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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⑥ 개탄스러운 공생관계

입력 : 2015-03-31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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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스러운 공생관계



 





 



악어와 악어새는 공생관계이다. 악어의 몸 구석구석에 있는 기생충을 먹어주니 악어입장에선 시원하고 악어새는 먹이를 얻어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다른 생명체와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공생관계가 있다.‘극우와 극좌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사회내에서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핑계삼아 과잉대표성을 행사해 공적 논의를 왜곡시켜 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도모한다.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을 악용하는 세력들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과도에 찔려 광대뼈에서 턱까지 길이 11cm, 깊이 3cm 정도의 깊은 상처와 왼쪽 팔의 새끼손가락에서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3cm 관통상을 입는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리퍼트 대사는 그 와중에도 김치를 먹고 한국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고 말하는 등 외교관으로서 의연한 처신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 또한 국무부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끔찍한 폭력 행위” 라면서도 “범행 동기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말로 이 사건을 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한국 정치권은 벌집 쑤신듯이 난리다. 청와대는 그날 오후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정부는 범인의 반미, 종북행적 여부 및 활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 진상을 규명하고,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새누리당과 정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종북세력이 일으킨 공안 사건으로 규정한 후, 매머드 공안수사팀을 꾸리고 야당이 종북 숙주역할을 하고 있다는 ‘야당 책임론’ 공세를 펴는 등 대대적인 공안정국 조성에 나섰다. 북한도 이러한 새누리당의 종북공세에 근거를 마련해 줌으로써 절묘하게 장단을 맞춰주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사건은 남조선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고 조선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면서 폭행 범인을 찬양하였다.



 



9일 발표된 <리얼미터>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전주보다 4.0% 올라간 39.3% 라고 하는데, 이는 주한미국대사 피습 역풍과 중동순방 효과라고 한다. 여권 입장에서는 그간 실정과 경제부진으로 지지도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던 차에 정국반전을 할 수 있는호재를 만났다. 폭행범과 북한이 여권을 위기에서 탈출케 한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남북 간 ‘적대적 공생관계’-총풍사건



남북 간 ‘적대적 공생관계’는 분단 기간 내내 반복되었는데 가장 극적인 경우는 ‘총풍 사건’이었다. 총풍 사건이란 1997년 대통령선거 직전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 측에서 북한 참사를 중국에서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던 사례로 혀를 내두르게 했던 사건이었다.



 



보수파 정부는 국민지지가 떨어지면 으레 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실정으로 보수세력 내부까지 와해되는 위기에 처할 경우, 북한과 종북세력의 존재를 부각시키면 위기감 때문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보수세력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경제난과 실정으로 체제가 위기에 처할 때 미국과 남한 존재를 부각시켜 위기를 조성했다. 반대파의 입지를 뺏고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들은 남북을 달리하고 적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위기에 처할 경우 한결같이 이 만병통치약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보존하였다.



 



하지만 이제가슴에 손을 얹고 이런 생각도 한번쯤 해볼 때가 됐다.남북의 극우,극좌들아! 그대들 편히 살자고 하는 신선놀음에 경제는 망가지고 통일의 길은 멀어져 민족의 미래가 닫히고 있다는 사실을!



 





 



백장현



정치학박사 ?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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