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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옛날이야기 ⑦ 그대가 파주 사람인지 확인하는 법

입력 : 2016-04-14 15:15:00
수정 : 0000-00-00 00:00:00

그대가 파주 사람인지 확인하는 법

“스무살 무렵 클럽에 노래하러 온 조용필을 봤다면 당신은 파주 사람”

 

 파주 임진강 건너 출입금지지역인 장단군도 신도시처럼 개발되기를 꿈꾸는 그대는 물려받은 땅이 많거나 거기에 땅을 산 사람이고 파주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겨우 열다섯살의 나이에 학교에서 강제로 모내기 농사로 끌고 다녔다면 그대는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에서 학교 다닌 사람이다. 하지만 모내기 강제동원에 군사분계선 근처 대성동까지 가봤다면 그대는 파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다.

 

 호리가다(참호), 에망(M1소총),뽀로리카(히스패닉 혼혈 미군),유바이 (미군상대로 군것질을 판매하던 한국아주머니등 같은 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면 분명 문산,선유리,연풍리,법원리,파평면,금촌 부근에 오래 살았던 파주사람이다.

 

 그대가 5살때부터 상놈과 양반이 뭔지를 들었고 유난히 따지는 어른들이 많았다면 늘노리, 교하,율곡리,두포리,향앙리중에 한곳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침 8시에 읍내가는 버스에 탈 수 없었다면 그대는 분명히 파평면 두포리나 율곡리 사람이다. 만약 앉아서 갔다면 그대는 적성이나 금파리에 살았다.

 

▲1967년 장파리 가는 버스

 

 파주 문산이 별로 크지 않아 보였고 그동네가 촌동네 같이 우스웠다면 파주 금촌사람이다.

그 시절 소풍간 장소로 기억나는 곳이 자운서원,화석정, 파산서원, 반구정밖에 없다면 그대는 누가 뭐래도 파주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다.

 

 파주의 유명한 거부가 부자가 된 계기가 산에서 공비들이 묻은 빠블빽을 캤느니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미군딸라 월급 따블백을 줏었느니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대는 파주에서 20년 이상 살았다.

 

 내 고향 이름이 누군가에게 불려지는게 불편하다면 그대는 파주 용주골 사람이다. 이 동네는 연풍리라는 아름다운 지명이 있다.

 

▲1957년 문산 지금의 자유초등학교 부근 멀리 보이는 곳이 자유로 당동IC 자리

 

 그 시절 서울가는게 가깝게 느껴졌으면 그대는 파주의 금촌이나 문산에 살던 읍내 사람이다. 운정역이 얼마나 볼품없고 작았는지 기억한다면 파주 사람이다. 그래도 파주역보다는 낫다 라고 하면 그대는 월롱이나 파주리에 살던 파주사람이다. 

 

 파주가 문향의 고장이었던가? 미군들과 양색시들과 힘든 군인들의 눈물이 있는 고장이었던가? 혹은 난개발로 망가져가는 곳이던가 라고 긴가민가 하면 그대는 고향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파주 사람이다.

 

 파주의 역사적 인물이 희대의 탐관오리 의혹(단지 사실만 나열된 객관적 기록만으로도) 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대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사람이다. 그런데 정정당당하게 문헌기록들을 살펴 재평가자하는 주장조차 파주에서 언급하기를 꺼려진다면 그대는 파주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아본적이 없어도 영락없는 파주 사람이다.

 

 담벽을 베름빡이라고 하면 그대는 강원도나 경상도,전라도 부모를 둔 파주사람이다.

 

 스무살 무렵의 가수 조용필이 클럽에 기타를 메고 노래하러 들어가는걸 본 것 같다면 그대는 문산읍 선유리나 살거나 파평면 장파리에 살던 노년의 파주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읍내 한복판에서 총격전 소리를 듣고 조명탄이 켜지는걸 봤다면 그대는 80년대에도 문산에 살았다. 다리아래 무장공비 시신을 덮어놓은걸 봤다면 문산 임월교부근에 살았음이 틀림없다.

 

▲1970년 지금의 파주장례식장 부근

 

 지금의 문산 여우고개 옆의 대형마트 홈플러스 부근이 오래전 미군부대에서 쓰레기처리장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파주 문산읍에서 오래 산 사람이다. 그곳으로 지나다가 미군들이 보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줏었다면 임진나무 길로 다니던 율곡리 중학생이다. 그런데 그걸 숨겨놓고 보여주지 않아 친구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면 그대는 파평면 율곡3리에 살았고 이름은 이은용이다.

 

 이 모든것을 들었을때 모두 이해되고 옛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면 그대는 늙어가는 파주 사람이다. 듣고나서 그 시절의 힘들고 고통스런 생각이 나도 파주 사람이다. 아련하게 눈물이 나면 고향을 떠난 파주 사람이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3리 사람 김현국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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