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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132) 파주생태교육원 김영금

입력 : 2023-05-11 04:00:09
수정 : 2023-05-11 04:00:53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132) 파주생태교육원 김영금

 

가족의 사랑과 해타골이 저를 키웠어요

 

김영금씨는 네 아들의 엄마이다. 월롱면 영태리의 파주생태교육원 원장이면서, 슬로푸드 한국협회 이사겸 운영위원이다. 작년까지 슬로푸드 한국협회 파주지부장을 하면서 파주의 토종종자 수집활동을 하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남편이 스승이라며,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말미마다 몇 번이고 강조했다. 가족의 사랑과 자연이 자신을 키웠다고 말하는 김영금씨. 이제 그는 파주에 토종씨앗도서관을 만드는 꿈을 키우고 있다.

 

▲ 농촌과 농사의 힘을 믿는 행복한 부부

 

두 달만에 결혼식

친구 결혼식에서 지금 남편 조영권씨를 만났다. 그 때 서른 한 살 노처녀였고, 남편도 나이가 많았다. 결혼식 후 신랑 친구 신부 친구들이 모여 놀다가, 노래방에 갔는데, 그 때 남편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왔다고 말했다. 착하게 보였고, “이런 걸 꽁깍지라 하나봐요라며 웃는다. 친구에서 조영권씨 괜찮다고 신호를 보냈는데, 어느날 갑자기 조영권씨가 사무실에 와서 등산가자고 했다 한다. 그래서 등산복 차림으로 만났는데, 파주로 데려가서 인사를 시켰다. 이 말을 들은 엄마가 그럼, 한 번 보자해서, 조영권씨도 자신의 집에 와서 인사를 하고, 다음에는 양가 부모가 인사하고...그래서 두 달만에 결혼했다 한다.

당시 전문지 기자였는데, 41일 결혼한다하니, 만우절이라고 사람들이 오지 않았어요. 정말 친한 사람들은 왔지만.” 연애한다는 소리도 못들었는데 41일에 결혼한다하니 사람들이 안 믿었던 모양이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찔한 선택인 거죠. 그 남자를 다 알아보지도 못하고 바로 결혼을 했으니까. 근데 저는 제 남편을 무척 의지해요 그리고 저를 자꾸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에 믿어요. 그래서 참 운이 좋았다고 말해요.”

 

 

말죽거리 처녀가 파주 월롱면 영태리 대가족 품으로

강남구 포이동 구룡산이 제 놀이터였는데, 그곳도 당시는 농촌 사회였죠. 문화가 비슷하니까 제가 시집에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김영금씨가 결혼할 당시 시댁에는 시할머니, 시부모님, 시동생 다섯이 살고 있었으니 모두 아홉이 같이 살게 되었다. 대가족이었다. “하여튼 사랑이 가득한 집이었던 것 같아요. 참 운이 좋았어요. 모든 행사가 집에서 치러지다보니까 어른들이 늘 집에 북적북적거려요.”

시댁 먹거리는 거의 다 시부모님이랑 가족이 같이 농사를 해서 마련했다. 온 가족이 농사현장에 있었다. 아이들도 고구마 심기, 고추 심기도 하고, 김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친정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맛보며, ‘가족농이 농촌문화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걸 몸에 새기게 되었다. 아이들은 시부모님이 하는 대보름달집, 김장독 심기, 텃밭 농사를 따라하며 사랑을 듬뿍 받고 건강하게 자랐다.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고 말하면서도, 당시에 불편한 것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동생들이 하나 둘 결혼을 했는데, 주말마다 번갈아 가면서 집으로 오는 것이었다. 며느리 김영금씨는 쉴 틈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나가서 차 안에서 울면서 쉬기도 했다 한다.

 

 

 

▲ 시아버지 팔순잔치로 파주생태교육원 뒷산에서 서예와 사진전을 열었다.

 

시아버지 팔순 잔치로 서예전 열어

시아버지가 일흔이 되실 때 독립선언을 하셨다. 말하자면 아버님이 더 이상 일을 안하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그날부터 아버님은 서예를 하시고, 시를 쓰셨다.

시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은 김영금씨는 시아버지 팔순 잔치 5년전부터 남편과 계획을 잡았다.

시부모님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하기로 했고, 팔순잔치를 아버님 서예 전시로 기획했던 것이다. 영태리 해타골 뒷산에 10년 동안 쓰신 아버지 서예작품과 시를 전시하고,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잔치국수를 대접했다.

동네 사람들도 너무 좋아하시고 이렇게 진정어린 생일잔치를 받아 온 게 너무 좋다고 아버님 친구 분들까지 오셔서 고맙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가족농이 농촌문화를 이어갑니다. 김영금님 가족이 사는 모습

 

사람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니?”

영금씨는 아들 둘을 낳고, 세번째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셋째 아들 정근이는 890g에 태어났다.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기관지와 폐가 덜 성숙되어 병원에 6개월 가량 있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수술을 하고, 링거를 달고 살았다.

