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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⑦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

입력 : 2016-04-14 15:20:00
수정 : 0000-00-00 00:00:00

봄이 오면 짝 찾아 나서는 물고기들

 

 

 올해는 봄이 늦은 것 같아요. 3월 초까지 꽃샘추위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이 쏟아지곤 했지요. 이제야 햇살이 따숩고, 봄바람이 살랑거립니다. 조금 있으면 들판 곳곳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겠지요. 벌써 나무들에 물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봄은 뭇생명들에게 겨우내 웅크렸던 기운을 물리치고 한껏 기지개를 켜며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는 계절이에요. 살아있다는 기쁨을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얼마 전에 농사 준비를 하러 심학산 기슭에 있는 밭에서 한참 일했어요. 낮이 되어 조금씩 따뜻해지니 여기저기서 산새들이 짝을 찾으며 날아다니더라구요. 산 속 계곡에서는 산개구리 무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짝을 찾을 때이고, 좀 더 지나면 냉이, 꽃다지, 씀바귀, 온갖 들꽃들도 한껏 꽃을 피우겠지요. 따뜻한 봄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물속은 어떨까요? 그곳에서도 사랑이 싹튼답니다. 아니 사랑으로 물든답니다. 이때 물고기들이 몸빛이 진해지고 주둥이나 몸에 우툴두툴한 돌기가 솟아요. 혼인색을 띄어 몸빛이 화려하게 바뀌거든요. 특히 납자루과 물고기들이 알록달록하게 바뀌어요.

 

 새색시처럼 곱고 어여쁜 각시붕어가 대표적이지요. 각시붕어 수컷은 봄에 혼인색을 띠어 몸통 앞쪽이 샛노랗게 물들면서 배 밑은 까매져요. 주둥이에 우둘투둘한 돌기가 솟아납니다. 눈동자 위쪽이 빨개지고, 아가미 바로 뒤에 분홍빛 반점이 생기며 그 뒤에 푸릇한 얼룩이 진해져요. 등지느러미 끝이 연분홍빛으로 물들고 꼬리에 있는 파란 가로 줄이 선명해져요.

 

 각시붕어와 닮은 흰줄납줄개는 몸통에 하얀 줄이 선명해지고 등이 새파래져요. 온 몸이 분홍빛으로 띄어 각시붕어보다 화려해요. 납자루 무리 암컷의 혼인색은 화려하지 않고, 배에서 산란관이 나옵니다. 흰줄납줄개 산란관은 제 몸길이보다 더 길게 나오기도 해요.

 

 산란관이 뭐냐구요? 알이 나오는 대롱인데, 납자루과 암컷이 조개 몸속에 알을 낳기 위해 필요한 기관이에요. 수컷이 말조개나 대칭이를 찾아서 지키면 암컷이 다가와서 조개를 살펴요. 조개 주위에서 슬슬 헤엄치다가 맘에 들면 조개 출수공에 순식간에 산란관을 꽂으며 알을 낳아요. 수컷은 입수공에 대고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킵니다.

 

 알은 조개 아가미에 붙어서 깨어나고, 한 달쯤 자라서 9밀리미터쯤 되면 조개가 물을 뿜어낼 때 출수공으로 나옵니다. 조개가 새끼 물고기를 낳은 것 같지요. 조개는 납자루 무리가 알을 낳을 때 제 새끼인 유생을 지느러미나 비늘에 붙여서 퍼뜨립니다. 이 물고기와 조개는 서로 이용하는 것일까요? 돕는 것일까요? 바라보기 나름이겠지요.

 

 우리 파주에 흐르는 큰 강은 임진강과 한강이 있어요. 문산천은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냇물인데, 납자루를 비롯하여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줄납자루, 납지리 등 납자루과 물고기들이 아주 많이 살아요. 납자루 무리가 냇물에서 자손을 퍼뜨리며 살려면 조개가 꼭 필요해요. 조개는 맑은 물에서 사는데, 문산천은 말조개 무리, 재첩 같은 조개와 납자루도 많이 사는 걸 보면 아직 그리 오염되지 않았어요.

 

 납자루 무리는 여울보다는 물살이 약하고 바닥에 진흙이나 돌이 깔린 곳을 좋아해요. 느릿느릿 헤엄쳐 다니면서 작은 물벌레와 물풀 조각, 풀씨 따위를 먹어요. 기척을 느껴 놀라면 물풀이나 돌 밑으로 숨어요.

 

 봄이 되어 수온이 오르는 요즘, 깊은 곳 바닥이나 돌 밑 물풀에 숨어 있던 물고기들이 나와서 돌아다닙니다. 사랑의 계절을 맞아 혼인색으로 한껏 치장하고 짝을 찾으려 뽐내겠지요.

 

 

 

어류소개꾼 이 상 민

출판사에서 도감, 자연생태에 관한 어린이 책과 동화책을 편집했습니다. 파주생태문화교육원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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