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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종자’,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21-02-16 06:19:15 | 수정일: 0000-00-00 00:00:00

종자

 

 

 

      박노해

 

 

 

      종자로 골라내진

      씨앗들은 울부짖었다

 

      가을날 똑같이 거두어졌건만

      다들 고귀한 식탁 위에 오르는데

      왜 나는 선택받지 못한 운명인지요

 

      남들은 축복 속에 바쳐지는데

      나는 바람 찬 허공에 매달려

      온몸이 얼어붙고 말라가야 하는지요 

 

      씨앗들은 눈 녹은 찬물에 몸을 불리고

      바람 찬 해토解土의 대지에 뿌려져

      또 한 번 캄캄한 땅 속에 묻혀

      살이 썩어내리고 뼈가 녹아내렸다 

 

      씨앗들은 침묵의 몸부림 속에

      두 눈마저 감지 못하고 썩어 사라지며

      숨이 넘어가는 최후의 그 순간,

      마침내 자기를 마주쳤다 

 

      한 알의 씨앗이 수많은 불꽃이 되어

      검은 대지에 피어나는 찬란한 새싹을

      파릇파릇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는

      위대한 첫 발을 내딛는 자신의 모습을

 

      겨울에서 봄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한 생에서 영원으로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종자’,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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