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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㊱ 한빛초교 김우석 교장

입력 : 2016-05-25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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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본 듯한 마음으로 살아라’ - 인생의 좌우명은 나눔과 배려 

 

  

극구 거절했다. 좋은 대담으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특별히 한 것이 없고, 그저 교육자일뿐이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래도 김우석 교장을 지면에 내세우는 것은 그의 그 평범함이 사회를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다.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은 특별한 사람을 모시는 자리가 아니다. 평범한 시민, 오랜 노동에도 보람과 긍지를 지닌 이웃, 한 길을 꿋꿋이 걸은 어르신, 아이들과 아웅다웅 하면서도 여럿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실천하는 주부, 용기 있게 도전하는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적임자입니다.”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한빛초 학부모회에서 추천

김우석 교장(55세)을 인터뷰하게 된 것은 한빛초 학부모회의 권유 때문이었다. 장희정 학부모회장의 말을 빌면,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대해 적극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육방침이 많은 학부모에게서 공감을 얻고 있어 자랑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우석 교장이 한빛초에 부임하는 것은 지난 3월 1일. 교장 발령 첫 부임지이다. 채 몇 달이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은 학부모들과의 소통이 잘 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 100여명의 학부형들이 모여 세월호 리본 만들기를 했다. 적지 않은 인원의 부모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웃의 아파트 도서관에서 모이기 버거웠다. 그래서 학부모회가 학교에 장소 협조를 구해 시청각실에서 리본을 만들고 전교생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잘 치룰 수 있었다. 

 

또 한빛초는 매주 월요일 2시에 학교 운동장 등지에서 엄마들이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와글와글 놀이터’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에서 엄마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흔쾌히 받아주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가 한 몸이 되어 아이들의 행복을 일구고 있다.

 

공무원 3일 하고, 교육대학으로 진학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우석씨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기차에서 친구를 만났다. 파주군청 공무원 시험 접수하러 간다면서 사진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같이 가서 시험도 보고, 면접도 봤다. 군대 갔는데, “군 생활 맘 편히 하라”고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와서 합격을 알았다. 제대후 시청에서 복직 안하냐고 연락이 와서 3일 근무하고는 사직서를 썼다. 

 

고2, 고3 때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서였다. 고2 때 선생님은 “남자는 대학을 나와야지”라고 계속 말씀 했고, 고3 때 담임은 “선생님 해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돌이켜볼 때 자신을 이끌었던 것은 두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그리고는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김우석 교장은 교사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선생님의 한 말씀이 아이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을 신중하게 해야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하고, 격려를 많이 해줘야한다.” 

 

천천히, 스텝 바이 스텝   

김우석 교장은 1960년 생으로 파주를 떠나본 적이 없는 리얼 파주맨이다. 파주초, 문산북중, 문산고를 졸업하고, 경인교육대를 나와 교사가 되었다. 초임발령지였던 동두천 송추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파주지역에서 교사로 일해왔다. 덕암초, 문산동초, 파주초, 봉일천초, 연풍초를 거쳐서 교감으로 승진하여 영도초, 파주초에서 교감을 맡다가, 올 3월 1일자로 교장 발령 받아 한빛 초로 부임했다. 

 

“교사 교감 생활하면서 관리하는 자가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나 느낌을 펼칠 때가 온 것이죠.” 김우석 교장은 자신의 길을 ‘천천히 스텝 바이 스텝’이라 표현했다. 

 

대학원을 다니며 ‘남북의 교육체제 비교 및 통일 이후 초등교육 방향’이라는 석사 논문을 내고, 본격 연구를 하고자 동국대 북한학과를 지원했다가 2번의 고배를 마셨다. 교직 생활에 충실하자고 그 때 포기한 것이 다행이라 여긴다. 

 

“교장이 되고 보니, 바닥서부터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사와 부장을 다 거치잖아요. 파주초교 당시 축구체육부장을 맡아 전지훈련도 했고... 교사 입장, 교감 입장을 모두 알 수 있으니까. 저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빛초 걸스카우트 팀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빈곤”

한빛초는 초등학생이 62학급 1,840명이고, 유치원 5학급까지 합치면 2,000여명의 학생이 있다. 교사가 80여명에 행정직 등을 포함하면 전직원이 130명으로 아주 큰 학교에 속한다. 그에 비하면 운동장은 무척 작은 편이다. 이를 지적하자, “수요예측이 어긋난 것이지요. 36학급 규모로 지었는데, 62학급으로 늘어났으니...”라며 미안해했다. 그나마 운동장을 항상 개방하지만, 많이 이용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씀이다. 

 

“30년전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을 볼 때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것.”이라고 한 마디로 답했다.  

 

“요새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데, 인터넷 스마트폰에다 학원 가고 뭘 해야해서 바빠요. 쫓겨요. 여유가 없고. 예전에는 산으로 들로 개울창에서 수영하고 그랬는데... 옛날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학교 뒤 개울에 가서 돌이랑, 모래 갖다가 연못도 만들었어요. 일종의 노작활동이죠. 지금은 시켰다가 민원 사항이 됩니다. 육체적인 것은 빨리 성숙해져있는데, 정신적으로 부모에 의존해요. 마마보이가 되는 거지요.”