인공호흡기 끼고 사는 아기를 자꾸 수술을 시키기에 의사에게 왜 아기를 힘들게 하냐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 임상 교수가 어머니. 정근이는 잘 견디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인공호흡기를 끼고도 죽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걸 견디지 못해서 근데 정근이는 잘 견디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아이가 노력하고 있는 거였다. 아이도 애쓰고 있었다.’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안국동까지는 울면서 걸었다. 눈물이 계속 쏟아져서 사람들을 피해서 한참 걷다가 다시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아이 병원비로 재산을 쏟아부어야할 것 같아 시어머니에게 말씀 드렸다.

그 때 시어머니가 말씀했다. “사람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니?” 이 고마운 말씀이 영금씨의 마음을 붙잡아 아이를 살려야한다고 희망을 굳게 갖게되었다.

 

 

▲ 쓰러진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기구가 된다 

 

아이들을 위해 숲을 가꾸자

그 동안 남편은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일을 했고, 영금씨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파주지부에서 어린이 책을 공부했다. 이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회원들이 자신을 격려해주고, 자신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아픈 아이도 세상에 있다는 걸 알리게 되었다. 정근이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제 그 아이가 커서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남편은 아이를 위해서 뭘 할까를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아이를 위해서 숲을 가꾸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남편은 생태모니터링을 다니고, 정근이가 아프니 영금씨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았다. 부부가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고, 가족이 따로따로 아이들을 돌봐야했다. 영금씨는 말한다. “근데 여기에 중심을 잡아준 것이 부모님하고 시누이들이죠. 시누이가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다 했었어요. 온가족이 우리 아이와 저를 키웠어요.”

 

▲열두달 어린농부학교의 모내기 모습

 

파주생태교육원은 예술 놀이터

지금은 남편과 같이 파주생태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13년이 되었다. 이 공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연이 더 건강해져서 좋은 기운이 더 많이 품어 나온다는 것이라고 영금씨는 자랑한다.

정형화된 구조물 없이,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같이 풀어내기가 생태교육의 원칙이다. 커다란 숲 속 쓰러진 나무에 아이들이 올라타고 마음껏 몸을 움직이도록하고, 비가 오면 물가에서 내려오는 물을 엉덩이로 막아 폭포도 만들고, 눈으로 이글루를 만들고... 단풍나무는 아이들 친구가 되고 자연 그대로 모든 게 다 아이들 놀이가 된다.

공원에 나가면 풀 꺾기 어려워요. 그런데 저희 파주생태교육원은 공원처럼 모셔야 될 꽃이 없어요. 들꽃들 천지라서 아이들이 마음껏 해도 돼요. 그래서 작은 꽃 색깔 하나 하나가 아이들의 심미안을 높이죠. 벌레 먹은 나뭇잎하나로 햇빛 속에서 그림자 놀이를 해요. 아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파주생태교육원에서 매달 2열두달 어린 농부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끝나도 집에 가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어도 계속 다니겠다고 해서 몇 몇은 초등아이들의 꼬마선생이 되어 어린농부학교에 다닌다. 올해 등록한 아이중에 장래 꿈이 농부라는 아이가 있다고 자랑하는 영금씨. 이 농부학교의 부모들도 잘 모인다. 가을엔 생태교육원 마당에서 음악회도 한다.

 

▲슬로푸드 파주지부 모임

 

슬로푸드 파주지부

그리고 이곳이 슬로푸드 파주지부 사람들이 모이는 아지트이기도 하다. 슬로푸드 회원들이 각각 한 가지씩 음식을 갖고와서 회의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한다.

이곳에서 화성의 두레자연마을 금경연님으로부터 할머니 텃밭제안을 받았고, 슬로푸드 파주지부가 탄생되었다.

영금씨의 아들은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보통의 부모는 자식을 외지로 공부시키려 보내는데, 오히려 고향으로 돌아와 내일을 펼치게 하고 싶은 게 영금씨 소망이다.

아이들이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 믿음을 가지면, 아이들이 돌아올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김영금씨. 그래서 농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일이 자신이 하는 일이고, 가족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이 얼마나 편해요. 소비가 별로 안 일어나요. 좀 적게 먹고 덜 쓰고, 그냥 건강한 먹거리로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토종씨앗 채집 활동

 

토종씨앗도서관 꿈을 키우며

작년에 슬로푸드 파주지부에서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했다. 작년 10월부터 두 달간 교하동에서 파주읍까지 조사하고 이것을 보고서로 발표했다. 올해는 파주 북부지역의 토종씨앗을 수집할 계획이다. 슬로푸드 파주지부가 그 동안 회원들이 직접 농사지은 토종씨앗과 모종 나눔을 해왔기에 뜻을 모을 수 있었다. 토종씨앗을 조사하고 모으는 것은 씨앗 하나에 담겨진 세계를 모으는 것이다. 생명다양성을 살리고, 씨앗이 농부의 힘으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씨앗에 담긴 농사 기술과 음식 문화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금씨는 파주에 파주토종씨앗도서관을 세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슬로푸드 회원들과,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부들과 함께.

이렇게 좀 덜 가져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족. 가족의 힘 자연의 힘, 이것만 확신한다면 우리 모두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농촌과 농사와 자연이 영금씨와 가족 모두를 건강하게 키우고 지키고 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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