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20-09-08 06:29:18 | 수정일: 0000-00-00 00:00:00
키 큰 나무 사이로
박노해
키 큰 나무 사이를 걸으며 나는 울었다
내가 너무 작아서, 내가 너무 약해서,
키 큰 나무 숲은 깊고 험한 길이어서
키 큰 나무 사이를 걸으며 나는 웃었다
내 안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고 고귀한 내가 있었기에
키 큰 나무 사이를 걸으며 나는 알았다
키 큰 나무 사이를 걸어온 사람이
키 큰 나무 숲을 이루어간다는 걸
‘키 큰 나무 사이를 걸으니 내 키가 커졌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길’,
사진에세이 03 『길』 수록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