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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13>  선생님들이 아프다

입력 : 2020-05-28 05:48:46
수정 : 2020-06-11 05:08:58

 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13> 

선생님들이 아프다

 

 

▲ 양곤성 선생님이 쓴 책(자료사진) 
 

선생님들이 아프다. 아프다고 하소연도 할 수 없고 힘들게 말을 해도 들어주는 곳도 없다. 교육부는 공식통계를 작성하지 않고, 교원단체의 누리집을 뒤집고 파도 회원들의 질병을 건강권 차원에서 조사한 기록이 없다. 예나 제나 교육의 대의는 크게 울리지만 깃발을 든 전사의 수고와 아픔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올해 교원단체의 조사를 보면 교원들의 직업 만족도는 대체로 3050%(한국교총 32.1%, 전교조 47.8%) 정도다. 최근 12년 사이에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전체의 77.7%로 나타났고, 특히 교총 조사의 경우 교원들의 만족도는 작년에 비해 20%나 떨어졌다. 교직수행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문제행동 또는 부적응학생 지도(47.5%), 민원 등 학부모 관련(40.9%), 교육계 불신 여론이나 시선(39.4%), 과중한 행정업무(34.5%)의 순으로 나타났다(교총). 전교조 조사에서는 최근 2년간 교육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경험으로 과도한 행정업무와 잘못된 교육정책(66.2%)이 가장 많았고, 학생의 폭언이나 폭행(41.0%), 학부모의 상습적인 민원, 폭언, 폭행(38.2%) 순으로 선택되었다. 최근 3년간 학부모(75.8%), 학생(67%)으로부터 절반이 넘는 교사들이(55.6%) 교권침해를 당한 경험(여교사 56.4%, 남교사 50%)이 있다(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활동으로 휴직 또는 병가를 경험했거나 고려하는 고등학교 교사는 전체 25%에 달했고 절반가량은(45.7%)은 이런 고민을 남과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고 답했다(전교조). 교사들이 많이 앓는 질병은 성대 결절 같은 목소리 이상(44.5%), 탈모(17%), 하지정맥류(11%) 피부질환(3.5%), 무지외반증(2.7%) 등이나(교직원공제회, 2013), 성대 결절은 물론이고 하지정맥류의 경우에도 간호사와는 달리 교사에게는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교사의 우울증은 전체 교사의 39.9%(유력우울증 28%, 확실우울증 11.9%)로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높은 편으로(전교조 2017), 20대 교사, 기간제 교사, 3과 중2 담임교사들이 다른 교사 집단에 비해 높은 것을 보면, 경험미숙과 고용불안, 입시지도와 중학생 특성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냉정한 통계수치 안에 교사들의 아픔과 고통이 숨어 있다.

 

교사들의 마음의 질병은 교사 효능감 충족 여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학교는 학습이 주요 기능이고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라이머(Reimer. E)가 일찍이 <학교는 죽었다>에서 간파했듯이, 학교는 이미 학습의 기능보다는 사회적 선발과 보호, 체제유지의 기능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교사도 가르치는 자로서의 역할보다는 행정과 입시와 취직의 선발 유능성, 생활지도와 같은 질서유지, 급식, 돌봄 영역의 보호자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강요받음으로써 교사의 효능감 또는 자존감의 상처를 받게 된다.

교권침해에 대한 후유증으로 병가를 신청했는데 대체 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학생들을 자습시켰다고, 또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개별 면담도 하고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자고, 수행평가에 참여하지도 않고 응시도 거부해서 0점을 주었다고 아동학대 보호기관에 신고 당하고, 참석한 징계위원회에서는 본인의 소명을 들어주지 않은 채, ‘교사 맞습니까? , 아니오, 로만 대답하라는 등 모멸적인 조사를 받으면서”(한국교육신문, 2020.5.18.)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교사들이 있다.

예민한 양심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초자아 불안이나, 교육의 효과성을 의심받는 데에 대한 자책감과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채, 교사들은 학생들 가정의 협력 없이, 배울 의욕조차 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배움의 의미가 왜곡되어 가는 학교에서 학원 강사와 비교 당하며 우울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의 마음의 상처는 기대와 인정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기대는 역할에 대한 외부의 소망이며 인정은 역할 수행에 대한 내부의 긍정적 바람을 말한다. 이중기대와 과잉기대, 인정의 부정이나 무시는 역할 수행자를 당황하게 하며 심하면 정서적, 정신적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교사에 대한 기대는 최근 20여년 사이에 인품이 좋고 생각이 바른 교육자에서 수업을 잘하는 학습지도자로 바뀌었다.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학원 강사와 똑같이 학습지도를 잘하는 사람을 기대하면서 학원 강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훌륭한 성품과 인격까지 기대하고 있다. 기대는 턱없이 높고 비판은 가차 없다. 또한 교사들은 스스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신들의 욕구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교사는 도덕성과 책임감에 민감하고 자존심이 강한 집단으로서 스스로 세운 철학과 목표에 철저하고, 비교와 경쟁의 인정투쟁에서 뒤지고 싶지 않아 자기 착취적 경향마저 보이기도 한다. 경쟁주의 정책에 기반한 교원평가, 수업실기대회,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와 같은 전시적인 방송 프로그램 등은 모두 외부 통제적 관점으로, 이런 것들의 복합적 상승작용으로 교사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질곡이 된 교실 상황에서 벗어나 교사 나름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스스로 위로하고 남에게 위로받을 수 없는 정글 자본주의의 경쟁 사회에서 각자도생으로 살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자살률, 학습량 세계 1위와 같은 부정적인 지수가 압도하는, 가혹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거칠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그치라는 신사적 권면도 대안적인 방법이 아니다. 학교행정가들에게 기업가적 관리와 경영의 마인드와 스킬을 버리고 따뜻한 인간의 손길을 내밀라고 촉구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교육청은 학교폭력 등을 경험한 교사들에게 치료비 및 치유 연수를 제공하고 있으나 사후약방문식이고 비탄력적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교사 자신들의 지속적인 자구책뿐 퀵 픽스는 없다. 공부하는 연수 말고 동료애에 바탕을 둔 쉬고 위로하는 모임을 조직하는 일, 예를 들어 푼수를 떨어도 좋으니 교사들끼리 터놓고 말하는 <수다모임> 같은 것에 약간의 예산 배정이라도 요구하는 일부터 해 보자. 잘 하는 혁신학교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학교별 모임이 자리 잡으면 지역 모임을 조직하고 정신과 의사나 상담 전문가를 초빙하여 도움을 받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교사 상처 치유의 해결 방안은 교사 스스로 자신의 존엄성 회복하는 길이다. 적정기술을 빗대 이것을 적정교육이라고 한다면, 적정교육은 첫째, 교육과 교사의 합의된 정체성 아래, 둘째, 외부의 비교육적 목표와 과도한 기대에 저항하면서, 셋째, 자기 착취적 목표설정과 내부 경쟁에서 탈피하여 넷째, 동료와 함께 자기 걸음으로 가는 것이다. 모두가 아프고 어려우니 징징대지 말라고 하지 말라. 교사의 이야기와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는 약간의 배려와 여유는 학부모를 포함하여 사회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파수꾼이 있어야 하는 법. 교사들의 질병과 우울증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사회적이어서 사회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작가 전종호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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