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⑮ ‘귀한 곤충’ 들의 서식지 임진강변

입력 : 2016-08-18 18:52:00
수정 : 0000-00-00 00:00:00

‘귀한 곤충’ 들의 서식지 임진강변

 

 

“반딧불이를 보면 다 귀하다고 그러는데, 파리 중에서도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만 사는 귀한 애들이 많은데 파리 귀한거라고 하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아.”

 

경상도 어디서 곤충 야간조사를 할 때, 파리조사를 한 후 덤으로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내려오는데 내 뒤를 따라오던 파리 연구자 최득수 박사께서 혼자 투덜거린 소리였다.

 

어떤 생명인들 귀하지 않으랴! 그러나 곤충은 종류도 많고, 조건만 되면 언제든 대발생을 하여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의 편의대로 ‘해충’과 ‘익충’을 구분해 해충은 마구 죽어도 되는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여기서 ‘귀한 곤충’이라 함은 파주에서 확인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이거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도 손색없을 만큼 보기 드문 친구들을 적어본다. 그러나 지구 생물의 2/3를 차지하는 곤충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없이 많은 종이 멸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사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이 곤충세계에서는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 애수중다리꽃등에(Helophilus lunulatus Meigen Diptera 파리목 꽃등에과) : 민통선 안 임진강 바로 근처 숲속에 있는 아름다운 둠벙가에서 채집한 파리 한 마리를 보고, 꽃등에를 연구하는 파리학자 최득수 박사는 “아니, 이 귀한 애를 어디서~” 하면서 감탄했다. 깨끗한 습지 근처에 사는데, 애수중다리꽃등에가 발견된 습지주변은 그냥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나라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 애기뿔소똥구리(Copris tripartitus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 : 민통선안 해마루촌의 정재겸 전 이장댁에서 딱정벌레를 연구하는 두 박사, 나방을 연구하는 두 박사도 함께 하루를 묵게되었다. 야간 유인등 조사(Light trap)을 마치고 곤충을 같이 공부했던 한충섭씨와 가로등 아래를 도는데, 암수 한 쌍 나란히 엎드려 죽어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지정된 ‘애기뿔소똥구리’였다. 멸종위기종은 채집이 금지돼 있지만 죽어있으니 한경덕 박사님이 정성껏 표본을 하여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하고 내게는 표본사진을 보내주셨다.(※멸종위기종은 죽은 동물도 신고해야 한다.)

 

▲ 왕은점표범나비(Fabriciana nerippe 나비목 네발나비과) : 작년 9월 어느 날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 및 DMZ습지 시민생태조사단’으로 통일촌 부녀회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화단에 범상치 않은 커다란 표범나비종류 한 마리가 열심히 꿀을 빨고 있었다. 뒷날개 끝에 공격받은 흔적이 있었다. 날개 끝에 하트무늬가 연결돼 있는 게 특징인 왕은점표범나비였다. 나비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나비’라고 불리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Ⅱ급이다.

 

▲ 꽃반딧불이(Lucidina kotbandia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 : 민통선 안 해마루촌 앞 초평도 논뚝길. 자연제방이 연결된 작은 계단식 논은 홍수철이면 한차례씩 물에 잠긴다. 하루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이니 물에 잠길 때도 짠물이 섞여있을 것이다. 길지 않은 짧막한 논둑길은 꼬마길앞잡이의 집단서식지였고 희귀곤충이 줄줄이 나온다. 그곳에서 배 끝에 퇴화된 발광기가 확연한 습지성 곤충 ‘꽃반딧불이’였다.

 

▲ 물장군(Lethocerus deyrollei 노린재목 물장군과) : 숫컷이 알을 돌보는 물속 곤충으로 잘 알려진 물장군.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 및 DMZ습지생태조사단’이 거곡리 둠범 옆 논에서 물장군의 날개를 발견했다. 제초제 때문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데 거의 부패되고 날개만 남았다. 비슷한 시기 영태리에서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선생도 물장군을 발견했다. 물장군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노린재 중 가장 크다. 물속에 살지만 밤에 불빛에도 날아들고 가을이면 근처 숲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하구가 열려있어 기수역이 살아있고 민간인통제구역이어서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임진강의 특성을 볼 때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Ⅰ급인 수염풍뎅이(Polyphylla laticollis manchurica 딱정벌레목 검정풍뎅이과)가 살 가능성이 크다. 수염풍뎅이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간절한 소망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귀한 곤충들을 무더기로 만날 수 있는 임진강과 강변이 지금 이대로 있는 것이다.

 

 

 

노현기

곤충과 양서, 파충류 소개꾼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46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