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9) 오늘도 채비하는 새누리장애인 부모회

입력 : 2017-12-15 10:03:00
수정 : 0000-00-00 00:00:00


오늘도 '채비'하는 새누리장애인 부모회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

 

저는 어지간해서 상처받지 않아요. 제가 너무 씩씩해서요. 피곤하고 힘은 들지만요.”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파주지회 김숙자 회장은 22년간 1급 발달장애 아들을 키워온 엄마이다. 세상의 많은 편견과 싸워오고, 아들을 위해 그림자처럼 살아온 세월이 22년 이다. 아이와는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 할 뿐 깊은 대화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아이가 돌이 지나도 혼자 걷지 못하기에 단골병원에 갔더니, 조심스레 서울 큰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신촌 연세세브란스에 갔습니다.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하더니 정신지체입니다하더란다. “무거운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듯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아이도 나도 펑펑 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큰아이에게 사실을 알리고, 온 가족이 함께 펑펑 울었단다.

다음날 바로 도서관에서 정신지체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빌려서 읽기 시작했고, 낫는 병은 아니지만 열심히 교육하고 훈련하면 조금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기치료실을 알아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김숙자 회장 아들은 자동차, 기차 등 탈것을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좋아해서 초등학교 방학 때만 되면 아이를 데리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 다녔다고 했다. 중학교 때는 다행히도 집에서 학교로 가는 버스는 오직 하나여서 집에서 학교 가는 연습을 3년 동안 매일 같이 다니며 알려주었다. 고등학교 때는 혼자 타보라 하고, 아이를 앞장세워 뒤따라 다녔다. 첫날 내려야 할 곳에 내리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었다고 했다. 이렇게 일년 동안 뒤를 따라 다니며 지켜보니, 집과 학교를 혼자서 잘 다니더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놀랍고 기뻤던 일로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법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한번은 학교에서 집에 올 때 본인도 불안하니 벨을 조금 일찍 눌러 한정거장 일찍 내리는 일이 있었어요. 이 때문에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집까지 혼자 찾아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너무너무 감동해서 말로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습니다.”했다.

때마침 눈이 펑펑 쏟아지는 풍경 사이로 젊은 청년이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김숙자 회장의 아들이라 했다. 보통 때와 달리 눈이 많이 내려서 당황한 듯하다며, 집에 혼자 갈수 있도록 안심시키고 와야겠다고 잠시 자리를 떴다.

 

저 청년에게 차를 골라 타고 목적지에 찾아 오가는 것만 12년을 가르친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것도 가르치려면 부모와 가족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지?”깊은 공감의 말이 회장직으로 이끌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우연히 부모회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 제일 처음 만난 분이 서혜자 전임회장 이었다. “전임 회장님 말씀이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지?’ 하며 토닥여주셨어요. 저는 아직도 그 말 한마디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위로가 부모회 일을 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김숙자 회장은 위로받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말을 이었다. 당시에 김숙자 회장은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모두 그러듯이 지칠 대로 지쳐서 우울증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부터 김숙자 회장은 자신의 아이만이 아닌 발달장애아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하여 사회복지, 직업재활을 공부하기도 했고,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워크숍 세미나 등 닥치는 대로 참석했다.

또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2011),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4)이 제정되기까지 전국의 부모들이 삭발까지 해가며 농성을 할 때 현장에 있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부회장을 맡게 되었고,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업은 자립생활을 돕는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집중되어야...

 

최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신의 사후를 염려하며 발달장애인 자녀의 독립을 준비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채비가 상영 중에 있다. 지난 125일 장애인식프로그램 일환으로 파주시 사회복지관련 부서 및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공무원들과 발달장애부모들 80여명이 참석해서 상영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김숙자 회장은 3번째 보는 영화인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말했다. 참석하신 분들도 눈물이 마르지 않더라 전하며, 한 담당공무원은 문자를 보내와.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며 힘껏 돕겠다고 했단다.

