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의 이모저모 <7> 아빠와 함께 하는 ‘오징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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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의 이모저모 <7> 아빠와 함께 하는 ‘오징어 놀이’
그림출처 : 에듀파이
아동심리&부모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집 근처 중학교를 지나다 진귀한 모습을 봤다. 아빠와 어린아이가 ‘오징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놀이는 오징어 모양을 땅에 큼직하게 그려놓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시골 마당에서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많이 했었다.
한 팀은 안쪽에 있고 다른 팀은 오징어 머리 부분에서 출발하여, 중앙을 가로질러, 꼬리 쪽으로 와서, 안쪽을 거쳐 출발 지점이었던 머리로 나오는 놀이이다. 안쪽에 있는 사람은 바깥쪽 사람이 중앙을 건너지 못하게 하고, 머리 쪽으로 들어오지 못 하도록 붙잡는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설명만으로는 놀이 방법이 이해가 잘 안 될 터이다. 단순한 놀이였음에도 신나게 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주로 했던 놀이니까 거의 반세기 전의 놀이이다. 젊은 아빠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마냥 신기하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신체발달은 물론 정서적 체험도 하고 있다. 나는 유년기를 떠올리면, 이런 놀이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렀던 경험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징어 놀이’ 만큼 전통적인 놀이는 아니지만, 동네 공원에서 딸 아이 두 명과 숨바꼭질을 하는 젊은 부부도 보는 이를 기쁘게 했다. 아빠는 술래가 되어 나무에 기대 큰 소리로 “하나, 둘, 셋...”을 센다. “숨었니?”라고 묻자 아이들은 “아니...” 라며 어디로 숨을지 장소를 찾는다. 엄마도 나무 뒤로 숨는다.
아이들이 “찾아!”라고 소리친다. 아빠는 살금살금 걸으며 “어딨지?”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다 보이는데도 일부러 듣지 못 하고, 보지 못한 척한다. 여기서 못 들은 척 하는 것은 정신분석학에서 얘기하는 방어기제의 의미는 물론 아니다.
이때 아이가 보이는 행동을 스위스 인지발달학자 피아제는 ‘자기중심적 사고’라 했다. 아이는 자신은 숨었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런 단계를 거친 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는 ‘타자 조망수용 능력’이 발달한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이렇게 밖에서 아이들과 몸으로 자주 놀아주지 못한다. 위 사례의 아이들은 부모와 신나게 놀면서 신체, 정서, 인지, 언어, 사회 모든 영역이 발달한다.
부모가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여기에 하나만 더한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말을 건네주면 좋다.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 불렸던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고츠키가 말한 ‘비계 설정’이다. ‘비계’란 원래 건축학 용어이다. 건물을 지을 때 일하기 쉽게 세우는 임시 건물이다. ‘발판’‘디딤돌’ 역할을 한다.
놀이 상황에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렸을 때는 겨울이면 처마 끝 고드름이나, 얼음 찾기 놀이를 했다. 고드름은 누가 딴 것이 크고 굵은 지 비교해 보았고, 얼음은 누가 찾은 게 더 두꺼운 지 비교해 보았다.
이 놀이에서 ‘비계 설정’은 부모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에 있는 얼음을 가르치면서 “왜 여기 있는 얼음은 더 두껍게 얼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아이는 “아, 여기는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았던 곳이었지.”라며 자연스럽게 기온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
교육학에서는 이때 물어보는 것을 질문이라 하지 않고 ‘발문’이라 한다. 즉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을 강조하는 정혜신 정신과의사는 “(상대가) 진심으로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고 했다.
올해부터 보육과정과 유아교육과정이 ‘놀이 중심’으로 바꿨다. 아이와 놀이를 할 때는 부모뿐 아니라, 교사도 아이 마음에 공감하면서 발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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