 기쁨이 되었다

이주민들의 안식처와 피난처 아시아의 등대

 

 

 

파주시에도 외국인 들이 많이 산다. 파주시 2017년 통계를 보면 15세 이상의 이주외국인수는 16백여 명. 이중 한국계 중국인이 22.7%로 가장 많고 태국, 필리핀, 베트남 사람들 순이다. 비자형태 비전문취업자(E-9비자) 노동자가 48.8%로 절반에 가깝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결혼이민자도 1천여 명(9.2%)에 달한다.

이들의 수입은 월 200만 원 이하가 64.6%에 달한다. 낯선 환경에서 적은 수입으로 살다보면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이 생기고, 가정폭력, 학교부적응, 가출, 이혼 등의 갈등적 상황이 이곳 파주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한국인 배우자와 국제 결혼해 삶을 꾸린 가정은 갈등의 소지가 더 크다. 문화와 언어의 소통이 힘들고 혼혈아로 태어나는 2세들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갈등의 당사자들은 사실 어디 찾아가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EXODUS 공부방

 

평화바람으로 시작한 파주엑소도스, ‘아시아의 등대되다

파주시 봉일천에 있는 파주 엑소도스(EXODUS)는 바로 이같이 고통 받고 있는 이민자들을 위한 안식처겸 피난처다. 2006년 일산역 근처에 평화바람이란 이름으로 시작, 2008년 봉일천 3층 주택을 개조해 사용하던 파주 엑서더스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운영하는 이주민 지원센터다. 2018년에 건물을 새로 짓고 아시아의 등대로 명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의 등대는 이주민들과 지역민들이 문화교류를 통해 형제애를 나누고 소통하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350평 대지에 125평의 건평, 지하 1층에 지상 3층의 아름다운 건물인 아시아의 등대는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조민석 건축가(Mass Studies 대표)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국가관 부문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실력가다.

건축자재로 탄화코르크보드를 활용해 단열과 방음효과가 뛰어나다. 미사실의 중앙에 걸려있는 십자가는 엑서더스를 거쳐 간 수백여 명의 이주민들이 사용하던 폐묵주 한 알씩을 모아 1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한국어 교실

 

15년간 사무국장으로 헌신한 석경숙 사무총장

파주 엑서더스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헌신하고 있는 석경숙 사무국장을 만났다. 차분한 인상에 말씨 또한 조용하다. 그녀는 오랜시간 동안 이주민들을 접해왔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금방 문제를 파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한다. 조용하고 깔끔한 일처리가 몸에 밴듯하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나는 그녀의 일이 천직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만큼 일과 그녀의 삶이 밀착돼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6년 파주 엑서더스(구 평화바람)가 출범할 당시에는 주 임무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상담이었다. 임금체불이나, 부당고용행위, 고용주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고용주에게 항의나 경고하고 때론 노동청에 고발하는 것을 대행해 주었다. 2008년 봉일천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후론 다문화가정 여성 상담이 추가되었고, 2010년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국내유입이 가속화 되면서 다양한 상담과 프로그램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파주엑소도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크게 나누어 이주민 상담(노동, 결혼, 교육, 의료)과 한국어 교실, 공부방 운영. 치과 및 한방치료 등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관리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이주민들을 만나 움직이는 이가 석 사무국장이다. “여성상담 프로그램 중에 갓 결혼한 이주 여성과, 결혼해 한국남편과 몇 년을 살아본 기혼여성들과의 1:1 멘토링 상담이 있다.”고 설명한 석 사무국장은 이 멘토링 프로그램은 언니 같은 선경험자의 갈등해소법을 배울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상담프로그램도 이 같이 이주민들의 정착역사가 길어지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다.

 

성탄 미사

 

공부방·의료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필리핀어 베트남어 미사도 열려

석 사무국장은 2012년부터 시작된 공부방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홍보한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생를 대상으로 토론수업, 독서클럽, 예능체험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한 석 사무국장은 이주민자녀들이 공부방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 같아 참 좋다고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공부방 선생님들은 전직 교사, 주부, 현직 상담사 등 다양하다.

 

 

이주민 치과봉사

치과치료는 고양, 서울, 파주 지역의 치위생사들이 수고하고 있고, 물리치료와 침 시술을 주로 하는 한방치료는 동국대 한방학과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파주엑소도스는 유난히 필리핀과 베트남 출신 이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자연 이들을 위한 이주민 예배가 열린다. 2007년부터 시작된 필리핀어 미사는 데니스 신부가 집전하고 70여 명이 모이고, 베트남어 미사에는 20여명의 신자들이 모이는데 도안신부가 집전하고 있다.

 

이주민 축제- 필리핀 공동체

 

이주노동법과 난민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녀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직을 하려면 고용주의 허락이 필요한 현 이주민노동정책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며, “이 제도를 악용해 노동착취나 임금체불, 폭언 폭행 등을 서슴치 않는 고용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난민으로 들어와 신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출생신고조차 못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파주엑소도스에 보고된 난민 가정 수만 10가정이나 된다고 밝혔다. “출생신고를 못하면 학교입학도 안되고 의료, 인터넷 가입, 보험 가입등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이들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에 연계시켜 치료를 받게 하고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난민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다행스럽게 [희망의 친구]들로부터 100% 의료혜택을 받았다고 밝힌 석사무총장은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보건과 교육, 체류권 혜택을 받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정주부로 살다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됐다고 밝힌 그녀는 이주민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차별은 여전히 심하다고 말한다.

 

본국 귀국 이주여성들과의 만남 

 

매년 고향간 이주민들 방문, 사랑의 인연 이어가

한국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주민들이 공항에서 굿바이 전화를 할 때마다 울음이 터진다고 고백한 그녀는 4년 전부터 1년에 한번 이들을 방문해 사랑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에겐 이주민들이 남이 아니다. 그들과 오래 인연을 맺어오다 보니 그들이 누이고 동생이고 자녀들 같다. “생각하면 내가 하는 모든 수고들이 순간순간 그들과 내게 큰 기쁨이 된 것 같다고 말한 석경숙 사무총장은 자리에 일어나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다음날 석 사무총장은 파주 엑서도스 사진들을 보내왔다. 그리고 끝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위해라고 섰다.

 

김석종 기자

 

멘토링 결연식

#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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