 

품성이 인생을 좌우, 부모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어야

“초등학교는 자연친화적인 학교에 다니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오감을 이용해서 놀아볼 수 있는 학교. 품성이 인생을 좌우하니까요. 지적인 것은 노력하면 되지만, 품성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유치원과 초등은 인성교육에 많은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의 골든 타임이죠. 예전에는 가정교육이 어느 정도 되었잖아요. 부모님의 학력은 낮아도. 부모님이 스스로 모델이 되었잖아요. 지금은 부모가 맞벌이하고, 직장에 나가느라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다하니. 밥상머리 교육조차 없어졌지요. 아이들이 부모와 정을 못 느끼면서 사는 것이잖아요. 아이들이 그 시기에 부모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어야 되는데, 요즘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1반 30명 중 1명이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증상이 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 지도하랴, 그런 친구들 돌보랴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인정 안하는 학부형이 많고, 낙인효과 때문에 쉬쉬한단다. 선생님이 검사 받아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어려서부터 부모님한테 충분히 사랑을 받아야하는데, 그런 결핍에서 오는 분노, 저항이 쌓이다보면 그렇게 된다고 봅니다. 지금은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환경적인 영향이 크지요. 아이의 마음을 받아줘야하는데,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사회적인 문제 같습니다. 예전에는 또래끼리 동네 골목에서 딱지치기 하면서 풀어지고... 동네 형들과 놀면서 위계질서와 협동도 배우고. 어려운 애들 도와주고. 나눔과 배려가 바로 그것이잖아요. 요즘은 완전히 개인플레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외롭지요.”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했는데...

선생은 파주의 남쪽과 북쪽의 격차를 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단지 가정경제력의 차이일까? 가정경제력이 아이들 교육 환경과 직결된다. “가정에서 돌보지 않으면 학교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어요.” 관심과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6학급짜리 작은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부모처럼 다 알아요. 집에도 가보고. 밥 못먹고 오면 밥 먹여주고. 씻겨주고. 냄새나고 그러면 데려가서 씻겨주고. 선생님이 자주 애와 얘기 나눠주고. 결손가정이죠 뭐. 의외로 많더라구요. 거기서 차이가 커요.”  

 

교육안에서 해결될 수 없고, 사회환경에 의해서 해결해야한다면, 마을에서 해결해야하는데... 마을에서 가능할까? “지금 경기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에 애쓰고 있는데, 만만찮은 것 같더라구요. 그것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데서 가능한 것이죠. 여기 운정에서 적성까지 가서 봉사해드릴 분이 계실까요? 자원봉사자들 차비라도 챙겨드려야하고.”

 

그래도 김우석 교장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작은 학교는 신경을 쓰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요. 모두 같이 텃밭을 가꾸고, 같이 김장하고, 같이 하는 활동을 할 수 있죠. 지금은 뒤쳐지고 어렵지만, 그 쪽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더 풍요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봉일천초교와 지금 한빛초교를 빼면 부임지가 모두 북파주에 있다. 그래서 실정도 잘 알고, 그 안에서 희망도 같이 보고 있다. 

 

▲컵스카우트 선서를 받고 있는 김우석 교장

 

선생님들의 상담 선생님이 되어, 

김우석 교장은 교사일때부터 다른 교사의 상담을 많이 했다. “누구든지 쉽게 다가와서 많이 말을 걸어와요. 물어봐요.” 그래서 선생님들의 상담선생님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선생의 좌우명이 ‘나눔과 배려’이니, 그것을 몸으로 실천한 셈이다. 

 

“양보심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내가 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아웅다웅 하지말고. 아이들과 학부모들 모두 이 말을 모두 싫어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나보면 양보한 모든 것이 소중한 자산이 되더라구요.” 

 

여럿이 있을 때는 다수결로 결정한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의견을 따라 결정하게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다. 이 다수결의 원칙은 모두가 수긍한다. 그런데, 만일 두 사람이 의견이 다르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양보는 되지만, 소수에게, 또는 한 사람에게 양보할 수 있는가? 

 

“나쁘지 않고 불법적인 것이 아니면 동의해주죠. 내 의견을 주장했을 때 더 플러스 될 수도 있지만, 상대의 의견도 공익에 보탬이 되는 거니까. 군대에서 선임이 ‘손해 본 듯한 마음으로 살아라’고 했어요. 군대 가면 서로 힘든 것 안하려고 하는데, 내가 손해 본 듯 일을 해버리면, 그것이 나중에 나한테 많이 돌아오더라구요. 상대가 말하는 것이 나쁘고 불법만 아니면 양보해라.” 김우석 선생의 넉넉한 품은 ‘손해본 듯한 마음으로 사는’ ‘양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손해본 듯’ 양보한다면, 화합과 단결이 더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선생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파주시민들에게 추천했다. “공정한 노력에 의해 작동되는 것. 사회가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예전처럼 공정한 룰이 있으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잖아요. 그런 시스템이 되었으면. 그래야 누구나 꿈을 갖고 살잖아요.”

그렇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건 ‘꿈’이다.  

 

 

 

글 임현주 기자/ 사진 강심지 인턴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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