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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 - 꽃이 온다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20-06-15 23:35:39 | 수정일: 0000-00-00 00:00:00

 

 

 

꽃이 온다 

 

  

박노해

 

 

날이 가물어 

땅이 마른다 

나도 마른다 

 

코로나 검은 손에 

만남도 가물어지고 

살림도 말라간다 

 

한줄기 단비가 오시고 

서늘한 밤비가 내리자 

6월의 귀인이 걸어온다 

 

꽃이 온다 꽃이 와 

 

수국 수국 꽃이 온다 

백합 백합 꽃이 온다 

접시 접시 꽃이 온다 

 

수심 어린 얼굴마다 

마스크를 뚫고서도 

꽃이 와라 꽃이 와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좋은 날도 예뻤지만 

힘든 날엔 더 아름다웠지 

 

꽃이 필 때도 멋있지만 

꽃심 밀어올릴 때도 눈부셨지 

꽃이 온다 꽃이 와 

 

수국 수국 꽃이 온다 

망울 망울 밀어 온다 

두근 두근 네가 온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꽃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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