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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출간 <새책 안내> 일제강점기 역사동화집 『날아라 고무신』

입력 : 2020-03-04 06:22:44
수정 : 2020-03-04 07:09:53

조합원 출간 <새책 안내>

        일제강점기 역사동화집 날아라 고무신

 

 

엄마들이 들려주는 일제강점기의 진실

역사동화집 날아라 고무신

 

 

"101년 전 그 때, 너와 내가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

일제강점기,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

 

9명의 엄마가 들려주는 일제강점기, 그 때의 이야기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 해 가을에 한 권의 역사동화집이 출간됐다. 바로 날아라 고무신.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동화집이다. 9명의 작가는 각자 독특한 문체로 아직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그 때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마니가 일본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

"일본 아이들의 보드 게임 조선쌍육돌놀이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

"조선의 문화재를 도굴하기 위해 동원됐던 조선의 아이들"

 

정주아 작가의 <가마니 짜기 올림픽>은 일본이 조선의 식량을 공출해가면서, 곡식을 담을 가마니마저 헐값에 가져가는 장면을 그려냈다. 가마니는 일본어라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까지 이 일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올림픽 대회를 개최했던 당시 상황을, 주인공의 시선에서 전달하고 있다.

"가만 보니께, 희춘이랑 덕순이가 손이 잘 맞는구먼. 둘이 올림픽에 나가거라.” 나는 뛸 듯이 기뻤어요. 내가 올림픽 대회 선수라니요. 물론 복순이 언니는 발끈했지요. “왜 떡순이가 올림픽에 나간대유?” “오라비랑 덕순이가 손이 제일 잘 맞더만.” “아부지랑 엄니는 어째 만날 떡순이만 잘한다고 그러신대유? 지가 떡순이보다 힘도 더 좋고 빠르잖아유?” (정주아, <가마니 짜기 올림픽>, 18)

 

표제작이기도 한 정민영 작가의 <날아라 고무신>은 신비한 힘을 가진 주인공 백의가 등장해, 아이들을 상상 속 통쾌함으로 이끈다. 몸집도 작고 말수도 적고 발만 큰 백의가, 신비한 고무신을 얻게 되면서 180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내년에 농사지을 볍씨마저 빼앗기고 억울하게 끌려간 아버지를, 백의가 구해내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시원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고무신에 발을 넣는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머릿속에 번개가 친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더니 엄지발가락에서부터 찌릿찌릿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그 힘은 백의의 다리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지면서 더 크고 강한 힘으로 바뀌었습니다.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힘이 백의의 몸을 뚫고 나갈 듯이 꿈틀댔습니다. (정민영, <날아라 고무신>, 39)

 

박은선 작가의 <대장촌 아이들>은 실제 있었던 전라도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1915년에 모범마을표창까지 받은 이 마을에는 일본인과 조선인이 이웃하며 살고 있지만, 1919년 봄, 수상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주인공 한춘이는 옆집 사는 료타와 단짝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춘이는 료타네 담벼락에 한춘이가 선물한 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3·1 만세운동이 아이들 사이에, 또 마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아이의 눈으로 그려냈다.

-“아저씨, 안녕하셔요?” 그러자 다나카 아저씨는 나를 힐끗 보더니 료타를 야단치기 시작했습니다. “료타, 너 하라는 공부는 다 하고 노는 것이냐? 어서 들어가지 못해?” 나는 평소와 다른 다나카 아저씨의 모습에 놀라 집에 간다는 얘기도 못하고 서둘러 료타네 마당을 빠져나왔습니다. ‘다나카 아저씨가 대체 왜 저러시지?’ (박은선, <대장촌 아이들>, 56)

 

최수인 작가의 <삽살개 구출 대작전>에서 일제가 우리나라의 삽살개마저 다 죽였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군용 방한복을 만들기 위해 조선의 토종개들을 대량 살상하던 일제에게, ‘곰실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강만이와 친구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절절하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쳐오는지도 모르고 그저 해맑게 웃으며 꼬리치는 곰실이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는 강만이와 친구들의 구출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뭐라카노? 암만 일본 놈들이라도 할 일 없이 와 개를 잡노?” “진돗개 빼고는 다 죽인단다. 시바 뭐라는 일본 개가 있는데, 조선 총독부에서 그거 닮은 진돗개만 인정해 주고 나머지 개들은 싹 다 씨를 말린단다. 우리 조선 것은 뭐든 다 없애려는 갑다. 빨리 도망가자.” (최수인, <삽살개 구출 대작전>, 76~77)

 

정다운 작가의 <소복이>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조선쌍육놀이를 하는 일본 소녀들의 천진난만함이다. 조선쌍육놀이는 일제의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는 주사위놀이다. ‘더러운 조센징이라고 학대받던 식모 소복이가 동갑내기 유키코의 주사위돌을 품에 안고, 하얀 눈이 내리는 언덕을 올라가 일본 마을을 내려다본다.

