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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풍경을 존중하고 사랑하라! - 김석종 사진 & 시

입력 : 2021-04-05 07:31:00
수정 : 2021-04-17 11:16:14

예술은 나눔이다 -풍경을 존중하고 사랑하라!

                       - 김석종 사진 & 시      

 

 

 

 

제목: 걷는 나무들

 

이 사진은 파주의 어느 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공원이 조성 중이라 드문 드문 나무들이 심겨져 있었고, 봄이 되어 나무사이에서 풀밭들이 피어 오르는 진행형 풍경이다. 이 풍경은 따뜻한 느낌이 든다. 나무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 듯한 풍경. 노란색의 밝은 기운이 화면을 뒤 덮고, 멀리 화면의 끝으로 소실되어가는 나무들이 아득하다. 이런 사진들은 미니멀 사진에 가깝다. 소재의 질량감이 가볍지만, 나름 강한 느낌을 주는 그런 류의 사진이다.

 

촬영

노란색 필터를 렌즈 앞에 덧대고 카메라를 오른 쪽으로 이동하며 2번 다중 촬영을 했다. 노란색 필터를 선택한 건 따스한 봄기운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노란색의 색조 안에 갈색 나무들이 녹아 들고 전체적으로 유화같은 질감이 살아났다. 사진의 명확한 사물간 경계구분 대신 경계가 흐려지는-탈 경계의 스밈과 번짐이 이 사진의 특징이다. 이것을 위해 조리개를 개방하고(조리개 구멍을 최대치로 넓힘) 촛점을 아주 미세하게 빗 나가도록 조정했다. 필름도 채도가 은은한 것을 사용했다.

1/1000F2.8 2번 다중노출, Fuji Provia 400

 

나무들 걷다

뿌리에 잡혀있는 나무도 때론 걷는다.

햇살- 온 천지에서 어둠을 내 쫓고,

따순 바람이 등을 살며시 밀면

그땐 나무도 걷는다.

아무 설명도 필요 없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은 채

나무는 걷는다.

서로 거리가 되어 그간 뿌리로만 만나던 그들이

이제 처음 어깨를 툭 건들며 봄 속에서 걷는다.

봄은 사랑이다.

 

 

 

 

 

제목: 꽃 강.

 

3월 달이 되면 따스한 햇살을 많이 받는 산등성이에는 진달래들이 무리를 지어 핀다. 꽃들이 한꺼번에 피면 멀리서 볼 때 영락없는, 꽃 강이다.

진달래 꽃들이 마치 강물같이 흐른다. 이 사진은 고양시 외곽의 한 야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몽환적인 봄의 화사한 기운을 최대한 강조했다. 진달래 꽃은 화사하고 예쁜 꽃이긴 하지만 진달래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진달래 생화에서 느끼는 신비한 기운이 다 사라진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진달래를 가장 진달래 같지 않게 찍고 싶었다. 풍경사진의 두 얼굴- 그대로 나와서 좋을 때가 있고, 다르게 나와서 좋을 때가 있다.

 

촬영

그러기 위해 일본의 키요하라사에서 오래전에 제조했던 소프트 포커스렌즈를 사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이 렌즈는 조리개 수치를 조절해 몽환적인 흐림의 정도(Out Focus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조리개를 최소로 조여서 일단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조리개를 조정하여 흐림의 정도를 여러 단계로 구분해 찍었고 그 중 효과가 만족스러운 이 사진을 골랐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그때 끄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편했다. 감도 세팅을 높혀 거친 입자느낌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몽환의 효과가 높아졌다.

카메라: Nikon D300 렌즈: Kiyohara Kogaku V50R(Soft Focus Lens)

1/1000 F 5.6 감도- ISO 1000

 

진달래가 강이 된다면

그 강에 내 설움을 -

님의 침묵과 닫혀진 문들

그 속 에서 아프게 시려 멍든 시간들을

떠난 듯, 그 강에 던질 것이오

얼음장 밑으로 달려와 산 등성이로 치닫는

진달래 꽃잎 바다 위에 누워

두둥실 하늘로 올라 밑에서 강으로 흐르고 있는

찬란한 봄을 내려다 볼 것이외다

 

 

 

 

제목: 유채꽃 필 무렵

 

이 사진은 작년에 제주도 유채밭과 그 앞의 나무를 다중 촬영한 것이다.

유채꽃은 3월 중순경이면 제주도 풍경을 완성한다. 시커먼 현무암 돌 담장 안에 넘실대는 유채 꽃밭은, 제주도에 온 꽤 고비용의 노고를 한 순간에 보상한다.

유채꽃 밭에는 바람이 늘 같이 산다. 유채 꽃 머리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의 뒷자락엔 언제나 우리의 보헤미안 꿈이 서려있다.

 

촬영

노란색의 농도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 노란 색을 진하게 쓰면 탁한 느낌이 들고, 너무 밝게 하면 색이 날려 존재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중노출이라 노출을 두 번으로 나누어 찍어야 하므로 원하는 색갈을 일반적인 노출계산으로 만들기가 까다로웠다. 그래서 일반적인 측정으로 두 번 노출을 주고 ,그 값에서 노출 보정을 0.3 Stop씩 가감하여 다시 여러 차례 찍었다.

카메라: Nikon D700 1/250 F 6.7 2회 촬영, 감도 ISO 200

 

노란 평화

 

유채꽃은 노란 평화다.

하나하나 보면 별 볼일 없는 꽃이

서로에게 기댈 때

유채 꽃밭은 힘찬 방정식이 된다

우리도 이 같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꽃이 된다면

이 세상은 유채 밭 같은 평화로 넘실 댈거다.

 

유채 꽃은 가깝게 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눈에 들어오는 꽃이다

유채 꽃은 뭉쳐있을 때 평화다.

 

 

김석종

사진가. 본사 기자.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미, Illnois institute of Design 대학 사진 디자인과정 수료. Southen Illinois state University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Southen Illinoian, 미주 동아일보, 한국일보 LA 지사 사진기자를 지냈으며, 중앙대, 성균관대 예술학부 사진 예술전문과정 교수를 지냈다.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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