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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한겨레출판  

입력 : 2021-12-21 07:27:28
수정 : 0000-00-00 00:00:00

<신간책꽂이>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한겨레출판

 

 

2019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나는 김초엽이라는 세계로 건너왔다. 늘 소설이 쓰고 싶었는데, 김초엽 소설을 만나고서 내가 쓰지 않고 그의 소설을 읽기로 한 것이다. 그의 소설은 나의 이상을 반영하므로. 그렇게 나는 김초엽 월드에 입덕했다.

 

방금 떠나온 세계광장에 수록된 마리의 춤2020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인지 공간을 비롯해 지난 2년간 쓴 7편의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2021 올해의 문제 소설오래된 협약로라.

 

오래된 협약은 행성 벨라타의 사제 노아가 이 행성을 탐사하고 떠난 지구인 이정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행성의 생명체와 지구의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 먼 우주에서 온 작은 존재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떼어 주기로 결정하는 마음이, 이 잠든 행성 벨라타 전체에 깃들어 있었어요. 저는 눈을 감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 오래된 협약을, 수백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지키고 있는 존재들을.”(224-225)

 

로라는 뇌와 몸의 불일치를 겪는 로라가 세 번째 팔을 이식받겠다고 결정하자 그의 연인 진은 로라를 이해하기 위해 로라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을 취재하면서 사랑과 이해가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로라를 이해하려 했던 진의 목소리는 책 속 다른 단편 숨그림자에서 발견된다.

 

어떤 세계가 너를 받아주는 게 아니야. 그저 그곳에 너를 받아주는 어떤 사람이 있는 거야.”(182)

 

2021년은 김초엽의 해이다. 올해 첫 장편 지구 끝의 온실14편의 짧은 소설을 엮은 행성어 서점이 출간되었다. 연말에 중편 소설이 나온다. 내년에 그는 창작, 독서 에세이와 SF 게임 에세이 두 권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에도 김초엽 덕질은 계속될 것 같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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