-유키코의 친구들은 바닥에 놓인 하얀 돌을 바라보며 수를 셈하였다. 수를 센 만큼 놀이판 위에서 이리저리 말을 움직였다. 유키코와 친구들은 저마다 놀이판에서 자기 말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휴, 나는 게으른 조센징 칸이네.” “나는 신라가 조공을 바치는 칸이야.” “유키코, 네가 제일 먼저 마지막 칸에 가겠다.” “하하, 그러게. 내가 제일 먼저 조선을 정복하겠네.” (정다운, <소복이>, 98)

 

이정란 작가의 <안녕, 할머니>는 한 마을에 살던 세 처녀의 엇갈린 운명, 그리고 그 기억으로 평생 가슴앓이를 해 온 할머니를 지켜보는 고운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 어린 고운이는 할머니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블라우스 앞섶을 들어 눈물을 닦는 할머니 옆에서 함께 울어준다.

-“고운아, 할미는 이 산천에 핀 진달래가 무서워! 연분홍 꽃잎 속의 시퍼런 칼날이 자꾸만 할미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아서 견디기 힘들어.” “왜요? 예쁘기만 한데. 저렇게 작은 꽃잎 속에 칼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렇지. 저 꽃은 아무 죄가 없지. 여리고 여린 꽃잎이 무슨 죄가 있겠누. 꽃에 칼을 꽂은 그놈들이 죄고, 불쌍한 친구를 먼저 보내고 살아남은 내가 죄인이지.”(이정란, <안녕, 할머니>, 115)

 

이희분 작가의 <어느 깜깜한 밤>은 일본의 문화재 도굴에 동원됐던 조선 아이들의 이야기다. 징용당한 아버지를 돌아오게 해 준다는 말에 영이와 철이는 일본인 하야시를 따라 나선다. 무덤 속에 들어가 항아리, 주전자, 비녀 등을 꺼내자, 하야시는 아이들을 생매장 하려 한다.

"이어진 비스듬한 굴이 끝나면 무덤 속 넓은 방이 나온다더니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리고 앉을 만큼의 공간입니다. 손이 벌벌 떨리고 쿵쾅쿵쾅 가슴이 요동을 칩니다. “미안해요. 아버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고개를 숙이며 얼굴도 모르는 무덤 주인에게 혼잣말을 합니다. (이희분, <어느 깜깜한 밤>, 130)

 

박경희 작가의 <오냐 아저씨>조선말 큰 사전을 만든 정태진 선생님이 일본 경찰에 끌려갔던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선생님의 제자였던 선예는 기차에서 조선어를 썼다고 끌려가서 초죽음이 될 지경까지 일본 순사들에게 맞고 돌아온다. 학교 교무실에 있던 조선말 자료들을 지켜내기 위해 선예 동생 옥선이는 용기를 낸다.

-오냐 아저씨는 몇 해 전, 언니가 다니는 함흥 영생여학교에 선생님으로 왔다. 아버지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사랑에 여러 날 묵어가기도 했다.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에게 조선어도 가르쳐 주고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오냐, 오냐하는 것이 우스워 동네 아이들은 정태진 선생님을 오냐 아저씨라고 불렀다. (박경희, <오냐 아저씨>, 140)

 

양태은 작가의 <헝겊 귀마개>는 유일하게 일본 소년이 주인공이다. 전쟁 중이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평화롭게 지내던 일본 아이 도요아키는 어느 날, 지독하게 매를 맞으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번개눈빛조선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전쟁의 실상을 깨달으며, 도요아키는 그 조선 사람과 따뜻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다음날 온 마을이 해군들의 수색으로 소란스러웠습니다. 해군들은 이집저집을 다니며 도망친 조선인을 보았느냐 묻고, 숨겨주면 벌을 받는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도요아키는 그 조선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면서도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어쩌면 사라진 조선인이 자신이 알려준 바닷가 동굴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태은, <헝겊 귀마개>, 163)

 

엄마가 쓰고, 아이들이 그리다

 

이 역사동화집은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지원금을 후원받아 제작되었다. 9명의 참여 작가들은 모두 제각기 본업이 따로 있고, 기성작가는 한 명도 없다.

그런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검은 태양>, <김금이 우리 누나>, <안녕, 명자> 등을 써 온 베테랑 역사동화 작가 장경선 씨다. 오랫동안 역사동화 작가로 활동하며, 신예작가들을 발굴해 내는 일에도 관심을 갖던 그와, 박인애 시인, 최민경 작가가 힘을 모았다.

<나도 역사동화 작가>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특별한 프로젝트는, 역사동화 스터디, 일제강점기 소재 발굴, 초고와 합평, 탈고 등의 긴 산통을 겪은 끝에 날아라 고무신을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모두 엄마들이기도 한 참여작가들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써냈다. 막연하게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그 한 순간 한 순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뱉어냈던 호흡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그 아픈 시대에도 나와 같은 어린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린 독자들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삽화도 특별하다. 완성된 원고에 첫 독자였던 이웃 아이들이, 각자 마음에 드는 동화를 선택해 삽화를 그렸다.

 

목차

 

책을 펴내며 4

 

가마니 짜기 올림픽 - 정주아 13

날아라 고무신 - 정민영 33

대장촌 아이들 - 박은선 51

삽살개 구출 대작전 - 최수인 69

소복이 - 정다운 89

안녕, 할머니 - 이정란 107

어느 깜깜한 밤 - 이희분 121

오냐 아저씨 - 박경희 135

헝겊 귀마개 - 양태은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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