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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바다에 버려진 소주병 맥주병이 작품으로... 예술로 다시 태어나게 된 쓰레기 이야기

입력 : 2022-11-30 02:33:05
수정 : 2022-11-30 04:46:54

무심코 바다에 버려진 소주병 맥주병이 작품으로...

예술로 다시 태어나게 된 쓰레기 이야기

 

한국예술종합힉교 미술원 디자인과 김경균 교수(58세)는 4년 전 강릉으로 이주해 바닷가 쓰레기를 이용한 실험적인 정크 아트 작업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무심코 바다에 버린 소주병, 맥주병, 음료수 병들이다. 오랜 세월 파도에 휩쓸리며 병은 깨지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뭉툭하게 달아 동글동글 영롱한 빛을 내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상태로 변한다.


김경균 작가는 지난 3~4년 동안 강릉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의 거리, 수 백 km를 걸으면서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스튜디오 촬영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유리알 조형물은 전시장의 대형 설치 작품은 물론이고 아트포스터, 캘린더, 티셔츠, 에코백, 머그컵 등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유리알 조형물에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를 더해 <빛의 바다> 라는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강릉, 통영, 고창 등 여러 지역에서 전시 및 북토크 등으로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강릉 테라로사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에 아이들과 함께 유리병 조각을 주워 거대한 거북이 등 바다 생물 모양을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열었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와 소통하면서 환경보호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싶었다”며 “함께 만든 결과물은 아름답지만 어디까지나 쓰레기를 수집하고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아르디움 갤러리 전시는 지난 4년 동안 작업한 것들을 총 망라하고 정리해 보는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수집한 유리알을 한 개씩 따로 정밀하게 촬영하여 1,600페이지가 넘는 책자와 1,600칸의 거대한 엽서장을 가득 채우는 유리알 백과사전과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물론 이 양은 지금까지 수집한 것의 30% 정도도 못 미치는 분량이라 앞으로 이 아카이빙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각각 따로 촬영한 유리알 조합을 재구성한 얼굴 포스터 연작은 버려진 쓰레기가 우리 인류를 향해 다양한 표정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유리알을 전부 사용해서 만든 폭 3m 크기의 대형 작품 2점은 이번 전시의 메인으로 하늘, 바다, 땅이 만나는 가장 원초적인 풍경을 재현하고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2일 전시 오프닝에는 멋글씨 작가 강병인과 배일동 명창의 축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김경균 교수와 호흡을 맞춰 함께 작업해온 사진 작가 문대영과의 갤러리 토크에서는 지금까지의 작업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 자료도 함께 제공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지는 긴 전시기간 동안에는 별도의 갤러리 토크와 워크숍 등의 일정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김경균 초대 개인전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

With the memories of the waves

 

2022. 12. 02 ~ 2023. 02. 19

파주 출판도시 아르디움 갤러리

 

오프닝 2022. 12. 02. 17:00~

멋글씨 작가 강병인과 배일동 명창의 축하 퍼포먼스 / 사진 작가 문대영과의 갤러리 토크

 

 

프로필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

강릉시 공공디자인 정책관

아시아문화디자인연구소장

대한민국 디자인전 초대디자이너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 객원교수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객원교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타마미술대학원에서 비주얼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등 국내외 여러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디지털 미디어 사회에서의 정보문화라는 주제로

‘인터커뮤니즘’,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페이퍼로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바람’ 등

다수의 심포지엄을 기획했다.

 

<한일종이교류전>, <음양지와 센카지전>, <페이퍼로드 紙的 想像의 길>,

<한일그래픽디자인 심포니아>, <한일 음식문화 특별전>, <한중일 문화올림픽 100개의 바람, 100인의 바램> 등의 특별전을 기획했다.

타이포스터, 몽유도원도, 유리알 유희 등의 개인전을 서울, 강릉, 베이징, 청두 등에서 개최했다.

‘서울지하철 장애인 안내 시스템’, ‘청계천 유비쿼터스 맵’,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 ‘전라남도 예술섬 프로젝트’, ‘연홍도 티셔츠 미술관 프로젝트’ , ‘가우도 정크아트 프로젝트’ 등 다수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십인십색: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10인과의 만남>, <일본 문화의 힘>(공저), <엑스포메이션 서울×도쿄>(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인포메이션 그래픽스>, <정보디자인>, <눈의 모험>, <선의 모험>, <원과 사각형의 모험>, <독서의 신>, <불변의 디자인 룰 150>, <마법의 색채 센스>, <배색사전>, <마법의 디자인>, <애플>등이 있다.

 

강릉으로 이주해 나는 금방 바닷가 유리알 수집에 빠져들어 다양한 작업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런데 겨우 반 년 정도 지났을 즈음에 아내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 바람이 아내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자주 바다로 나갔다.

아내는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고,

나는 그 근처를 왔다갔다 유리알 수집을 계속했다.

그러다 인기척에 문득 뒤를 돌아보면 아내도 유리병 조각을 줍고 있었다.

힘들다고 말려봤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말기암이라는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으면서도 내 작업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팔을 부축해 함께 모래밭을 걸으며 유리알을 찾았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아내는 더 이상 모래밭 위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나니 바다에 나갈 수조차 없는 날들이 점점 늘어만 갔다.

그렇게 꼬박 3년이 흘렀고, 아내는 결국 저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유리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그때의 아내를 떠올린다.

누군가가 무심코 버린 유리병은 오랜 세월 파도의 기억들을 담아 이제는 아름다운 별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소중한 별을 가슴에 묻고 살기 마련이라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묻어야할 별은 너무나 많다.

이번 개인전은 아내가 남기고 떠난 수많은 별들과 함께 한다.

 

2022년 10월 말

작가 노트에서...

 

 

나는 3년 전에 문득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릉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바쁘고 복잡한 서울 생활에 몹시도 지쳐있었는데 강릉 바다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뭔가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바다로 향하게 된다. 어느날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를 치우다 우연히 보석처럼 반짝이는 유리병 조각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경월주조라는 글씨가 잊혀져가던 나의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아마도 40년 전 쯤이었나…

재수를 결심하고 주문진 겨울바다를 찾아 깡소주를 비우고 바다에 던져버렸던 바로 그 소주병이 내 앞에 돌아와 뭐라고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다.

“야! 너도 이제 많이 삭았구나!”

오랜 세월 파도에 쓸려 모서리가 뭉툭해진 그 유리조각은 어딘지 나를 닮아 있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시작된 나만의 보물찾기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릉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을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유리병 조각을 거의 발견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지만 밀려온 쓰레기 더미를 치우다보면 오히려 내 머릿속의 상념들도 말끔히 사라진다.

처음에는 바다 환경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시작한 일이 지금은 내 자신을 수행하는 구도의 길이 되었다.

가끔 내가 걸어온 뒤를 돌아보지만 파도가 지나간 뒤엔 결국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언제나 나의 모든 아픔을 다 받아주는 친구, 그래서 바다가 참 좋다.

 

2021년 11월 초

작가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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