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겨울, 몽골의 봄 - 철새들의 길고 먼 여정” -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2관, ‘갤러리지지향’에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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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겨울, 몽골의 봄 - 철새들의 길고 먼 여정”
-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2관, ‘갤러리지지향’에서 사진전
- 에코휴 DMZ 주최, 1월 5일부터 23일까지
DMZ과 민통선에서 20년 동안 자연을 기록해 온 에코휴DMZ(대표 전선희)는 1월 5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2관 ‘갤러리지지향’에서 “DMZ의 겨울, 몽골의 봄” 사진전을 갖는다.
“철새들의 길고 먼 여정” 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는 DMZ을 포함한 민통선과 몽골을 오고 간 철새들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한다.
전시할 작품들은 DMZ과 민통선의 자연을 2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생태조사팀과 에코휴DMZ에서 선별한 ‘몽골자연탐사대’ 대원 6명이 6박 7일 동안 몽골의 철새 번식지를 촬영한 사진 50점이다. 이 전시회에서 전시 사진과 ‘몽골자연탐사대’의 일정을 기록한 ‘몽골 자연탐사대의 짧고 긴 여로’ 소책자를 출간, 판매할 예정이다.
임현주 기자
에코휴DMZ 전선희대표의 전시회 초대 말
DMZ가 생겨난 지 70년. 전쟁과 분단의 현실은 어쩔 수 없지만 이 땅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이름은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에서 호주로 연결되는 철새 이동 경로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의 중간기착지 혹은 월동지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특히 DMZ는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 및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와 물새류에서 산새, 도요물떼새까지 다양한 새들을 사계절 내내 관찰할 수 있습니다. DMZ는 남한 면적의 1.56%에 불과 하지만 한반도에 도래하는 조류의 20%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중 멸종위기 조류의 70% 이상 관찰되는 등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DMZ일원에서 기록된 멸종위기 조류의 대부분은 겨울철새입니다. 매년 10월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2월 말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의 번식지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이동성 맹금류와 물새류들입니다.
해마다 언 땅에 아지랑이 피어오를 무렵이면 멀리 번식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고 분주히 먹이활동을 하며 몸을 불리는 새들을 보면서 늘 따라가 보지 못하는 그들의 생애 한 자락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마침내 올해 5월 말, 독수리,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 맹금류와 두루미, 재두루미, 개리, 황새, 오리류들이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그 모습을 보러 갔습니다. 몽골 전문 대장님을 포함한 6명의 ‘몽골자연탐사대’가 몽골 울란바타르 칭기스칸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5박6일 동안 고비사막을 건너 ‘바가누루(Baganuur)’ 습지와 ‘바가 가즈린 출루(Baga Gaziin Chuloo)’의 바위산, 테릴지 국립공원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몽골의 봄은 가도 가도 막막한 지평에 구름과 바람만 고요히 흐르는가 싶으면 어느새 나타난 양과 염소, 말과 낙타 떼가 현실을 깨우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사이로 사막여우도 나타나고 나무는커녕 전봇대 하나 없는 맨땅에서 맹금류를 비롯한 작은 새들이 무시로 보였습니다. 바위산 봉우리 검독수리 둥지에서 깨어난 뽀송뽀송 새하얀 솜털을 가진 새끼새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저 멀리 광야를 향한 칭기스칸의 동상 아래서 관광객을 맞는 보라매의 발끝에서 옛 몽골제국의 영광과 역사의 기운을 담은 바람을 맞은 듯합니다.
몽골의 봄은 유난히 거칠고 메마를 거라는 생각과 달리 둘째 날부터 이틀 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광야를 맨발로 걷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목놓아 울어도 좋은 날이었습니다. 덕분에 단순하고 정갈한 숙소(게르)와 몽골의 호텔 숙박이라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그래도 기대했던 초원에서의 야영을 하루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밤늦도록 이어진 대원들의 담소, 현지 안내자의 구음 연주,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드러난 북두칠성, 주먹만한 별똥별이 떨어지던 순식간을 놓치지 않고 외친 “여기 오늘 우리 모두 평안하길~”. 그리고 여명 속에 분주히 움직이던 새들과 춤추는 재두루미 한 쌍의 실루엣은 오래도록 기억할 거 같습니다.
사진전에 작품을 낸 6명의 작가인 노영대, 박경만, 박세운, 박채란, 서희숙, 전선희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DMZ의 겨울과 몽골의 봄을 오가는 긴 여정을 반복하는 새들. 그 치열한 생존의 삶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날들이 언제든 이어지고 열려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1월 5일
에코휴DMZ 대표 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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