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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교양인)

입력 : 2020-08-20 10:19:29
수정 : 0000-00-00 00:00:00

[지난 책 되새기기] 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교양인)

 

 

카렌 암스트롱은 신을 만나고 싶은 열정으로 열일곱 살에 수녀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수녀원에서 지독한 순종과 절제만을 강요당했고, 신을 만나기는커녕 절망만 느끼다가 7년 만에 환속하면서 신도 종교도 모두 버렸습니다. 수녀원에서 시작된 신경쇠약은 간질 발작으로 발전했습니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마저 얻은 참담한 상황이었지만, 문학 공부에 소질이 있었기에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나 박사 논문이 탈락하면서 영문학자가 되려던 꿈마저 완전히 꺾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사학위에 실패한 이후 독서가 즐거워졌습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책을 읽으며 수녀원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신의 현존을 체험했습니다. 신학자와 영성가들이 언급했던 초월과 환희를 비로소 경험했습니다. 오로지 독학으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와 유교 등 동서양 여러 종교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영혼의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이제 카렌 암스트롱은 현시대를 대표하는 종교학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축의 시대>는 가히 인문서의 최정점으로 손꼽힙니다. 인류가 정신적 혁명을 경험하면서 종교와 철학이 꽃을 피웠던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시기를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로 명명했는데, 카렌 암스트롱은 이 시기를 보다 촘촘하게 훑으면서 종교와 철학의 심연을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현 시대 경제와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정신세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종교의 이름으로 불관용과 증오와 테러가 자행됩니다. 카렌 암스트롱은 종교와 철학의 출발점을 되짚으면서, 자기중심주의와 탐욕을 버리고 축의 시대에 일치된 결론이었던 공감과 자비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로나와 이상기후로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이 되어가는 이 시대, 마음 둘 곳을 찾는 분에게 <축의 시대>를 권합니다.

 

유형선 (‘1 독서습관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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