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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의 이모저모 <8> 장마 단상

입력 : 2020-08-10 09: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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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의 이모저모 <8> 장마 단상

 

만년설과 페와호수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속담처럼 마음이 가라앉는 장마철이다. 물의 옛말은 이다. 장마는 물이 길게 내린다는 뜻이다. 또 다른 뜻으로는 마를 자라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집중호우로 살림살이를 잃고 집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식이 들려온다. 새삼 노모에게 자주 들었던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오뉴월 장마로 토담 무너진다'는 속담과 같은 상황이다.

 

장마는 북태평양 고온다습한 기압과 북쪽의 찬 기온이 만나 내리는 비다. 세계적으로 과히 물 폭탄이라 할 만큼의 많은 양의 비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 본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에 지구 빙하 90%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9월 말에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해발 2700m 피졸산 아래에 250여 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차례 입은 이들은 빙하 장례식으로 사라져 가는 빙하를 애도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개인의 실천과 사회적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새해 첫날까지 9일 동안 안나푸르나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길을 떠난 것은 신들의 고향 히말라야 산 속을 걸으며 만년설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거쳐 제2의 도시 포카라에 도착했다. 높은 봉우리에 쌓여 있는 만년설이 녹아 만든 페와호수에서 뱃놀이를 했다. 주변에 있는 데이비 폭포도 가보았다. 영국인 데이비가 이곳에서 희생되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폭포 물은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지는데 그 해는 하얀 눈이 유난히 많이 녹았나 보다.

 

나와 내가 몸담고 있는 보육교육의 장마는 무엇일까? 가장 크게 다가오는 장마 하나씩만 들어본다. 나 자신의 장마는 미완성인 하나의 업()이지 않을까 싶다. 보육의 장마는 아이 발달을 중심에 두는 정책이 아니라, 어른과 보육 관계자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이라 본다. 교육계의 장마는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놔두기보다는 부모의 체면과 욕망을 앞세우는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장마가 끝나기 위해서는 여러 상황과 맞물려야 하기에 대기만성 심정으로 하늘의 때를 기다려 본다. 보육계의 장마 해소는 어른들이 자신의 이익이나 정치공학적 셈법이 아니라, 보육의 본질 즉 아이 발달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보육정책 입안과 시행이 필요하다. 교육의 장마를 걷히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기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장마 끝에 나와 보육교육의 장마도 끝나면 좋으련만.

 

아동심리&부모교육 박사  

편집위원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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