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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0) 한국다문화복지협회 조윤희 대표 - ‘다문화란 단어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입력 : 2019-11-21 11:18:44
수정 : 2019-11-23 06:04:07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0) 한국다문화복지협회 조윤희 대표

 

다문화란 단어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밟을수록 탄탄하게 자라는 사람

당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하라 하면 당신은 무슨 답을 할까요?

조윤희 대표는 잡초같은 인생, 밟으면 밟을수록 탄탄하게 자라나는 그런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좋게 표현하면 야생화가 되는 거죠. 누가 밟았나요?” 웃으며 물었다.

밟았다기 보다는, 뭐라 그럴까, 쉽게 가는 인생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보면 쉽게, 단번에 되어 있더라고요. 전 그렇게 돼지않고, 올라가는데 힘들게 등산하는 것처럼 오르고 있더라고요. 오르막길을 항상 걷는 듯 하는 그런 인생의 굴곡을 계속 겪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있다는 것이 위안입니다

 

파주 토박이 농부의 딸

조윤희 대표는 파주에서 태어난 파주 토박이 농부의 딸이다. 파주읍 향양리에서 태어나, 파주초등학교 졸업, 문산 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1시 넘도록 일하는 억척같은 부모님 슬하 4남매의 장녀였기에, 밭이든 논이든 부모 일을 도와야했다.

옛날에는 우리도 아버지 눈치 보느라고 밥을 씹을 시간도 없이 밥을 빨리 먹어야 했어요. 일요일만 되면 아침에 아버지가 빨리 밥 먹고 나오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세 숟갈이면 식사가 끝내고 일하러 나가자했어요.”

1996년에 결혼해서 의정부와 서울쪽에서 생활하다가 2006년에 파주로 돌아왔다.

파주 임진각 주변에 날아다니는 철새라던가 코스모스길이 너무 그립더라구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도 결혼을 해서인지 심리적인 마음의 거리감이 많았어요. 꿈에서도 내가 태어났던 집 주변 그런 모습이 나올 정도로... 가끔 지금도 힘들 때는, 새벽에 자전거 타고 내 키만한 코스모스길을 달리던 모습을 상상해요. 파주는 내 삶의 힘이 되어줍니다.”

 

▲ 다문화복지협회 기념사진
 

한국 최초, 결혼이민자중심 사단법인 창립

어릴적 그는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어머니를 가르쳤던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이 자신을 예뻐해주셨기에, 자신도 선생님이 되어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행정학을 전공하며 공무원이 되려했다. 의정부 시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들 사는 모습이 재미없어 보여 정치를 해 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의정부시장이 된 지도교수였던 안병용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갔다. 이후 결혼하고, 임신, 육아 등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7년만에 복학해서 단국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광운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평택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복지학 분야에서 아동, 노인, 장애 등의 분야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다 생각하고, 조윤희 박사는 틈새 학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문화를 전공했다.

20061129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한국다문화복지협회. 최초여서인지 미디어에서 많은 보도가 있었다.

 

▲ 다문화복지협회 동아리 우크렐레 합주단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해진다

2008년에 그는 파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3대 센터장으로 일했다. 그 때 어느 30대 후반 남자분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가 의사소통이 안되어 중간에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알고보니 부인이 외국인이었던 것. 한국어를 못하니 시어머니하고 소통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한국어 교실을 열게 되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 여성분들이 계속 오시게 되었죠.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해진다는 것, 엄마의 인생이 가정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정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실 열었다고 공무원에게 혼이 났다한다.

처음에는 한국어 교실을 열었을 때, 건강지원센터에서 한국 시민들만 교육을 시켜야지 왜 한국어 교실을 거기서 하느냐고 공무원한테 야단맞았어요. 2007년도쯤에. 그 당시에는 경기북부 최초의 일이었으니까 정말 생소한 일이었죠. 선례가 있는지 증명하라고 난리를 쳤어요. 그래서 제가 결혼으로 이주한 분과 같이 사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고, 이 분이 한국어를 잘 해야 부부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겠느냐고. 곧 한국 사람이 될 분들인데 우리 센터가 하는 일이 가정을 돕는 일이지 않느냐고 그렇게 말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당시 다문화정책을 담당하던 보건복지부에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병합형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병합형으로 운영되는 곳이 101곳으로 독립형 66개소(2017년 기준)보다 더 많다.

 

▲ 중도입국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다문화와 비다문화가 통합되어 다문화라는 용어가 없어지길

그는 한국다문화복지협회의 대표이면서, 신한대학에서 사회복지과에 출강하고 있고, 신한대학교 부설 다문화센터장으로도 활동중이다.

“2010년 호주에 가봤더니 패밀리 센터가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한국처럼 다문화가족지원과 가족지원으로 분리를 했었대요. 하지만 결국 같은 나라에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통합하게 된거죠. 건강가정, 다문화가정. 이것이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이거든요. 차라리 파주가족지원센터라고 이름을 바꾸던지... 파주에 살면 파주지역주민이잖아요.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결혼이민자들을 한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대학들도 이 사람들이 없으면 안 돼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없으면 대학에 올 사람들이 없어요.”

그는 2025년도에는 학생의 20~30퍼센트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일 거라고 예측했다. 주말에 금촌역에만 나와봐도 실감할 수 있다며 다문화 관련 사업이나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대표의 말처럼 다문화와 비다문화가 통합되어 다문화라는 용어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의사소통, 그리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을 할 계획이다.

 

▲ 다함께 문화체험

 

다문화감수성 높이는 교육과 노력이 절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다문화 가구 수는 총 306995가구로, 혼인 귀화자를 포함한 결혼이민자 가구가 85.7%이다. 장기 정착 다문화 가정 증가하면서 1세대의 차별은 감소하고 2세 자녀들이 겪는 차별 문제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1세대가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은 30.9%2015(40.7%)보다 약 10% 포인트 감소한 반면, 다문화 가정 자녀 중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경험한 비중은 9.2%2.3%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 중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8.2%, 학교폭력을 경험해도 특별한 조치 없이 그냥 참는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 정도(48.6%)로 나타났다.

2017년 전체 출생아 20명 중 1명은 다문화 출생(통계청, ‘다문화인구통계’)인 것으로 나타나,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커져야할 때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파주지역주민들뿐 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다문화 감수성 교육이 중요한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문화 인식을 일부 사람들만 듣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교육에 대한 인지도 부족하고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그는 단체를 자력으로 이끌어가느라 여러 가지로 힘이 든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이 일에 기쁨과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결혼이주자나 이주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물을 주면 식물이 금방 자라듯이 사랑을 쏟아 주면 이분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성장해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요. 어떻게 그렇게 흡수를 잘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그분들이 목표하던 지점에 올라갔을 때 고맙다는 표현을 저한테 정말 잘 해 주세요. 그런 것 때문에 아마 제가 이 일을 어렵지만 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다문화복지협회를 거쳐간 결혼 이주여성이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베트남출신 이주민은 미용실을 개업해서 원장님으로 일하고 있다한다. 초창기에 어려우셨던 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모두학교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일반학교 편입학으로 학적은 취득하였으나, 한국어활용 및 공교육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이다. 출결·성적·학력을 인정하는 경기도교육청 위탁형 다문화 대안학교이다.

그는 ()한국다문화복지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자리를 뜨며 말했다.

진짜로 다문화’ ‘비다문화이런 것을 구분하지 않는 세상이 와서, 내가 다문화 관련 일을 하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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