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보물찾기 (1) 이토록 아름다운

카툰 | 작성일: 2016-01-11 13:27:00 | 수정일: 0000-00-00 00:00:00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고 10년 간 크고 작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럼에도 그림과 글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 작년 2월, 도저히 안되겠어서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파주로 왔다.

 

일을 그만둬야할 이유와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 말씀드리며 설득했고, 어머니는 그날 파주에 집을 계약하셨다. 다니고 싶은 학교가 파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 하나였다. 파주로 이사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엘레베이터에서 소리 내어 인사한다는 점이다.

 

초등학생이 90도로 깍듯이 배꼽인사를 한다.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또 좋은 건 공기가 맛있다는 거다. 최근 북경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공기가 안좋아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학교에서 밤샐 때 하늘의 별을 보는 낭만도 파주이기에 가능하다.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서울은 뭐든지 빨리 빨리 세상인데 파주는 천천히 세상같다. 천천히. 수많은 도로와 표지판을 보면 천천히라고 대문만하게 써있는데 우리네 삶은 그다지 천천히 돌아가지 않는다. 돌진하라고만 한다. 나는 아직도 직장생활 버릇이 남아 밥도 빨리 먹고 일도 빨리 하려고 한다. 결국 모두가 같은 곳으로 향해 가는데 말이다. 며칠 전에 야간 실습을 하다가 밥을 먹고 돌아오는데 한 부부가 말 없이 너무나 고요하게 꽁초를 줍고 있었다. 산책을 나온 듯한 그 부부는 너무나 말이 없었고 그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부부의 모습에서 조용한 감동을 받았다. 나 역시 드러내지 않고 은은한 향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 파주에서 말이다.

 

 

파주타이포그래피학교 더배곳 배우미 아멜 김유진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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