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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성성' 과 엘리트주의

입력 : 2020-03-20 04:18:27
수정 : 0000-00-00 00:00:00

'재정 건성성' 과 엘리트주의

 

 주요국 GDP 대비 부채 비율(2018년 기준). 기획재정부 제공

 

                                                                                                  시사평론가   박종길 

“코로나19 펜데믹” 으로 서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기재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과감히 재정을 풀어 경제위기에 선제 대응해야 함에도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다. 
앞으로도 기재부에게서 “뉴딜”같은 과감한 재정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재부의 이런 고집스런 태도의 배경에는 엘리트주의 작용이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 사회에서 군부 엘리트주의는 진작에 제어되었지만 기재부 엘리트주의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재부 엘리트주의를 지탱하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들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은 40.1%로 OECD 33개국 중 네 번째로 낮다. 
OECD 평균은 109.2%이다. 
미국(106.9%)과 일본(224.1%), 영국(111.8%), 프랑스(122.5%) 등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거의 전적으로 기재부의 역할에 힘입은 바라 할 수 있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돈 푸는 선심정책의 유혹이 왜 없었겠냐마는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한 것은 기재부 공무원들이다. 

둘째, 기재부 공무원의 실력과 자부심이다.
기재부 공무원 주력은 행시 패스 수재들이다. 
다수가 서울대 출신이고 그 중에서도 제일 공부 잘하는 그룹이어서 엘리트주의에 합당한 스팩을 갖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경기고-서울대-행시-기재부 공무원 출신의 스팩 조합으로만 장관 자격이 부여되어 왔다.  
자기들만이 재정건전성 유지와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셋째, 국채발행이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준다는 그럴듯한 논리가 널리 지지받고 있기 때문이다. “빚”, “국채발행”, “부채비율” 에 대한 흑백논리는 오늘날 국채금리가 “0” 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전혀 맞지 않음에도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고 기재부 엘리트주의는 그 여론을 버팀목 삼아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재부와 함께 법원, 검찰, 언론 등에서 엘리트주의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국민들 의식 수준이 낮고 사회가 후진적일 때 엘리트주의가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하지만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달하면 오히려 발전에 장애가 된다. 
엘리트집단이 세력화되어 있는 한 스스로의 자기개혁은 힘들다. 
이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솔까말, 민주진보세력은 기재부 전문 관료를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김경수 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현실성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청와대도 이를 화답하는 분위기다. 
원래는 이런 정책을 기재부가 내놓아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재부의 엘리트주의와 배치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어렵다고 보여진다. 

“빚내면 안된다”는 금과옥조 원칙은 변화된 경제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 
돈을 풀어 돈을 돌게 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세수가 늘어나고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쟁력은 높아지고 미래 세대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추경 100조가 아니라 300조도 우리는 재정 여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재정건전성”은 유사시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이 바로 그걸 써먹을 때이다. 
위기일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사태 극복의 기적을 경제위기 극복의 기적으로 다시 한번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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