 

현재 학령기 발달장애인들 사업은 부족하긴 하지만 학교 교육 외 재활치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방과 후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오직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만이 가능한데, 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는 방문목욕, 방문간호, 활동보조 이 세가지 서비스가 전부이다. 어른이 되면 한마디로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이 것이 전국의 20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현실적으로 영화 채비와 같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사업에 포함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무조건 불편한 점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워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조시스템, 자조프로그램 이어야 합니다.”하고 김숙자 회장은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학령기 내내 경제적인 어려움을 무릎 쓰고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였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가정에서 은둔적인 생활을 계속 하게하는 장애인 시스템으로 인해 우울증에 힘들기도 하고, 판단이나 행동에 있어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용기 내어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외부의 시선 등으로 점점 더 은둔의 생활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것이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이며 가정을 파탄의 길로 몰아가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립할 수 있도록도와주는 학습 지원 과정이 오히려 사회적으로나 발달장애인 포함 가족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활동서비스 개시

 

김숙자 회장이 이끌고 있는 파주시 부모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파주시로부터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받고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주간활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서비스의 기본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학생들 스스로 결정에 기반 한다는 점과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활동은 발달장애인들이 자립을 향해 갈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11 서비스는 외롭다 생각해서 1명의 선생님과 4명의 학생을 한 그룹으로 묶고, 가능하면 다양한 외부활동 경험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 여러 명이 같이 하니 비용도 줄고 다른 장애우들에게도 활동서비스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서로의 활동에 도움을 주어 개인 학습보다 뛰어나고 시너지 효과도 크다. 특히 문화 활동, 스포츠 활동은 50% 정도 외부 활동인데, 이러한 외부 활동은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의 장애인식개선을 유도하여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 했다.

 

이 서비스는 올 6월부터 시작했고, 현재 7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지원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홍보가 아직 덜되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발달장애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와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득, 주거, 가족지원 중요, 이를 위해 힘쓸 것

 

김숙자 회장은 발달장애인 들을 위한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은 소득, 주거, 가족지원이라 생각한다.

 

현재 부양의무제 완화로 성인발달장애인중 일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적용 대상이 되어 작지만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무지도원과 발달장애인 2~4명이 사업체에 가서 직업훈련을 하게 되면 발달장애인은 심리적 안정 속에서 직업훈련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고용과 연계되기도 하고 낮은 이직율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발달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기업을 찾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업훈련 과정을 지켜본 기업들은 발달장애인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현재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경기지부)에서는 발달장애인 현장중심 직업훈련 및 고용 연계사업을 경기도 예산을 받아 8~12월까지 진행 중이고, 100명이 넘는 훈련생이 참여하여 10여명 고용되는 성과를 냈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선배치 후훈련 형태로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거 부분에 대해서도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따라서 주거 형태와 주거지원센터를 함께 연결하여 지원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주시의 장애인 가족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안타까워했다. 2012년 임현주시의원에 의해 파주시 장애인가족지원조례가 발의 되었고, 2015년 손희정시의원이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립을 주문했으나 파주시가 만들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부모회 회장을 맡기 전엔 바다를 좋아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혼자 12일로 다녀오곤 했는데 요즘은 도통 시간이 나질 않아요말했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 모두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쉴 수가 없다고한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리고 부모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비롯해서 파주의 모든 발달장애인을 위해 부족한 능력이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하고 말했다.

 

오늘도, 김숙자 회장은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하루만 늦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모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발달장애부모들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삶,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정책을 제안하고 투쟁하고 있다. 그야말로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끝내며, 모든 일은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모래알 하나의 무게만으로도 그 높던 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더니, “정말 그럴까요?” 라고 반문했지만 김숙자 회장의 얼굴은 밝아졌다.

 

김숙자 회장은 연대를 위해 발달장애인을 두신 부모님의 참여를 호소했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행정 봉사에 일반인들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말을 남기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새누리장애인부모회 김숙자 회장

카페 : http://cafe342.daum.net/_c21_/home?grpid=19QHU

대표번호 : 031-946-3948

핸드폰 : 010-8441-3948


임진원 기자

#78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