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예수는 페미니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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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예수는 페미니스트였다 (레너드 스위들러, 이성청 옮김, 신앙과지성사)
1971년 미국의 종교학자 레너드 스위들러 교수가 ‘예수는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냈을 때, 여성을 향한 예수의 태도에 관한 연구서는 전무했던 시대였다. 출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대단히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2017년이 되서야 한국어로 번역됐다. 거의 반백년이 걸렸다.
예수가 살던 시대 팔레스타인 여성은 열등했다. 십계명에서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는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는 계명의 연장선이었다. 남성은 여성에게 축복 기도도 받을 수 없었다. 여성은 성서를 크게 읽을 수도, 예배를 이끄는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었다. 거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대화는 금지됐는데,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법정에서 여성은 증인이 될 수도 없었다.
예수는 여성 차별과 혐오에 저항했던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였다. 복음서는 예수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했다고 전한다. 간음한 여성이 돌팔매질 사형에 처했을 때, 예수는 고소자와 피고소자를 모두 영적이며 참 인간으로 대했다. 12년간 하혈했던 여성은 부정한 죄인으로 종교와 사회 모두에게 배제됐지만, 예수는 아주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며 주위 군중에게 인간 존엄을 가르쳤다.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성과 예수는 스스럼없이 대화했다. 유대인이 사마리아인을 ‘개’로 부르던 시대였으며, 더군다나 여성이었다. 더욱이 요한복음 최초로 예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자신이 메시아임을 드러냈다. 예수는 마르타에게 자신이 부활이라고 선포했고, 막달라 마리아에게 부활한 자신의 모습을 최초로 보였다. 예수가 보여준 해방의 페미니즘에 당시 여성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를 두고 남성 제자들이 모조리 도망쳤을 때, 여성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 곁을 지켰다.
지금, 여기, 예수를 따르겠다는 기독교는 어떠한가? 기독교는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예수의 행보와 정반대로 여성 배제와 여성 혐오의 길을 한결같이 걷고 있다.
유형선 (‘탈무드 교육의 힘’ 저자)
#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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